신지영 거북이 책방 대표
“책 읽는 사람이 존중받는 책방을 만들고 싶습니다”
비 오는 날, 책방지기가 천천히 내려주는 커피 한잔에 책을 읽으면 세상의 모든 시간이 느리게 갈 것만 같은 책방입니다. 덤으로 프랑스 자수까지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 생활을 그만두고 거제로 내려왔었습니다. 어머니가 거제에서 프랑스 자수 공방을 하셨는데 서울에서 수업이 많이 생기고, 거제에서 수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꾸 가게를 비우게 되고, 공간도 아깝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잔뜩 가져다 놓고 읽을 요량으로 책방을 열었습니다. 원래 공방으로 시작했던 곳이 책방 겸 공방이 됐습니다.
책방 열기 전에 거제대로 북스를 찾았어요. 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은행에서 퇴직하고 용기를 낸 것을 보고 보통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겁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거북이 책방이란 이름을 지은 건 대개 간단합니다. 예전부터 제 아이디가 거북이였습니다. 책방 할 때 무슨 이름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거북이처럼 느리고 천천히 가자는 의미로 거북이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이렇게 해서 거북이 책방이 됐습니다.
책방의 특징은 밖에서 보면 엄마와 딸이 하는 공방과 책방이지만 정말 고민되는 게 특징이 없다는 겁니다. 저는 소설을 좋아해서 처음엔 소설책이 참 많았습니다. 손님들이 책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이런 책도 좋다, 저런 책도 좋다 해서 오히려 손님들과 얘기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져다 놓으면서 여느 책방과 큰 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소설은 제 아집이 있어서 독립출판물을 비롯한 여러 소설을 제가 좋아하는 걸로만 갖다 놓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으로 거북이만의 책방을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책 읽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은 예전보다 매체가 너무 많아져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만 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책도, 영화도, 웹툰도, 신문도, 텔레비전 등을 두루두루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책을 조금 더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거북이 책방지기는 아쿠쓰 다카시 작가가 쓴 <책 읽는 가게>를 읽고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책방에서 책을 읽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책 읽는 사람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은 책인데 저에게 책 읽는 사람을 존중하는 가게를 만들고 싶게 한 책입니다.
거북이 책방지기는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도리스 레싱이 쓴 단편소설 <풀잎은 노래한다>를 추천했습니다. 백인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 남아프리카의 불모지에서 절망과 고독 속에 쇠잔해가는 가난한 백인 여성의 분열을 그린 책입니다.
신지영 거북이 책방 대표는 “소규모 출판사와 작가들과 일대일로 거래하면서 소설만 가득한 책방을 하고 싶었는데 장사 개념이 들어가면서부터 고객이 원하는 책도 들여놓게 됐다”라면서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소설책 가득한 책방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거북이 책방
거제시 수양2길 31-16(수월동)
인스타그램 @turtle337_bookshop
운영 시간 월~토 11시~1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