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을의 전설>
원제 <Legends of the Fall>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황량한 서부 몬태나에서 살아가는 러드로우 일가의 서사를 그린 영화. 짐 해리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94년 에드워드 즈윅이 연출을 맡았다. 삼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막장 스토리에도 불구,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에 빛나는 아름다운 화면과 출연 배우들의 인생 연기로 가을이 되면 첫손에 떠올리게 되는 영화다. 특히 영화 <강물처럼>과 더불어 빵-형 브래드 피트의 터프한 리즈시절을 감상할 수 있다.
출연진
앤서니 홉킨스 - 윌리엄 러드로우 대령
크리스티나 피클스 - 이자벨 러드로우
에이단 퀸 -알프레드 러드로우
브래드 피트 - 트리스탄 러드로우
헨리 토마스 – 새뮤얼 러드로우
줄리아 오몬드 - 수잔나
고든 투투시스 – 원 스탭
폴 데스몬드 - 데커
탄투 카디널 - 펫 데커
카리나 롬바르드 - 이자벨 데커
<가을의 전설> 줄거리
Some people hear their own inner voices... become crazy or become legend.
아메리카 토착 원주민 원 스탭이 웅얼거리는 주술적 분위기 속에 정부의 강압적 인디언 정책에 반감을 가진 러드로우 대령의 가족이 소개되고, 그가 특히 사랑하는 둘째 트리스탄이 야생 곰과 맞서 살아남는 에피소드를 끝으로 아역배우들이 퇴장하면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황량한 벌판을 가르며 기차가 들어오면 막내 새뮤얼의 피앙세 수잔나가 내린다. 수잔나를 바라보는 형들- 특히 맏이 알프레드의 묘한 눈빛이 카메라에 잡힌다. 서부의 거친 생활을 견디지 못해 도시로 떠난 안주인의 빈자리를 수잔나가 채워주며 러드로우 일가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늘 그렇듯 웃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막내 새뮤얼이 군 입대를 선언하며 분위기가 반전되고 결국 3형제 모두가 전투(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게 된다. 13분 정도의 스펙터클하지 못한(소박한?) 전투신이지만 결과는 러드로우 형제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맏이가 다리에 치명상을 입고, 넘치는 호승심에 막내가 생명을 잃고, 막내의 심장만 꺼내 형에게 맡긴 둘째는 집이 아닌 외지로 향한다.
졸지에 약혼자를 잃고 떠나려는 수잔나의 발목을 눈&폭풍이 막아선다. 내레이션은 친절도 하셔라. 수잔나는 떠나야 했었다고, 결국 떠나지 못한 수잔나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알려주며 막장 족보의 서막을 예고한다.
알프레드가 수잔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의 완곡한 거절은 맏이에게 빌미를 제공한다. 남은 러드로우 일가의 분위기가 미묘해질 무렵 방황하던 트리스탄이 돌아온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손톱을 물어뜯는 수잔나와 그녀를 지켜보는 알프레드의 당황한 시선을 정확히 포착한다.
막내의 무덤 앞에서 눈물로 위로를 주고받는 트리스탄과 수잔나. 하지만 과유불급. 넘친 위로가 결국 잠자리로 이어진다. 졸지에 사랑과 우애를 동시에 잃어버린 맏이는 도시로 떠난다. 진심을 다해 새로운 사랑을 이어가려는 수잔나. 하지만 트리스탄은 막내를 구하지 못한 자책감에 다시 집을 나선다.
“내 사랑이여 우린 이곳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
떠나는 트리스탄에게 수잔나는 <솔베이지의 노래>를 부르는 심정으로 기다림의 맹세를 하지만...
얼마인지도 모를 시간이 흐르고 둘째가 다시 돌아왔다. 야생마 떼를 이끌고.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론 이 대목이 가장 아쉬웠다. 연이은 가출 후 마지막 등장신인데 완경사의 초원을 감안하더라도 처리가 조금 허술했다.
<반지의 제왕2> 로한-기마대와 함께 극적으로 등장한 백색의 간달프나,
<반지의 제왕3> 유령군단을 끌고 온 아라곤 정도는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늑대의 유혹> 우산 밑 등장의 강동원 정도로 뽀대나게 처리해주었어야. ㅠ.ㅠ
어쨌거나... 풍을 맞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비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만 맏이와 수잔나는 없다. 결별을 통보받은 수잔나가 집을 떠나 상원의원이 된 알프레드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트리스탄은 아버지의 충복인 데커의 딸- 이자벨과 결혼을 해 두 아이를 얻는다.
트리스탄이 소 값 하락으로 풍비박산 난 집안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밀주사업에 손을 댄다. 산적처럼 길을 막고 등장한 마피아&경찰 일당의 무력시위에 소녀시절부터 트리스탄만 바라보던 아내 아자벨이 목숨을 잃는다. 경찰 한 놈을 응징한 트리스탄이 잠시 구금되고 수잔나가 찾아온다.
구금에서 풀려난 트리스탄의 복수가 진행되는 동안 ‘내 사랑은 오직 너’ 마지막 심경을 토로하고 돌아간 수잔나의 일련의 모습들이 교차 편집된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알프레드가 아내의 관을 싣고 트리스탄에게로 간다. 삼형제가 뛰놀던 뒷동산에 새뮤얼/이자벨에 이어 수잔나의 무덤이 더해진다.
마피아 최종 보스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찾아온다. 털옷에 묻혀있던 러드로우 대령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졸개 마피아의 기관총이 러드로우 대령을 향하고, 트리스탄이 몸으로 막아서고, 이내 총성이 울리고, 졸개 마피아가 쓰러지고, 집 모퉁이에서 장총을 든 알프레드가 나타난다. 아비가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정부의 하수인이 되었던 맏이를 안아준다.
트리스탄의 마지막 가출. 맏이는 기꺼이 둘째의 아이들을 보살피기로 한다. 트리스탄의 최후가 어떠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들려오는 풍문으론 야생 곰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죽었다든가 어쨌다든가.
영화 <가을의 전설>을 보며 왜 <트리스탄> 전설을 떠올리게 되는 걸까. 단지 주인공의 이름이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우선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부터 살펴보면
<Tristan & Iseult> 전설
전설이란 게 원래 그렇다. (기록이 아닌)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특성상 전개와 결말이 가지가지다. 주인공의 이름 철자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고대 켈트족 트리스탄 전설의 핵심만 뽑아보면...
콘월 왕의 조카 트리스탄은 백부의 명을 받아 장차 백모가 될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를 호위해 돌아오는 임무를 맡는다. 전설의 주인공이 미션을 실패할 리가 없는 바, 트리스탄은 이런저런 활약을 펼치며 임무를 완성하고 귀국한다. 마크 왕과 이졸데는 예정대로 결혼을 한다. 하지만 귀국 도중에 사랑의 묘약(love potion)을 나눠 마신 조카 트리스탄과 백모 이졸데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트리스탄 전설의 잔혹한 운명에 대해선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았다.
13세기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가 운문소설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었고,
15세기 토마스 맬러리 <아더왕의 죽음>에 트리스탄 전설이 편입되었다 하고,
20세기 내연녀와의 사랑에 괴로워하던 바그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했고,
2006년 케빈 레이놀즈 감독은 영화의 형식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연출했다.
전설 <트리스탄&이졸데> vs 영화 <가을의 전설>
둘의 접점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다. 그 운명을 중심에 두고
전설 <트리스탄&이졸데>는 군주에 대한 충성과 비극적 사랑을,
영화 <가을의 전설>은 가족애와 도리 없는 치정을
부가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2021년 10월 27일. 거의 27년 만에 <가을의 전설>이 재개봉됐다.
황량하지만 낭만적인 아메리카 서부의 장대한 화면은 차치하고라도
https://www.youtube.com/watch?v=8caCM5gj2b0
지그시 눈이 감기는 OST와
풋풋한 시절의 브래드 피트를 보고싶다면 스크린이 내려가기 전 서둘러 극장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다.
첫댓글 와 옛날본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빵형도 빵형이지만, <양들의 침묵> 앤서니 노인네가 열일 하셨죠.
막장도 막장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없는데 빵오라버니의 눈부신 금발은 참 아름다웠던 영화!
오래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인데 이렇게 줄거리를 정리해주시니 다시 기억이 나네요. 메인테마도 오랜만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