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1797~1828)는 1819년 여름 그가 22세였을 때 당대의 명바리톤 가수 요한 포글Johann Vogl과 함께 북부 오스트리아 지방으로 피서를 겸한 연주 여행을 떠났다. 슈베르트가 아직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성악가로서 명성이 높았던 포글은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비롯해 수많은 슈베르트의 가곡을 소개해 슈베르트의 가곡이 뛰어남을 알려준 최초의 위대한 가수였고 슈베르트는 그를 위해 많은 가곡을 작곡해 주기도 하여 서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이들이 친하게 된 것은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슈베르트의 밤)라고 하는 슈베르트를 돕기 위한 하나의 그룹에서였다. 이 모임에는 슈베르트와 어린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같이한 슈파운을 비롯해 시인 마이어호퍼, 천재 화가 슈빈트, 그리고 슈베르트보다 나이가 30세나 많은 빈 국립오페라 극장의 명바리톤인 포글이 참가하고 있었다. 이들은 밤마다 어딘가에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고 시를 읊고 문학을 논했다. 이 사교 모임은 슈베르트의 짧은 인생과 함께 끝나버렸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그를 사랑할 뿐 아니라 그를 통해서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일 게다.
슈베르트는 가곡 ‘송어’를 1817년에 썼는데 그해 포글이 슈베르티아데에서 초연했다. 이 가곡은 유쾌하고 명랑한 물고기인 송어의 뛰노는 광경을 그린 것인데 가사의 대의는 다음과 같다. 거울같이 맑은 시내에 송어가 화살처럼 헤엄치고 노는데, 낚시꾼이 낚시를 드리웠지만 물이 너무 맑아서 안 잡히니까 물을 흐려 놓고 송어를 잡는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나는 흥분해서 낚시꾼에게 속아 넘어간 물고기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한편 바리톤 포글과 작곡가 슈베르트가 북부 오스트리아 지방으로 여행했을 때 열렬한 음악애호가이며 첼로도 꽤 연주할 줄 알았던 광산업자 파움가르트너Sylvester Paumgartner는 슈베르트에게 자기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을 하나 작곡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의 집에서는 동료들이 모여 주로 5중주를 비롯한 소규모의 악기 편성으로 된 실내악을 연주했는데 가급적이면 이미 널리 알려진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주제로 해서 5중주곡을 작곡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5중주곡은 실내악으로서는 슈베르트가 작곡한 최초의 걸작이 되었다. 곡은 가볍고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또 5중주곡이지만 다른 곡들과 다른 점은 악기 구성에 있어서 더블 베이스(콘트라베이스)가 첨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제1악장 - 알레그로 비바체
고전적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제1악장은 두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짜여 있는데 가요조의 아름다운 주제로 시작된다. 제2 주제는 먼저 피아노로 연주한 다음 바이올린에 의해서 반복된다. 그리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풍부하고도 색채적인 인상을 남겨주는데, 그것은 조바꿈에 대한 작곡가의 테크닉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이 악장뿐 아니라 5악장 전체에 걸쳐 아름다운 선율을 수놓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2악장 - 안단테
이 악장은 두 개의 주요 부분으로 짜여 있는데 각 부분은 다시 3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첫째 부분은 먼저 F장조에서 시작, 올림 F장조, D장조를 거쳐 G장조로 되어 G장조의 코드에서 잠시 정지하는 듯하다가 내림 A장조로 바뀐다. 이러한 빈번한 조옮김으로 곡은 절묘한 효과를 보고 있다.
*제3악장 - 스케르초: 프레스토
겹 세도막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경쾌한 악장은 현악기와 피아노와의 응답, 그리고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푸가 풍으로 다룬 점이 흥미롭다.
*제4악장
이 악장은 바로 ‘송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악장으로,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주제로 한 변주곡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제에 이어 그 ‘송어’ 주제를 바탕으로 한 5개의 변주곡이 이어지는데 주제와 변주곡 가운데서도 가장 모범이 될 만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주제의 쾌활한 성격이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제5악장 – 알레그로 주스토
안단테의 느린 2악장과 더불어 이 마지막 악장도 두 개의 부분으로 짜여 있는데, 둘째 부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고 첫째 부분을 반복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 제5악장을 불완전한 소나타 형식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 생기에 넘쳐 있고 어딘지 모르게 헝가리풍의 집시 같은 느낌이 깔려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겠다.
아마데우스 현악4중주단과 에밀 길렐스
1947년 런던에서 결성된 아마데우스 현악 4중주단(Amadeus Quartett)은 1948년부터 연주 활동을 시작, 현재 일류 악단이 되었다. 지금 서구라파에 있어 가장 충실한 단체로 이름나 동구라파의 스메타나 현악 4중주단과 쌍벽을 이룬다.
아마데우스 4중주단은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이고 또 모차르트 작품을 완벽히 연주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하여 모차르트의 크리스천 네임(Wolfgang Amadeus Mozart)을 따서 ‘아마데우스’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영국의 4중주 단체이지만 그 구성 멤버에 있어서는 오스트리아 빈 계열의 4중주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제1바이올린의 노베르트 브라이닌Norbert Brainin이 1922년 빈 태생, 제2바이올린의 지그문트 니셀Siegmund Nissel이 1922년 뮌헨 태생, 비올라의 피터 시드로프Peter Schidlof도 역시 1922년 빈 태생이다. 그리고 단 한 사람, 첼로의 마틴 로베트Martin Lovett만이 1927년 런던 태생이다. 이들 단원 4명의 음악관, 학력, 경력, 주법 등이 모두 현악 4중주에 있어 이상 없는 조건으로 걸맞는다.
이들은 빈의 4중주단이지만 빈의 4중주와는 좀 다른 표현 양식을 갖고 있다. 약간 가라앉은 음색의 아름다움은 빈 현악파의 흐름이지만 빈의 보수적 음악 표현과는 달리 적극성이 강한 표현, 명쾌함과 발랄한 리듬으로 이끌어 가는 다이내믹스의 정교함과 합리적인 조형造型은 이들의 음악에 더욱 아름다움을 주고 있다.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Emil Gilels(1916~1985)는 러시아 오데사 출생의 뛰어난 연주가이다. 그는 1938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인 벨기에 브뤼셀 엘리자베스 국제경연대회에서 입상한 후 지금까지 폭넓은 연주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연주는 유연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게 장점인데 듣는 사람을 열광케 하는 힘이 있다.
아마데우스 4중주단의 슈베르트 ‘송어’ 5중주 음반에서 콘트라베이스는 라이너 체페리츠Rainer Zepperitz가 맡았다.
(1979년 독일 그라모폰 음반 / 국내 발매 <성음> 해설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