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고전인데는 이유가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나는 고전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내가 처음으로 결정한 책은 바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다.
그 많은 고전 중에 갑자기 왜 돈키호테이냐?
‘사람들이 뭐라해도 겁먹지 않아
미쳤다 해도 좋아 feeling like 돈키호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세븐틴 노래중 ‘돈키호테'라는 노래가 있는데
사람들의 말과 시선들은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하고자 하는걸 하겠다! 라는 메세지가 담긴 가사와 기사 처럼 검을 멋지게 뽑는 안무 까지 잘 어우러져 아직까지도 너무 좋아하는 노래이다.
그러면서 ‘모티브가 된 책을 읽는다면 노래를 더 잘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책을 다 읽고 난후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1. 기대 이상의 재미 그리고 반전
일단 고전을 읽기 전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방대한 양과 지루함 이였다.
그래서 돈키호테를 고른대는 앞서 말한 이유도 있었지만 이 책이 다른 고전들보단 160페이지라는 작은 양을 가졌다는 이유도 있었다.
내용을 정말 짧게 요약하자면, 라만차 마을의 나이 오십의 신사는 기사 이야기책에 빠져 자신 또한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는 편력기사가 될것이라며 편력 즉 떠도는 삶의 모험을 떠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담은 책이다.
내용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어려운 단어 없이 그 상황이 잘 그려지면서 술술 잘 읽혔다.
돈키호테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기도 하며 걱정과 달리 끝까지 잘 읽을수 있었다.
근데 역시 고전은 고전인걸까? 솔직히 평소 장편소설을 읽으면 전하려는 메세지가 잘보이는데 이건 안보였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건지…? 미친사람 한번 잘못만나면 주변사람들이 고생한다는 건가..?’ 와 같은 생각만 들뿐이였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건지 아니면 내가 생각이 딸리는건지 궁금해 (나는 밀리의 서재앱으로 책을 읽었기 때문에) 한줄 리뷰에 들어갔다.
근데 이럴수가! 한줄리뷰에는
‘요약본이였네요..’
‘완역본으로 읽어보고 싶다.. 너무 요약됐잖아..’
와 같은 댓글들이 있었다.
그렇다 내가 읽은것은 요약본이였던 것이다 ..^^ 실제 책은 2부까지 있으며 제 1부는 52장. 제 2부가 모두 74장인 (참고로 52쪽,페이지가 아닌 제1장 2장 할때 그 장이다) 방대한 작품으로 등장인물만 무려 65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실제 책을 검색해보니 그 책의 두께는 정말.. 마치 백과사전의 두께였다
더 찾아본 결과 완역본은 돈키호테가 생을 마감하면서 끝이나고 내가 읽은 책은 다시 모험을 떠나면서 끝이난다는게 달랐는데 결말을 다르게 했다기 보단 1부 내용만 요약한듯 했다.
요약본인걸 알았을땐 약간의 뒤통수를 맞은듯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왜냐 저 방대한 양의 완역본을 읽을것인가? 그건 또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난 책이 끝날때 까지 이게 요약본이라는걸 못느낄정도로 줄거리가 뚝뚝 끊기는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완성된 이야기 같았기에 부족하다는 느낌 또한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깊게 읽어보기 보단 어떤내용과 느낌인지 알고싶었던 나에겐 오히려 괜찮은 선택이였다.
2. 볼수록 이해가 안되는 돈키호테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난후 내가 글을 쓰기 전까진 그 책에 대한 다른사람들의 리뷰나 해석을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팔랑귀이기 때문에 어떤 댓글이나 의견을 들었을때 쉽게 그 말에 동의하고 그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근데 이 책에 같은 경우엔 나 혼자 곰곰히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고, 이 책이 유명한데는 이유가 있을텐데 그 이유를 알고싶어 결국 다른 사람들의 후기나 해석을 찾아봤다.
내가 본 해석에선 돈키호테와 그를 따라다니는 산초판사를 보고
‘누구나 산초판사처럼 살지만 실은 돈키호테가 되길 꿈꾼다’ 와 같이 말하며 자신의 꿈 앞에 현실이 가로막혔을때 현실을 선택하는 산초판사와 꿈을 따라가는 돈키호테의 모습이 마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또는 상상력과 합리성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저렇게 두인물을 대조해서 글을 써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렇게 글을 쓴다면
일반사람들과 달리 꿈을 쫓아가는 돈키호테가 멋있다고 글을 쓸것같았다.
하지만 난 책을 읽으면서 돈키호테가 멋있다고 생각한적이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사는 과정에서 다른사람의 포도주 더미가 거인이라며 모두 베어내 쓸수 없게 하고, 잘가던 마차를 납치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여기곤 멀쩡한사람을 창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건 괜찮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절대 괜찮지 않다. 이런 돈키호테의 행동을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절대 멋진게 아닌 뉴스에 나오는 묻지마 살인범 들과 다를바 없는것이다.
그래서 맨 처음에 말한 <돈키호테> 노래 속 에선 자신의 목표나 꿈을 쫓아가는 좋은방향의 돈키호테 처럼 살겠다는거겠지만 나쁜방향로 돈키호테처럼 살겠다고 받아들인다면…^^
이런 이해를 원한건 아니였지만 이때까지 그냥 좋게만 들었던 가사를 이젠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해볼수 있는게 참 좋은것 같다...
3. 돈키호테 식 글쓰기
그렇다고 돈키호테를 마냥 나쁘게만 봤냐? 그건 아니다.
좋은방향으로 다른사람들의 시선엔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바로 행동에 옮기는 실천력! 그건 인정할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해보고 싶었던걸 못했던 적도 있고
지금 이렇게 글쓰는것 또한 매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주로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나 책을 읽고 썼던 글과는 달리
이번 고전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이 연구해서 낸 해석들이 존재할텐데
내 해석이 틀린거면? 철학적으로 써야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들때문에
글 쓰기가 너무 어려웠다.그래서 안읽던 해석도 읽었던것 같다.
앞으로도 고전을 계속 시도할 생각인데 다음부턴 돈키호테식의 글쓰기 또한 시도할 생각이다.
돈키호테가 다른사람의 말이 아닌 나의 생각에 집중하고, 남들이 보는 세상이 아닌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봤던 것 처럼
나도 다른사람의 생각이나 해석의 정답을 찾기 보단 진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쓸 생각이다.
뭐 이런 돈키호테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것처럼 내 글또한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책을 보고, 내 생각에 더 집중하여 글을 쓰고싶다. 혹시 아는가 참신한 해석이 나올지
근데 이 글쓰기법엔 당연히 주의해야할점이 있다.
돈키호테가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하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것과는 다르게
내 주장이 담긴 글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면 안된다.
그리고 아예 귀를 막아버리는게 아닌 글을 다 쓰고 난후에 피드백은 집중해서 들을 것이다.
웃기다가 뒤통수 때리고 비판하다가 어느 부분은 또 내게 적용해보게 하며
주인공 돈키호테 처럼 한치 앞도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책 인것 같다.
진짜 책 <돈키호테>가 돈키호테(:주인공 처럼 예상치 못한 행동)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