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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고양리 버스정류장 → 반륜산 → 능선 삼거리(하산길) → 반론산 왕복 → 능선 삼거리 → 805봉(절골봉) → 염장봉 → 철탑 → 여량초교 → 아우라지역 주차장'의 12km 코스를 6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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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륜산(半輪山)
높이: 1,010m
위치: 강원 정선 북면 고양리, 임계 봉정리
반론산(半論山)
높이: 1,068m
위치: 강원 정선 여량 여량리, 고양리, 봉정리
염장봉(鹽藏峰/불을 다스리는 소금단지가 묻힌 산)
높이: 668m
위치: 강원 정선 북면
옛날 어느 도승이 여량을 지나다가 이곳 산세를 보고 저 산이 화(火)자 모양을 닮아 마을에 불이 자주 일어나는 재앙이 있겠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어찌하면 그 재앙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그 비법을 알려달라 조르자, 저 산봉우리에 간수(소금)를 묻으면 된다고 하여 그대로 이행하였더니, 그 후 지금까지 아무런 탈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1995년 초겨울에 난데없이 집 근처에 쌓아둔 짚가리나 불쏘시개로 쓰는 갈비(솔가리: 말라서 땅에 떨어진 솔잎) 더미에 불이나, 사람들이 달려들어 불을 끄면 금시 꺼지며 또 여기저기 불이 붙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이 사람 사는 가옥에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짚가리나 갈비 더미에만 불이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이 산에 올라가 소금 단지를 열어보니 소금이 말라 있었다고 한다. 소금을 채워 넣었더니 별일이 없었다. 그래서 소금을 갑주는 산이라 하여 소금 염(鹽), 감출 장(藏), 봉우리 봉(峰)자를 써서 염장봉(鹽藏峰, 668m)이라 한다. - 동부지방산림청 정선국유림관리소장
2024년의 마지막 목요일인 12월 26일은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을 따라 천고지 산행으로 강원 정선의 반륜산~반론산~염장봉을 다녀오기로 했다. 정선의 반륜산과 반론산은 오래전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보고 알게 된 산이나, 당시 신청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안내산악회의 게시판에 당시 기록이 없는 걸 보면, 성원 미달로 취소된 듯하다. 역시 등산방에도 없는 걸 보면, 당시는 천고지 산행을 시작하기 전이라,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 아예 신청을 안 했던 거 같다. 그리고 천고지 산행의 시작이 지금은 사라진 '한국의 산하' 높이별 분류에서 해발 1,000m가 넘는 산 목록을 기준으로 한 거라, 어떤 이유로든 거기서 빠진 산은 알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천고지 산행을 시작할 당시에는, 140이 조금 넘었고, 반륜산과 반론산은 그 목록에 없었다. 이후,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이나,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통해 알게 된 천고지를 하나씩 추가해, 현재는 200개 산이다. 와중에 어디서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튀어나올지 몰라, 천고지 산행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걸 몇 년 전 깨달았다. 해서 천고지 산행은, 현 목록의 200개로 1차 종료하고, 2차 목록을 만들어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의 2024년 마지막 산행인 반륜산은, 같은 팀의 11월 21일 반륜산과 마주 보고 있는 고양산~상정바위산 연계 산행이 '2024년 가을철 산불조심기간' 통제구역 내라, 감시 요원의 제지로 처음 계획과는 달리 이번에 가기로 한 반륜산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오지팀 산행 신청자 사이에 혼란이 생겼다. 당시 고양산은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와 2023년 5월 다녀온 산이라, 그 산행에 동행하지 않아, 안내산악회 게시판을 통해 상황을 알게 됐고, 당연히 '응? 그럼, 12월 26일 반륜산은?"이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매주 목요 오지 산행을 신청하는 산꾼의 80% 이상이 같은 사람이고, 나머지만 산에 따라 달라, 공공연히 목요방 회원이라는 말이 통할 정도라, 고양산과 반륜산의 순서를 바꾸어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목요방 회원 중 2023년 나와 같이 고양산에 오른 산꾼이 두 명, 즉 나 포함 셋이다. 물론 이 셋은 고양산이 두 번씩이나 오를 만한 산이 못 돼, 이번 고양산행을 신청하지 않았으나, 반륜산행은 신청했다. 고로 이 셋은 산행 순서가 바뀌어 반륜산행이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거기다 산행 기회가 거의 없는 반륜산이라 신청한 목요 오지팀이 초면인 산꾼도 몇 보인다.
그런데, 인솔 대장에게는 아주 다행인 게, 아니, 경험이 많은 대장이라 애초 그렇게 계획을 세웠는지, 고양산과 반륜산이 마주 보고 있어 들머리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다. 말인즉 두 산행을 한꺼번에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 지난 고양산행 때 반륜산을 다녀온 산꾼은 이번에 고양산에 오르고, 애초 반륜산이 목표인 산꾼은 그대로 반륜산에 오르면 된다. 해서 갑자기 반륜산행에 ‘고양산~상정바위산’의 B 코스가 추가돼, 두 산행 신청자 대부분이 만족했다. 다만, 먼저 다녀온 산꾼의 반륜산 산행기를 보고, 저기를 꼭 올라야 하는지 의문이 든 게 문제다. 만약 산행 최우선 목표인 천고지가 아니었다면, 반륜산 대신 다른 대안을 찾고 있었을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양산뿐만 아니라, 반륜산 또한 산방 통제 구역에 있으나, 그 통제 기간이 12월 15일까지라는 거! 하지만, 두 산행의 날머리가 정 반대라, 반륜산행에 주어진 소요 시간이 처음 계획인 6시간에서, 5시간 30분으로 30분 줄인 게 걸린다. 물론 본의 아니게 달린 지난 반륜산행의 경험에서 나온 결정이겠지만! 그리고 경험자로서 6시간 30분 만에 고양산, 상정바위산 연계 산행[산행기]을 모두가 제시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지난 목요 오지팀 백적산행 중 산행 대장이 이번 산행 때 어느 산을 갈 건지 물어, 당연히 반륜산이라 답했다. 그리고 과연 몇 명이나, 반륜산으로 향할지 대화를 나눴다[산행기]. 당시 대략 대여섯 정도가 될 거로 예상했다. 그런데, 갑자기 정확한 숫자가 궁금해 날짜순으로 고양산, 반륜산, 반륜/고양 신청자를 근거로 계산해 봤다. 산행 하루 전인 크리스마스 13시 현재 신청자 기준 반륜산 9, 고양산 11, 어디로 갈지 예측이 안 되는 신규 신청자 7이다. 선두 조는 4명 중 산행 대장 포함 둘이 반륜산, 고양산 한 명, 미지 한 명이다. 그리고 애초 반륜산 또는 둘 다를 신청한 사람 중 이번 산행을 취소한 산꾼은 아홉, 고양산만 신청했으나 이번 산행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도 셋이나 된다. 신청했다가 취소한 사람은 지난 반륜산행이 쉽지 않았다는 후기와 고양산은 그보다 더하다는 주위의 평가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책정한 소요시간은 고양산이 6시간 30분, 반륜산 5시간, 고로 반륜산행은 1시간 반 가까이 시간이 남는다. 해서 한반도 지형 중앙 장등산 왕복 코스가 자유 산행으로 주어졌으나, 반륜산행 후 몸 상태를 보고 산행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26일 반륜산과 가까운 가리왕산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새벽에 눈이 내리고, 산행 내내 구름 한 점 없이 맑지만, 기온은 -2℃에서 -6℃로 급격히 낮아지고, 바람은 내내 5㎧로 약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9℃~-7℃ 사이로 이번 겨울 산행 중 가장 추울 거라는 예보다. 해서 산행 준비도 거기에 맞춰, 최대한 따뜻한 차림으로 다녀올 예정이다. 그리고 얼음과자가 될 확률이 높지만, 사당역표 김밥도 준비한다. 문제는 처음 반륜산 계획에서 날머리는 여량면이라, 바로 식당으로 가 하산주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B 코스로 고양산이 추가되면서, 집합 장소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북평면 문곡리 덕송교 부근이라, 모든 산행 마감 후, 귀경 중 먹을 예정이라, 누가 봐도 늦은 점심이 아니라, 저녁이다. 고로 그에 대비해 비상식도 철저하게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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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이른 4시 반경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밤새 산행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계획은 변한 게 없고, 그 사이 초면의 산꾼 한 명이 신청해 28인승 버스를 꽉 채웠다. 그리고 기상청 사이트로 들어가 반론산으로 당일 날씨를 찾아보니, 현재 기온 영상 2.7℃, 건조 특보와 강풍 특보가 발효 중이다. 그리고 초미세먼지는 '나쁨',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조망이 어떨지 예측이 안 된다. 산행 시간인 10시 반부터 17시 10분까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1℃~1℃ 사이의 기온에, 5㎧~6㎧ 약간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5℃~-4℃ 사이가 될 걸로 예보하고 있다. 강한 바람이 분다고는 하나, 가리왕산과 달리, 영상의 기온이라, 특별히 추울 거 같지는 않다. 산행에 관련된 걸 확인하고,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은 후 여느 때처럼 5시 45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에서 5시 58분 열차로, 사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당역에서 김밥 한 줄을 사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초면의 기사가 모는 대기 중인 초면의 버스에 타, 친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가, 버스에서 사용할 것들은 뺀 배낭을 선반에 올렸다. 그리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에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청했으나, 바로 잠이 들지 못해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이 타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죽전에서 초면인 여성 청춘이 타는 걸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복장이나, 준비가 오지 산행을 할 거 같지는 않아 보여서다. 어쨌든 이후 다시 실내등이 들어올 일이 없어, 잠이 들었다, 8시 20분경 깨, 지도 앱으로 현 위치를 확인한 후 책을 읽었다. 와중에 간간이 창밖으로 고속도로 주변의 산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눈이 쌓여 있는 게, 오늘 심설 산행을 피할 수는 없을 듯했다. 그렇게 달린 산악회 버스는 9시 10분경 평창 휴게소로 들어가, 20분간 휴식했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사과와 함께 B 코스로 고양산이 추가된 경위를 설명한 후, 먼저, A 코스 반륜산, 반론산, 염장봉 코스에 관해 설명했다. 사실 목요 오지팀이 11월 21일 고양산 대신 반륜산행을 하면서, 산악회 리본과 방향 지시를 바닥에 잘 깔았을 거고, 그 사이 눈이 내리기는 했으나, 바닥의 방향 지시를 날릴 정도는 아니라, 길을 잃을 걱정은 아예 안 했으나, 인솔 대장은 혹시나 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물론 11월 다녀왔으니, 가장 최근에 다녀온 산꾼이다. 그리고 반륜산행의 대장은 선두 조 산행 대장이 맡았다. 이후 고양산 코스에 관해 설명했으나, 나와는 무관한 코스라 주의해 듣지 않았다. 주의 사항은 공통된 거로,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시간상 장등산행은 불가능하니, 그건 없었던 거로 하고, 반륜산행을 5시간에서 6시간으로 1시간 늘렸다. 해서, 원하는 사람은 아우라지 둘레길을 돌기로 했다. 와중에 약간의 촌극이 있기는 했으나, 어쨌든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반륜산 들머리인 고양리 버스 정류장에 10시 20분경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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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와 고양산, 상정바위산 연계 산행 때 한 번 왔던 곳이라, 들머리 도착 10분 전쯤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스패츠까지 착용했다. 고속도를 달리면서 본 평창과는 달리, 정선 주변의 산에는 눈이 없어, 숏 스패츠를 착용할지도 고민해 봤으나, 그랬다가, 역시 천고지인 천고지인 백적산행에서 등산화에 눈이 들어가는 바람에 고생한 경험[산행기]이 있어 예정대로 롱 스패츠를 착용했다. 그게 잘한 결정이라는 건 해발 1,000m를 넘는 순간 알았다. 이후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여벌의 옷이 든 보조 가방을 뺀 후 버스가 들머리에 정차했을 때 가벼워진 배낭을 둘러메고 차에서 내렸다. 이후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현 위치의 날씨를 확인한 후 등산 앱이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이후 두 등산 앱의 지도로 고양리 버스정류장 주변의 고도를 확인했다. 468.5m~497m, 이번 산행 최고봉인 반론산의 높이가 1,068m니, 고도차는 571m로 천고지 산행치고는 차이가 큰 건 아니다.
사실 천고지 중 들머리와 고도차가 1,000m가 넘는 산은 덕유산(1610 +1010) 상공리 600, 재약산(1180 +1020) 표충사 160, 방태산(1435 +1065) 휴양림 370, 신불산(1208 +1048) 간월정류소 160, 한라산(1950 +1200) 성판악 매표소 750, 가리왕산(1561 +1221) 자연휴양림 340, 설악산 대청봉(1707 +1367) 오색 340, 지리산 천왕봉(1915 +1455) 중산리 460 등 여덟 개에 불과하지만, 이 산들도 들머리를 잘 고르면, 1,000m 이하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571m만 올리면 되는데, 반륜산까지의 거리가 짧으니, 한국 산이 거의 다 그렇듯이 심한 깔딱이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물론 인솔 대장도 코스 소개 때 했던 말이기도 하다. 고도차를 확인한 후, 수확이 끝난 밭을 가로질러 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본격적인 반륜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밭을 가로지르자, 임도다. 그리고 그 임도 합류 지점에서 우회전해 임도를 따라 야영장을 향해 가는데, 선두의 산행 대장이 불러, 길이 맞는지 묻는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이 임도를 따라가면 계곡으로 향하고, 등산로는 왼쪽의 능선상에 있다.
애초 밭을 가로지르지 않고, 마을을 관통하는 임도, 즉 마을 도로를 따라왔으면 길목에서 능선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을 만났을 텐데, 밭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등산로 입구를 지나쳤다. 해서, 능선이 더 가팔라지기 전에, 왼쪽 가옥 뒤, 역시 추수가 끝난 밭을 가로질러, 능선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밭을 가로지르며 아래를 보니, 완전무장한 초면의 산꾼이 그 가옥 마당을 가로질러, 능선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뒤에서 따라오다가 무언가 잘못된 걸 알고, 아무 소리 없이 먼저 능선으로 향한 거다. 이후 산행이 끝날 때까지 단독으로 앞서간 오지 전문 산꾼이다. 하긴 나도 목요 오지팀 산꾼들과 친해지지 않았다면, 그와 같이 중간에서 단독 산행을 했을 거다. 어쨌든 밭을 가로질러 기슭에 도착해 보니, 우리와 같은 산꾼이 많았는지, 능선으로 올라가는 인적이 있어, 그걸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10시 32분 능선에 올라서 보니, 예상대로 아니, 생각보다 잘 정비된 등산로다. 해서 이왕 선두에 선 마당이라 첫 번째 깔딱이 끝날 때까지 앞장서 갔다. 그런데, 어느 정도 올라가자 잘 정비된 등산로는 사라지고, 오지에서 흔히 보는 등산로로 바뀐다. 역시 오지다.
어쨌든 계속 치고 올라가 첫 번째 깔딱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선두를 산행 대장에게 내주고, 주변을 둘러보며 가쁜 숨을 골랐다. 그렇게 산행 대장 포함, 선두 조 3명과 단독 산행 중인 초면의 산꾼 등 네 명에게 선두를 맡기고, 뒤에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다시 시작된 깔딱을 어느 정도 오르자, 어느 순간부터 간간이 암릉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중 한 바위 위에 상처가 없는 게 동사한 거로 보이는 이름 모를 새의 사체가 있다. 그 새의 정체가 궁금해 이 글을 쓰며 ‘구글 이미지’로 찾아보니, '어치'다. '어치'라면 텃새인데, 동사했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천적에게 당한 건가? 사실 처음 사체를 발견했을 때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처가 있는지 유심히 관찰했는데, 외부로 보이는 상처는 없다! 고로 내 수준에서 사인은 모른다. 이정표도 없고, 산악회 리본도 구경하기 힘든 코스의 산행이라, 의지할 건 앱의 지도라, 수시로 그걸 확인하며 깔딱을 올라, 11시 5분경 능선에 올라선 이후 처음으로 앙상하나 울창한 숲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봉우리가 보이는 곳에 도착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조금만 올라가면 무명봉 정상에 도착할 거로 생각하고 갔으나, 여전히 정상은 아니라,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비록 등산로는 없지만,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에는 해발 1,009.9m의 '반륜산'이 오른쪽에 있다. 하지만, 등산로가 있는 산경표 지도에는 해발 976.5m의 '반윤산'이 등산로에서 벗어난 왼쪽에 있다. 산경표 지도의 등고선으로 봤을 때, 오른쪽의 봉우리가 반륜산이다. 등고선과 축척으로 예측한 반륜산까지의 남은 거리는 500m 내외로 보인다. 그런데, 위로 갈수록 앞을 막고 있는 잡목이 무성해, 그걸 통과하다가 수없이 귀싸대기 맞는 건 그러려니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잡은 나무가 꽤 날카롭고 긴 가시나무다. 덕분에 가시 두 개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에 꽂혀, 가던 길을 멈추고 그걸 빼냈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피가 나고, 찔린 지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 얼얼하다. 사실 손이 시려서가 아니라,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오지 산행에는 장갑이 필요한데, 갑갑해서 안 낀다. 어쨌든 여전히 바람막이 주머니에 든 장갑은 안 끼고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20분경 혹자는 '작은반륜산'으로 인솔 대장은 '삼각점봉'이라 부르는 봉우리 직전 무명봉 정상에 도착했다.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25분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정상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인솔 대장이 언급한 '서래야'의 '작은반륜산' 명패를 주변 나무에서 샅샅이 찾아봤으나, 안 보인다. 대신 지난 11월 다녀간 목요 오지팀 주요 산꾼 중 한 명의 리본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산행에서는 처음 발견한 리본으로 이후 염장봉까지 주요 지점에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11월 다녀간 인솔 대장이 언급하고 당시 대장이 사진으로 남긴 서래야의 명패는 그사이 유실된 듯했다. 해서 삼각점과 리본만 기록으로 남기고, 앞에 있는 반륜산으로 바로 출발했다. 그런데, 반륜산으로 가며 보니, 정상 주변 나무에 겨우살이가 엄청나다. 한반도 남쪽의 온갖 산을 다 다니는 동안, 수많은 겨우살이 군락을 만났지만, 이보다 더한 밀도를 보이는 곳은 없어, 그저 입만 떡 벌리고 정신없이 사진만 남겼다. 그리고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데, 등산로 바닥에 의외의 표시를 보고 깜짝 놀라 기록으로 남겼다. 지난 11월 다녀간 목요 오지팀 선두가 남긴 방향 지시다. 이 또한 이번 선두가 새롭게 설치한 것과 함께 산행이 끝날 때까지 길잡이가 됐다.
바로 앞이 이번 산행의 주요 봉우리 중 하나이자 이름을 가진 천고지 중 하나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는데, 코앞이라 생각했던 정상에 도착하는데, 5분 26초가 걸렸다. 즉 코앞이 아니라, 최소 200m 이상의 거리다. 정확하게 11시 35분 우리의 '서래야'가 만들어 나무에 매단 '반륜산, 1,009.9m' 명패가 있는 정상에 도착해, 먼저 정상 명패와 산악회 리본 등을 기록으로 남기고, 작은반륜산 정상에서 따라 잡힌 노년 산꾼의 도움으로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이후 그 노년의 산꾼과 반론산까지 같이하고 염장봉 갈림길로 돌아 나오는 과정에서 지쳤는지 후미와 같이 오겠다는 그를 남기고 먼저 출발하면서 헤어졌다. 그렇게 인증을 남긴 후 195번째 천고지인 반륜산을 떠나, 다음 천고지인 반론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산경표 지도에 있는 반론산 갈림길로 올라가는 경사가 이번 산행 최고의 깔딱으로 느껴질 정도로 힘들어,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쉬었다. 이후 지도상의 갈림길이 주요 이정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56분 이정표 기둥에서 떨어진 걸 앞선 산꾼이 바닥 잡목 사이에 설치한 '반론산 철쭉나무, 분취류 자생지, 0.8km'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반론산까지는 0.8km다. 그리고 되돌아 나와야 하니, 왕복 1.6km! 왕복 1km가 넘으면 안 간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인간이나, 여기가 염장봉 갈림길이 아니길 빌며, 우회전해 반론산으로 향했다. 염장봉 갈림길이 아니라면 왕복하는 거리가 그만큼 짧아진다. 그리고 갈림길이라고 해도, 다시 여기 올 일이 없고, 산행의 최우선 목표인 천고지라, 원칙을 지키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좌회전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칼등 능선으로 바뀐다. 그리고 가끔 조망도 트여 주변을 감상할 수도 있다. 다만, 초미세먼지가 '나쁨'이라 그런지, 시야가 넓지는 못해 가까운 곳만 명확하게 보일 뿐이다. 그런데, 편도 0.8km에 불과한 거리에 기복만 대여섯, 와중에 암봉도 넘어야 해 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없던 눈까지 쌓여 있어 더 위험하다. 그럼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암봉을 넘으면 간단하나, 그렇지 않고 우회하면, 지옥이 따로 없다. 물론 암봉에 오르면 전망대라, 지나온 능선 및 가야 할 능선과 B 팀이 한창 오르고 있을 고양산과 상정바위산의 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길을 재촉해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위험하니, 왼쪽으로 우회하라고 한 암봉 아래에 도착해서 보니, 왼쪽 나뭇가지에 방향을 알려주는 오지 팀 주요 산꾼의 리본이 달려있다. 암봉을 피해 왼쪽으로 우회하라는 거다. 그런데, 그 방향에는 앞서간 선두 네 명의 흔적이 없다. 그리고 우연히 오른쪽을 보니, 두 명의 산꾼이 낙엽 쌓인 급경사를 미끄러지며 내려가고 있다. 얼핏 보기에 우리 일행으로 보이는데, 금방 바위 사이로 사라져 확인은 못 했다. 우리 일행이 아니면 심마니다! 와중에 가쁜 숨을 고르는 동안 나를 추월한 산꾼은 벌써 암봉을 오르고 있어, 신이 나서 그 뒤를 따라 올랐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서자, 앞에 반론산과 고양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기는 동안, 앞선 노년의 산꾼이 암봉에서 내려갔고, 그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가 길을 잘못 잡는 바람에 암봉을 넘은 게 아니라,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고로 앞서 본 두 산꾼과 같이 낙엽 쌓인 급경사로 암봉을 우회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뭐 하러 암봉에 올랐을까? 그나마 난 암봉 끝까지 내려가지 않고 중간에서 능선으로 올라가 덜 했으나, 끝까지 내려간 산꾼들은 인솔 대장이 권했던 왼쪽으로 우회한 것만 못한 지옥을 맛봐야 했다.
암봉을 우회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던 노년의 산꾼을 기다려, 다시 길을 재촉해, 12시 17분 산호동굴 안내문에 도착했다. 산호동굴, 정확히는 석회 동굴은 여기서 100여 미터 아래에 있고, 지금은 보호를 위해 입구를 차단해 내려가 봐야 들어가서 구경할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 안내문을 세워둔 이유가 뭘까? 철거에 돈이 들어서? 어쨌든 그 안내문을 기록으로 남기고 등산 앱의 지도로 반론산까지 남은 거리를 추정하며 다시 길을 재촉해, 12시 21분 갈림길 이정표에 도착했다. 직진은 반론산으로 0.50km, 우회전은 어딘지는 모르나 '내려가는 길'로, 1.28km다. 분명 우리는 왼쪽으로 내려가야 하나, 이정표는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어, 우리가 내려가야 할 길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앞선 갈림길까지 돌아가는 게 싫어 여기가 우리가 내려가야 할 길이길 빌며 계속 전진했다. 그리고 12시 28분 '정선 반론산 철쭉나무 및 분취류 자생지' 안내문에 도착했다.
[정선 반론산 철쭉나무 및 분취류 자생지]
천연기념물
소재지 : 강원도특별자치도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산1 외
이 철쭉나무는 해발 1,064m의 능선지대(稜線地帶)에서 유일하게 소교목(小喬木)으로 자라고 있으며 규모(規模)는 높이 4.39m, 둘레 0.84m이다.
수관(樹冠)은 동서(東西)가 6.9m, 남북(南北)이 6.7m이며 수령(樹齡)은 생장추(生長錐)로 조사한 결과 약 200년생 정도로 추정(推定)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철쭉 중 가장 큰 것으로, 나무의 특성(特性)은 키가 작고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며, 잎은 봄에 돋았다가 가을에 떨어지고 꽃은 늦은 봄에 연분홍색으로 핀다.
또한 이 주변에는 이 지역(地域)에서만 자라는 특산종(特産種)인 사창분취 등 10개 종과 희귀종(稀貴種)인 복분취 등 4종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미기록종인 흰큰용담 및 정선 댕강나무 등이 자생(自生)하고 있다.
이 일대는 북방계(北方系) 식물의 자생(自生) 남한지로서 학술적 가치가 큰 곳으로, 이곳 철쭉나무 및 분취류 자생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198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정상 바로 아래로, 여기서부터는 나무를 땅에 박은 계단으로 이어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 쌓인 급경사를 계단으로 오르자, 갑판 쉼터 겸 전망대로, 천연기념물 철쭉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단독 산행을 즐기는 산꾼이 내려오며, 5분 정도 더 가면 정상이라고 알려준다. 응? 아직도 5분이나? 어쨌든 철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정상을 향해 가자, 산행 대장 포함 오지팀 선두 셋이 내려온다. 그들과 몇 마디 농담을 나누고 헤어져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2시 36분 철봉 기둥에 '정선 반륜산 1068M'라 쓴 명패가 달린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옆에는 철판에 '여기는 해발 1,040m 반론산 정상입니다'라고 쓴 표지가 또 있다. 도대체 어느 높이가 맞는 걸까? 그런데, 정상은 이 두 표지가 있는 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야 해, 올라가 보니, 삼각점과 이정표가 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직진은 ‘봉정리’, 우회전은 ‘고양리’다. 즉 아래 갈림길 이정표에서 숨긴 지역은 다른 곳이 아니라 우리가 출발한 고양리라는 거다. 고로 거기로 내려가면 안 되고 죽으나 사나, 바닥에 떨어진 이정표가 있는 염장봉 갈림길로 0.8km를 돌아가야 한다. - 정선군수
그런데, 진정한 반론산 정상은 암봉으로 전망대라, 당연히 바위에 서서 보이는 모든 걸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래 봐야 미세먼지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후 일행의 도움으로 정상 표지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정상에서 내려가, 염장봉 갈림길로 향했다. 당연히 되돌아가는 중에 반대쪽에서 오는 후미를 만나 몇 마디 얘기도 나누며 가, 고양리 갈림길에서 후미와 같이 오겠다는 노년의 산꾼과 헤어져, 12시 53분 산호동굴 안내판을 지났다. 이후 이번에는 암봉을 반대쪽에 제대로 올라, 12시 59분 암봉 정상에 도착해, 반론산과 고양산의 모습을 다시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염장봉 갈림길 정상에 있는 선두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1시 13분 바닥에 떨어진 이정표가 있는 염장봉 갈림길에 도착해, 왕복한 정확한 거리를 알기 위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캡처했다. 이후 출발할 때 캡처한 이미지와 비교해, 대략적인 거리를 산정한 결과, 이정표와는 달리, 왕복 2km 내외로 둘 사이에 0.4km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걸 발견했다. 도상거리와 실제 거리의 차이로 보인다. 별 의미는 없지만, 왕복에 1시간 17분이 걸렸다.
이제는 염장봉을 향해 달리면 된다. 그런데, 길 상태가 영 아니다. 하지만, 이미 11월에 오지팀이 달렸고, 지금은 앞에 네 명이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은 없이, 인적을 따라가다, 배가 고파 사당역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리고 김밥을 다 먹은 후, 뜨거운 보리차를 마시기 위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멈춰, 나무에 기대서서, 보온병을 꺼내 뜨거운 보리차를 뚜껑에 붓는 동안, 저 앞산 기슭에 무언가 움직이는 듯해 유심히 살펴보니, 고라니 한 쌍이다. 아니, Water Deer로 불리는 고라니는 물이 있는 낮은 지대에 사니, 저건 고라니가 아니라 노루다! 그런데, 보온병과 뚜껑을 들고 있는 바람에 그 한 쌍의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어쨌든 그렇게 간단히 요기하고 길을 재촉해 눈 쌓인 급경사를, 인적을 따라 내려가는데, 반대편에서 세 명의 산꾼이 올라온다. 당연히 염장봉에서 출발한 산꾼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가까워져 얼굴을 확인하니 우리 선두 셋이다. 소위 얘기하는 알바를 한 거다. 그리고 나를 보자, 반대로 올라가, 오른쪽 능선을 타라고 한다. 해서 다시 위로 5m가량 올라가, 오른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며 보니, 방금 내려간 인적이 있다. 단독 산행을 하는 그 산꾼의 인적이다. 역시 전문가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내가 선두가 돼서, 그 산꾼의 인적과 11월에 다녀간 오지팀의 인적을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굽이치며 흐르는 골지천의 모습이 보여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계속 달려, 2시 9분 '805봉(절골봉)'이라 생각되는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정상에 도착했다. 그 삼각점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에서 내려가니,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이번 산행 마지막 목표인 염장봉이다. 그런데, 앞서간 단독 산행 중인 산꾼의 인적만 있을 뿐, 등산로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길의 흔적은 없다. 그나마 그 산꾼이 잡목이 드문 사이로 가고 있어, 그 인적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2시 19분 임도를 만났다. 해서 근처에 등산로가 있지 않을지 찾아봤으나, 그 산꾼의 인적 외에는 없다. 그리고 산경표 지도의 등산로가 실제로는 없어, 다시 그 산꾼이 만든 인적을 따라 관목을 뚫고 갔다. 와중에 낙엽 위에 쌓인 눈 덕에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며, 앞에 보이는 염장봉을 주시하며 내려가, 두 번째 임도에 도착했다. 그 순간 산악회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 때 염장봉에 관해서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염장봉에는 등산로가 없고, 많은 임도를 만나는데, 무시하고 뚫고 가라고 했던! 말인즉 등산로 찾는 수고를 하지 말라는 거다.
뒤에서 따라오는 산행 대장과 일행에게도 인솔 대장이 했던 말을 상기시킨 후 등산로 찾는 건 포기하고, 잡목을 뚫고 염장봉을 향해 갔다. 물론 절골봉 이후, 계속 그렇게 왔다. 와중에 그나마 의지하고 있던 산경표 지도의 등산로도 버렸다. 그리고 울창한 관목을 뚫고 나가자, 낙엽송 숲이다. 물론 우리야 뒤에서 따라오는 후미를 위해 주요 지점에 산악회 리본 또는 바닥에 방향 지시를 깔며 왔다. 어쨌든 낙엽송 숲에 들어서자, 지금까지 시야를 가리던 잡목이 사라지고, 낙엽송 간 거리가 꽤 넓어, 앞이 뻥 뚫려, 어느 코스로 염장봉 정상으로 올라가야 할지 그림이 그려졌다. 물론, 넷이 생각이 다 달라, 각자가 생각한 코스대로 위로 갔다. 절골봉 이후 선두에서 잡목을 뚫고 오느라, 체력 소모가 심한 나는 직선으로 올라가지 않고 크게 갈지자를 쓰며 올라갔다. 와중에 동영상까지 촬영해 넷 중 마지막으로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3시 1분이다. '鹽藏峰, 정상 668M'라 음각한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는 먼저 도착한 일행이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도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겼다.
이후 선두 조 단체 인증을 남기고, 주변에서 소금 단지를 찾다가, 인솔 대장이 대리석으로 덮여 있다고 한 소개가 기억나, 대리석을 찾았다. 그리고 정상석에서 3m 정도 거리에 대리석을 발견했다. 그 대리석을 들어 올리자, 반쯤 깨진 뚜껑으로 덮여 있는 소금을 가득 채운 땅에 묻힌 항아리가 있다. 이 소금 덕에 이 동네에 화재가 없다! 염장봉 정상 아래에 묻힌 소금 단지를 발견한 거로, 이번 산행에서 목표로 한 건 다 달성했다.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햇볕이 들지 않는 북서사면 급경사 능선 위로 등산로가 달리고 있고, 울창한 침엽수림이 그나마 햇볕도 가려, 급경사 능선의 눈이 그대로다. 덕분에 하산이 쉽지 않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지 않기 위해, 게걸음으로 급경사를 내려갔다. 그러다, 왼쪽 아래로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안전 밧줄을 발견했다. 말인즉 저 밧줄이 있는 곳이 정규 등산로다. 염장봉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는 아니고, 정상이 좁아 제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갑판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었는데, 그게 8분 능선으로 이어진 거다. 물론 우리가 내려가는 등산로와 그 등산로는 밧줄을 발견한 조금 아래에서 만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급경사를 내려가, 3시 18분경 여전히 미끄럽기는 하나, 경사는 조금 완만해진 임도에 도착했다. 그 임도로 100여 미터를 가자, 숲 사이로 여량과 아우라지가 보인다. 다 왔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숲이 끝나고 수확이 끝난 밭이다. 등산로는 밭 옆으로 있으나, 수확인 끝난 얼어붙은 밭이라, 그걸 가로질러 가며 앞에 보이는 산세를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이후 저 산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혹시 목요 오지팀에서 산행 계획을 공지하면 신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산행 대장이 역시 그 산을 보며 '저렇게 보여도, 상원산도 쉽지 않은 산이야!'라고 한마디 한다. 응? 저게 상원산이라고?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와 몇 년 전에 달린?' 해서 유심히 살펴보니, 맞다! 2021년 9월에 달린 상원산, 옥갑산으로[산행기], 전면에 보이는 게 옥갑산이다. 해서 아우라지가 익숙했던 거다. 그리고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 2023년 12월 2일 다시 달린 상원산, 옥갑산 연계 산행에 산행 대장이 동참해 잘 알고 있었다[앨범]. 현재 목요 오지팀도 2025년 1월 16일 산행 예정으로 신청[신청]을 받고 있는데, 만석에 대기자도 있다!
왜, 내게 아우라지가 익숙했는지, 깨달은 후 밭을 가로질러 내려간 후 뒤로 돌아 밭과 염장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3시 26분경 마을 도로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상 산행은 끝났다. 산악회 버스가 아우라지를 떠나, B 코스 들머리인 덕송교를 향하는 시간은 4시 40분! 고로 1시간 14분의 여유가 있다. 해서 아우라지 둘레길을 돌기로 했으나, 산행 대장을 제외하고, 다들 관심이 없는 듯했다. 특히 나는 파블로프의 개가 됐는지, 산행이 끝나면 배가 고파, 무언가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와중에 후미는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 후미를 둘레길이 아니라, 아우라지역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후미를 위해 바닥에 아우라지를 가리키는 방향 지시를 깔며, 역으로 향했다. 다만, 산행 대장은 우리와 헤어져 계획대로 아우라지 둘레길 방향으로 갔다. 그리고 3시 39분 어름치 조형의 카페가 있는 아우라지역에 도착해, 산길샘의 '기록 마침'을 눌러, 트랙 기록을 마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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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39분 아우라지역에 도착했으나, 4시 40분에 버스가 B 코스 들머리인 덕송교로 향할 예정이라, 화장실에 들러, 등산지팡이를 씻은 후 주변 먹거리촌으로 가, 밖에 있는 메뉴를 보고, 마음에 드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영업을 하지 않거나, 원하는 메뉴는 준비가 안 된다고 해, 몇 번을 찾아 헤맨 끝에 식탁 6개 중 하나에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이 술을 마시고 있는 작은 '아리랑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식탁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감자전을 주문하고, 냉장고에서 이슬이를 꺼내며 보니, 맥주가 없어, 한참 감자를 갈고 있던 주인에게 얘기하자, 감자전을 올려놓고, 가져다주겠단다. 해서 주인장이 옆 식당에서 빌려온 맥주를 더해 소맥을 만든 후 화장실에서 씻고 있는 선배 산꾼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우라지 둘레길 구경을 갔던 산행 대장이 먼저 도착하고, 조금 있다, 그 선배도 도착해 셋이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그런데, 그 감자전이 예술이라, 애초 간단하게 한잔만 하려고 했는데, 더 예술인 ‘메밀부치미’를 추가해 맥주 두 병에 이슬이 세 병을 마셨다. 고로 이슬이 기준 각 1병 했다.
그렇게 마시고 버스 출발 시간인 4시 40분의 10분 전에 식당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 버스에 타고 보니, 여섯이 부족하다. 그런데, 분명 출발할 때는 13명이었는데, 산행 대장은 14명이라고 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더니, 죽전에서 탄 청춘이 산행을 안 하고 버스에 그대로 있었단다. 정확한 건 모르나, 고양산 들머리에 도착한 후 산행 선택을 잘 못했다는 걸 깨달은 듯하다. 어쨌든 예정된 버스 출발은 4시 40분으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섯이 아직이라, 산행 대장이 그중 한 산꾼에게 전화하니, 지금 주차장으로 오고 있다고! 덕분에 예정대로 4시 40분,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버스를 타고 B 코스 날머리로 향했다. 만약 처음 계획대로 소요 시간을 5시간으로 책정했다면, 낙오자가 속출하고, 염장봉은 선두 몇을 제외하고는 오른 사람이 없을 뻔했다. 확실히 겨울에는 눈을 고려하여 산행 시간을 책정해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B 코스를 향해 가다, 그 길목에 있는 하산주를 마시기로 예약한 신장개업한 월남쌈 샤부샤부 식당인 '정선당' 앞에 승객은 내리고, 산행 대장과 식사를 안 하다고 했던 둘 등 셋만 B 코스 날머리로 계속 갔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식당을 인솔 대장은 어떻게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주인장의 인도로 2층으로 올라가자, 23명의 자리가 세팅되어 있다. 들머리 도착 전 확인한 바에 따르면, 네 명은 하산주를 안 하겠다고 했으니, 25명이어야 하는데, 산행 중 두 명이 더 취소해 23명이 된 듯하다. 물론 23명 중에는 기사가 포함된다. 일단 먼저 도착한 A 코스 팀 11명이 주당과 비주당으로 나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당 팀은 고양산행을 마치고 오는 선수들도 고려해 자리를 잡고 앉아, 먼저 맥주와 이슬이를 가져다,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나온 샤부샤부 육수를 불에 올려놓고, B 팀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역시 내 예상대로 6시간 30분으로는 부족해 몇 명의 낙오자가 있어, 예정인 5시 10분에 날머리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5시 20분경 출발해, 5시 25분경 식당에 도착했다. 애초 인솔 대장이 하산주 시간을 40분으로 책정했으나, B 팀이 늦어 조금 연장됐고, A 팀은 B 팀보다 20여 분 이른 4시 57분경 도착했으니, 그만큼 하산주 마실 시간이 더 있었다. 그렇게, 월남쌈 샤부샤부로 이른 저녁을 이슬이 반주로 마시고 6시가 조금 못 된 시간에 식당에서 나와 서울로 향했다.
정확히 몇 병을 마셨는지는 기억은 없으나, 우리 식탁의 선두 조 네 명 중 고양산 코스로 간 한 명을 뺀 셋은 아우라지역 식당 촌에서 이슬이 각 1병과 맥주 2병을 나눠 마셔, 더는 술이 들어갈 수 없는 상태로 버스에 탔다. 그리고 바로 잠이 들어, 인솔 대장이 깨워 눈을 뜨니, 휴게소라,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 볼일 보고 차로 돌아오며 어딘지 확인했다. 서울 기준 거의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덕평이다. 그리고 1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뒤에서부터 승객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온다. 2024년 목요 오지팀 마지막 산행이라, 승객에게 송년인사를 하는 거다. 그리고 2025년 첫 산행은 1월 2일 삼척 백병산인데, 낙동정맥의 최고 높은 산이라, 인기가 좋아, 오지팀 주요 선수 몇은 신청을 안 했다. 물론 거기에 나도 있다[산행기]. 고로 2025년 첫 목요 오지 산행은 2주 차 목요일인 9일, 내가 가자고 한 횡성 봉복산이다. 역시 대장과 악수하며 송년 인사를 하는데, 대장이 뜻 모를 소리를 한다. 지금도 무슨 뜻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어쨌든 9시 18분경 양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 선수들이 한잔 더 하자고 하는 걸 피해 집으로 도망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막내로서 총알받이를 잘해라?!]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대로 '고양리 버스정류장 → 반륜산 → 능선 삼거리 → 반론산 왕복 → 능선 삼거리 → 805봉(절골봉) → 염장봉 → 철탑 → 여량초교 → 아우라지역 주차장'의 11.43km(산길샘) 코스를 5시간 19분 동안 달렸다. 이동 4시 39분, 휴식 40분!
예보보다는 따뜻한 날씨라, 추위에 고생하지는 않았으나, 역시 천고지 산이라, 음지의 녹지 않은 눈 덕분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산행이다.
전망대가 없어, 조망 또한 없고, 암릉이 거의 없어 산행 재미 또한 없는 코스라, 오지 산행을 즐기거나, 나처럼 천고지가 목표가 아니라면 굳이 찾을 이유가 없는 산이다.
굳지, 오르고자 한다면, 천연기념물 348호 철쭉이 있으니, 철쭉 개화 시기에 맞춰 방문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