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408. TMC (따알 메디컬 센터)
죠셉의 상태가 다시 또 안 좋아졌다.
이번엔 엉덩이쪽에 환부가 생겼다. 색깔이 검붉게 퍼지고 우둘우둘해졌다.
두어 달 전에 따알 병원 피부과에 갔을 때 의사의 스케쥴을 내 휴대폰으로 찍어두었기 때문에 마침 토요일에도 진료가 있다는 걸 알수 있다.
지난번 만났던 피부과 의사 마리아 고디니즈의 진료 시간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이다.
이른 점심을 먹고 병원에 도착하니 12시 반이 조금 넘었다.
전과 달리 입구에서부터 삼엄한 분위기다. 병원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의 체온을 재고, 외국을 다녀왔는가 문진을 하고 카드를 쓰라고 한다.
병원 환자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늘 느끼지만 이곳 병원은 참 한심하다. 1시부터 진료라기에 12시 반에 왔는데 접수번호가 벌써 14번째다.
우리는 지난번처럼 차례가 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것이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쇼핑몰에 가서 이것저것 쇼핑을 하고 또 시간을 보내느라 쓸데없는 것들을 사기도 하고 별짓을 다 했는데도 시간은 좀체 지나지 않고 차례는 여전히 느리기만 하다. 결국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의사를 겨우 만났다.
이번엔 의사가 fungus라는 말을 한다. 버섯균이나 곰팡이라는 말로 알고 있는데 일종의 무좀인지도 모르겠다.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자주 이런 종류의 피부병이 생기나보다.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는 말과 함께 약 처방을 받았다. 진료비와 약값이 15만원이 넘었지만 외국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병원에 오면 질리도록 기다리는 시간이 공포스럽다
각 의사마다 쎄크레타리가 하나씩 있어서 의사를 돕는 절차를 진행하고 돈을 받기도 하기에 나는 묘수를 찾아 그녀에게 접근했다.
다음 토요일에 다시 올텐데 외국인인 우리가 매번 이렇게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드니 우리를 도와줄 순 없겠느냐고 사정을 해 보았다.
그녀의 폰 넘버를 받았고 다음 주 병원가는 하루 전날 메시지를 넣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도와달라고 간절히 써 보냈다.
해당 의사 이름이 무엇이냐? 환자 이름이 무엇이냐? 등등 그녀의 질문에 우리는 한국인 환자라고 일일이 적어 보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이번엔 접수하기 전에 쎄크리타리를 먼저 찾았다.
그녀가 내민 용지엔 우리가 첫번째 환자로 기재되어 있었다. 너무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와락 그녀를 안았다.
한 주만인데 병원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이번엔 마스크 쓴 환자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에 대해 완전히 무신경해진 것 같다.
의사가 오자마자 우리는 1번으로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환부도 깨끗해졌다고 다시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가지고 간 작은 건빵 두 봉지를 그녀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환부도 다 나았고, 기다리는 고생도 안하고 일찍 끝나서 돌아오면서 우린 여기서도 이렇게 뭔지 적응을 해 낸것 같은 자부심마저 생겼다.
첫댓글 빨리 히복 되어서 다행 입니다.
잔듸 밭 열심히 누비세요.
의료시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