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 목필균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바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 일으킨다.
얼음새꽃
매화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톡톡
혈관을 뚫는
뿌리의 안간힘이
내게로 온다
실핏줄이 옮겨온
봄기운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햇살이 분주하다.
2월의 시 / 홍수희
아직은
겨울도 봄도 아니다.
상실의 흔적만
가슴께에서 수시로 욱신거린다.
잃어버린 사랑이여
아직도 아파야 할
그 무엇도 남아있다면
나로 하여 더 울게 하고
무너진 희망이여
아직도 버려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쓴 잔을 비우게 하라.
내 영혼에
봄빛이 짙어지는 날
그것은
모두 이 다음이다.
2월의 약속 / 윤보영
2월은
1년 중 가장 짧은 달이라고 했지요
짧은 만큼 감동이 일게 일할게요
힘든 2월이라 했지요
힘든 만큼
더 보람된 시간으로 채울게요
2월 내내
바쁜 줄도 모르게 바쁠 거라 했지요
바빠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여유 있게 보낼게요
미소도 나누고
행복도 나누면서
의미 있게 보낼게요
참, 나처럼
나누면서 보낼 거죠?
나를 위한 2월이니까
내가 주인인 2월이니까
내가 나에게 약속했듯
약속하고
행복하게 보낼 거죠?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시인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2월 / 오세영
'벌써' 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이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없을 것이다...
따뜻한 댓글과 답글은 그 사람의 향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