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아야 할 사람은 일찍 죽고 일찍 죽어야 할 사람은 오래 산다.“고 말했던 사람은 니체였다. 그가 말한 일찍 죽은 사람이 예수였고 나머지는 우리 모두 일지도 모른다. 죽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는데, 그 시간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앞서간 사람들의 생을 통하여 가끔씩 죽음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하게 되는데, 소크라테스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
세계 철학사에서 최초의 순교자는 악처 코산티페의 남편이자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이다. 그는 아직 배울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너무 일찍 가르쳐 가지고, 그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어 기소가 되었다. 재판관들은 그를 방면하려고 했으나 민중들은 투표를 통하여 그에게 사형을 결정하였고, 독약을 마신 뒤 죽어야 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탈옥을 권했다. 하지만 그 때 나이가 70세였던 소크라테스는 지금이 바로 죽어야 할 가장 ‘훌륭한 시간’이라고 말하며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기운을 내게 자네들은 오직 내 육신을 묻으려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네.”하고 말했다. 철학사에 길이 남을 이 날의 이야기를 그의 제자인 플라톤은 슬프면서도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글로 남겨 놓았다.
“그는 일어나 크리튼과 함께 욕실로 갔다. 크리톤은 우리들에게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의 큰 슬픔에 대해 말하거나 이를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는 아버지와 같았는데 이제 우리는 그를 여의고 여생을 고아처럼 지내야하는 것이다.…… 이제 해질 때가 가까워졌다. 그가 안으로 들어간 다음 상당한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그는 밖으로 나와 다시 우리와 함께 앉았다…… 그러나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 곧 간수가…… 들어와 그의 옆에 서서 말했다. “소크라테스, 나는 당신이 지금까지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가장 너그럽고 가장 훌륭한 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상부의 명령으로 독약을 마시라고 명령할 때, 나에게 화를 내고 저주를 합니다만, 당신은 나에게 화를 내지 않으리라고 정녕 확신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죄는 나에게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편안한 마음으로 운명의 짐을 가볍게 지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내게 온 용건을 아실 테죠.” 이렇게 말하고 그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서 나갔다. 소크라테스는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자네도 잘 있게. 자네가 하라는 대로 하겠네.”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내가 감옥에 들어온 후, 그는 언제나 나를 보러 왔네. 그리고 보다시피 지금도 그는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네. 따라서 크리톤, 우리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네. 독약이 준비되었거든, 잔을 갖고 오라고 하게. 아직 준비되지 않았거든 담당자에게 준비하라고 하게.” 크리톤은 말했다. “그러나 해는 아직도 언덕 위에 있고 밤 늦게야 약을 마신 사람도 많다네. 이 사람들은 통고를 받고 난 다음에도 먹고 마시는 등 감각적인 즐거움을 즐겼다네, 서두르지 말게, 아직 시간은 있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크리톤, 자네가 방금 말한 사람들이 그렇게 한 것은 당연하네. 그들은 잠시라도 죽음을 지연시키면 그만큼 이롭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나 나는 독약을 조금 늦게 마신다고 해서 소득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일세. 내가 이미 죽은 목숨을 아끼고 아쉬워한다면 그것은 내가 생각해도 우스운 일일세. 제발 내가 하라는 대로 해주고 내 말을 거절하지 말게.” 크리톤은 이 말을 듣고 하인에게 신호를 했다. 하인은 안으로 들어가 잠시 있다가 독이 든 잔을 가진 간수와 함께 돌아왔다. “여보게, 자네는 이 일에 밝을테니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주게.” 간수는 대답했다. “다리가 무거워질 때까지 걸으십시오. 다음에는 누우십시오. 그러면 독이 퍼지지 시작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잔을 소크라테스에게 건네주었다. 소크라테스는 가장 태평하고 가장 온화한 태도로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고 안색이 변하거나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일도 없이 평상시와 조금도 다름없는 태도로 눈을 크게 뜨고 간수를 바라보며 잔을 받아들고 말했다. “이 잔에 든 것으로 신에게 헌주獻奏하고 싶은데 어떨까? 괜찮을까? 안될까?” 간수는 대답했다. “소크라테스, 우리는 꼭 필요한 만큼만 준비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알았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나의 여행이 편안하도록 기도드릴 수는 있을 것이고 기도드리지 않으면 안 되지. 이것이 나의 기도이니 내 뜻을 받아주소서.” 이렇게 말하고 그는 잔을 입술에 대고 태연하고 쾌활하게 독을 마셨다. 이때까지는 우리들은 대부분 간신히 슬픔을 참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가 독을 마시기 시작하고 또 독약을 다 마신 것을 보자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 역시 더 참을 수가 없어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래서 나는 얼굴을 가리고 나 자신을 위해 울었다. 확실히 나는 소크라테스를 생각하고 운 것이 아니라 이러한 벗을 잃게 된 나 자신의 불행을 생각하고 울었다. 내가 처음으로 울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크리톤은 눈물을 억제할 수 없으니까 일어나서 나가 버렸다. 나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이 순간 지금까지 줄곧 눈물을 흘리고 있던 아폴로도로스가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의 통곡은 우리들 모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소크라테스만이 침착했다. 그는 말했다. “무슨 괴상한 울음소린가? 나는 이런 꼴을 보일까 두려워 부녀자들을 내보냈던 거야. 사람은 조용히 죽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네. 제발 조용히 참도록 하게” 우리는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워 눈물을 참았다. 소크라테스는 걸어다니다가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간수의 지시대로 반듯이 누웠다. 그에게 독을 준 간수는 가끔 그의 발과 다리를 살펴보았다. 잠시 후 간수는 그의 발을 세게 누르면서 감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없다.”고 대답했다. 다음에 간수는 다리를 눌러 보고 차츰 위쪽으로 손을 옮기다가 소크라테스의 몸이 차가워지고 굳어진다고 우리에게 눈짓을 했다.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느끼고 말했다. “독이 심장에 미치면 마지막일세.” 하반신이 뻣뻣해지자 그는 얼굴을 덮었던 것(그는 몸을 덮고 있었다.)을 젖히고 말했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크리톤, 나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 자네가 잊지 않고 이 빚을 갚아주겠나?” 크리톤은 말했다. “빚은 꼭 갚겠네. 다른 말은 없나?” 이 물음에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1, 2분 동안은 몸을 꿈틀거렸다. 그러자 간수가 몸을 가렸던 것을 벗겨 냈다. 그의 눈은 움직이지 않았고 크리톤이 눈을 감기고 입을 다물게 했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올바르고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우리들의 벗의 최후였다. 플라톤의〈파이돈〉)
오래 오래 사는 게 행복한 것인가? 일찍 죽는 게 행복한 것인가? 누구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들은 어느 날 죽는다는 사실, 그것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의미 있는 삶을 살자, 그런데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