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수타사의 보물을 찾아] 정병경.
칠월 장마는 변화무쌍해 초목마저 긴장 한다. 전국 곳곳에 소나기 예보가 있다. 주말을 맞아 역사탐방팀과 홍천길로 나서본다. 휴가철 주말 도로 사정은 여의치 않다. 녹음 속 산에 걸친 비구름이 휴식중이다. 자연도 쉬는 시간이 있다.
홍천 공작산 수타사는 서울에서 접근성이 용이해 수시로 다니고 있다. 수타사엔 숨은 보물이 있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33대 성덕왕聖德王 7년(708) 원효대사가 창건해 지금에 이른다. 공작이 알을 품은 형상이라하여 공작산으로 부르는 지형에 자리하고 있다. 옛 사찰은 산세와 지형 선택으로 큰 재해가 없는 편이다. 공작산 계곡물은 사철 마르지 않는다. 청정수가 홍천강을 향해 흐른다.
계곡을 따라 조성한 산소(o²)길은 사계절 남녀노소가 꾸준히 찾는다. 농촌테마공원과 생태숲공원이 있어 사찰은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 귕소의 출렁다리도 명물이다. 소의 먹이통과 흡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타사 산소길을 산책하다보면 시간은 절로간다. 계곡따라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가 합주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이다.
사찰은 대부분 계곡을 끼고 있어 해탈교가 있다. 수타사는 공작교를 건너야 한다. 좌측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은 물보라를 일으킨다. 일주문이 없어 바로 사천왕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법륜 스님이 건립했다는 봉황문鳳凰門 현판의 필체는 마치 새가 날개짓하는 모습이다. 대적광전 아래 수타사 현판이 걸린 흥회루에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창건 당시에는 일월사日月寺였다. 지금의 자리로 이건移建하면서 물이 떨어진다고 하여 수타사水墮寺 현판을 걸게된다. 이후 매해 승려가 물에 빠져 죽게 되어 목숨수壽의 수타사壽陀寺로 바꾸어 현재까지 쓰고있다. 고즈넉한 고찰에서 번뇌망상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법성게와 반야심경 구절이 필름으로 스친다.
홍천 수타사壽陀寺에 보관된 괘불掛佛은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국가의 보물 제177호이다. 괘불은 야외에서 행사할 때 사용되는 불화이다. 1690년에 제작한 수타사의 괘불이 보물로 지정된 이유가 있다. 가로422cm와 세로 640cm 크기의 괘불은 담채기법의 채색법과 묘법 등을 사용한 불화이다. 역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장마철이면 훼손될 우려가 있어 괘불 관리에 긴장한다. 원본 크기 삼분의 일 정도 되는 복제 괘불이 성보 박물관인 보장각 전시장에 걸려있다. 영상회상도와 지장시왕도 등의 전시품도 만나게 된다. 양사언의 친필인 淸虛影堂과 박윤묵의 壽陀寺 현판도 전시장에 걸려있다. '보장각' 현판은 탄허스님이 직접 쓴 글이다. 필체가 독특해 새겨보게 된다. 명필이다.
비로자나불 좌상이 모셔진 주불전인 대적광전은 조선 후기의 목조 불전이다. 예술성을 인정받아 2024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큰법당 원통보전은 짧은 역사를 지녔어도 가치를 더하며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법당의 작은 부처는 눈길을 끌게한다. 영조 때 조각한 목조관음보살상은 46cm 크기이며 법당 규모에 비해 작은 편이다.
번뇌를 내려놓고 세속의 원적지를 향한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법당에 들어서기 전 심우도 벽화를 보며 욕망을 지웠어도 돌아서는 순간 망각한다. 허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으로서 선사가 남긴 경전을 매일 읽으며 자신을 성찰한다. 안개 구름비를 선물받은 날,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공작산 탐방이다. 빗길을 뒤로하고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다.
2024.07.27.
첫댓글 박윤묵의 壽陀寺(수타사) 현판을 보니 숙연해집니다.
지허 선생님, 잘 다녀오셨습니다.
글과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 수국이 아낌없이 피었던 날
수타사 생태숲. 산소길을 친구랑
다녀온곳입니다
곳곳으로 잘 조성된 숲으로 아름다운
쉼터를 돌아보면 진정 자연의 내음에
온몸을. 정화한 듯 하였습니다
좋은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