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집멸도(固執滅道)
지나친 고집은 올바른 길을 잃게 한다는 뜻으로, 지나친 고집은 올바른 길을 잃고 패망에 이르게 한다. 지도자가 정도를 걸으려면 잘못된 고집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固 : 굳을 고(囗/5)
執 : 잡을 집(土/8)
滅 : 다할 멸(氵/10)
道 : 길 도(辶/9)
승승장구하던 유비가 대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파초대장정(破楚大長征)의 패배였다. 그것은 유비가 장량, 한신 등 신하와 명장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으로 일으킨 정벌이었다. 유비는 팽성에서 항우에게 대패하였다.
지도자가 되어 업적이 뛰어나거나 전쟁에서 연속적인 승리에 도취하면 마음이 오만해지기 쉽다. 그러면 자기 고집에 빠져 참모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고집대로 결정하고 실행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가야 할 정도를 잃어버리고 패망의 길로 들어서기 쉽다. 나는 그것을 고집멸도(固執滅道: 지나친 고집은 올바른 길을 잃게 한다)라 칭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집멸도(固執滅道)는 불교에서 말하는 고집멸도(苦集滅道)와는 다른 의미이면서도 통할 수 있는 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고집멸도(苦集滅道)는 불교의 사성제를 일컫는 말로 고(苦)는 인생의 고통, 집(集)은 번뇌의 집적, 멸(滅)은 번뇌를 멸하여 없게 한 열반(涅槃), 도(道)는 열반에 이르는 방법을 뜻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고집멸도(固執滅道)에서 고집(固執)은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의 뜻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것을 말하며 멸도(滅道)는 올바른 길을 멸한다. 즉 갈 길을 잃어버리고 멸망에 이른다는 의미를 지닌다. 역사상 지도자들이 고집으로 인해 멸망에 이른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도자가 정도를 걸으려면 잘못된 고집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한 고조 유방의 휘하엔 점차 사람들이 모여들어 항우에 대적할 정도의 군사와 백성들이 모여들었다. 유방의 휘하에 사람들이 모인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유방은 장수들의 직언을 깊이 새겨듣고 그들의 의견을 모아 의사를 결정하였으며 절대로 독선을 발휘하지 않았다. 둘째는 장수들의 공적을 아낌없이 취하하였으며 자기의 모든 전쟁과 행위에 있어서 명분을 쌓아갔다. 셋째는 인덕을 베풀어 백성들을 위로하였다.
그리하여 유방의 휘하엔 도원의 결의를 한 관우와 장비 외에도 장량과 한신같은 명사와 명장이 있었다. 그런 유방이 날이 갈수록 오만해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항우가 한왕 의제를 시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항우는 원래 성격이 거칠고 포악한 면이 있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단행하는 무도함이 있었다. 이에 항우가 의제를 시해한 사건을 두고 수많은 백성과 충신들이 항우를 천하의 역적이라고 분노하며 규탄하였다.
항우는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고 팽성에 도읍을 정하고 자기에게 충성하지 않는 제후와 백성들을 모질게 다루었다. 학정이 날이 갈수록 심해 민심은 점점 항우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때 항우를 정벌하겠다고 나선 유방은 낙양에서 의제의 국장을 성대하게 치르고 인의와 정통성의 명분을 쌓았다. 그리고 항우를 치기 위해 규탄하는 격문을 만방에 알렸다. 이른바 파초대장정(破楚大長征)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변방의 제후들과 백성들은 하나둘씩 유방에게로 몰려와 부하되기를 청하였다. 그렇게 하여 모인 군사만도 무려 56만이 넘었다.
이제 유방의 군사력은 항우에 대적할 만큼 강성해졌으나 아직은 제대로 된 조직과 훈련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유방은 자신감이 생겼으며 오만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명장 한신에게 말했다. "그동안 동공 삼로의 말씀대로 의제의 국장을 치르고 나니 제후들의 각지에서 모여 이토록 많은 군사가 생겼소. 이만하면 항우에 대적할만하니 곧 바로 항우를 쳐들어가면 어떻겠소."
이 말을 들은 한신은 유방에게 조용히 아뢰며 말렸다. "예로부터 병기(兵器)는 흉기에 속하고 전쟁은 흥망을 가르는 중대사입니다. 병력이 많다고 전쟁을 함부로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천시(天時)와 지리(地理) 시운(時運)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반드시 승산이 있을 때에만 일으켜야 합니다."
이 말은 장량의 말과도 일치하였으며 한신과 장량 등 휘하의 충성스런 장수들이 성급한 정벌을 조심스럽게 반대하였다. 그러나 유방은 지금이야말로 초나라 항우가 팽성을 비워놓고 제나라와 양나라를 공략 중이니 적기라며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유방은 그동안 수많은 전투를 하였으나 자기의 뜻대로 출정한 것이 아니었다. 항상 장량, 한신 등의 결정을 존중하여 따랐으며 늘 뒤에서 승리를 지켜보고 칭찬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기 스스로 전장에 나아가 보란 듯이 몸소 전과를 올리고 싶은 강한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즉시발군(卽時發軍)의 뜻을 굳혔다.
그런 유방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전장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걱정하는 한신 등에게 부탁했다. "초나라 군사들은 모두 자국을 떠나 원정 중이므로 정작 초의 수도인 팽성은 텅 비어 있을 것이니 우리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가면 팽성을 점령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오. 이번에는 나 자신의 몸소 진두에 나서서 그런 계략을 써 보기로 마음 먹었으니 대원수는 만약 내가 불리하게 되거든 급히 달려와 도와주기나 하시오."
유방은 이제는 대원수 한신마저 배제하고 전장에 나서려는 결심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장량 등의 책사들이 만류하였으나 유방은 듣지 않고 결심을 거듭 말했다. "나는 그동안 실전을 앞장서서 해 본 적이 없소. 이번만은 내가 직접 나가 싸워 보고 싶으니 더는 이 문제는 꺼내지 마시오."
유방의 단호한 결정에 모두 걱정스러웠지만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한신은 유방이 만일의 패배에 대비하여 함채라도 지키며 유방을 도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장량을 총대장으로 하여 대장정에 올랐다.
대군의 행렬이 진류를 지날 때였다. 장량이 유방에 나아가 '진류에 항우의 손에 죽은 의제의 손자인 희신(姬信)이란 분이 있으니 그를 만나고 돌아오겠다'고 간구하였다. 유방은 자신에 찬 모습으로 장량에게 한왕의 일가족 중에 유능한 인재가 있거든 진류왕(陳留王)에 봉하고 그 후손들을 도와주고 빨리 돌아오라고 하였다. 장량은 인사를 하고 떠났다.
이제 총대장 장량마저 떠났으니 유방은 총대장을 다시 임명해야 했다. 유방의 총대장 임명에는 의견이 분분하였다. 유방은 많은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표를 총대장으로 임명하여 임명장과 사령기를 하사하였다. 위표는 기쁨에 겨워 충성을 맹세하였다. 그러나 위표가 사령관이 되었다는 소식에 장수들이 "그동안 영명하시던 대왕께서 노망을 부리시는 것 아닌가"하며 크게 실망했다.
그렇게 팽성을 공략하여 나아간 유방의 군사들은 항우가 없는 텅빈 팽성을 지키는 팽월을 글과 언변으로 유인하여 항복하게 하고 그를 부하로 삼아 팽성에 무혈 입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성을 몰래 빠져 나온 항우의 애첩 우미인과 그의 아버지 우자기는 닷새 동안이나 쉬지 않고 말을 달려 남편 항우가 있는 제나라에 도착하여 항우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항우는 분노하여 전선을 신복인 용저와 종이매 두 장수에게 맡기고 곧장 팽성으로 향하였다.
평성에 도착한 항우와 유방의 군사들은 수차례 접전을 벌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신의 판단대로 항우의 그 맹렬함과 뛰어난 칼과 창 솜씨에 유방의 장수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그리고 사령관으로 임명했던 위표마져 항우가 휘두르는 무쇠 채찍에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 결국 유방은 대패하고 살길만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한신과 장량의 뒷감당이 없었다면 유방은 목숨을 건지기조차 어려웠다.
왜 유방은 패배했을까? 첫째는 승리가 거듭되고 따르는 자가 많아지자 유방은 책사와 부하들의 충언에 귀 기울이던 지난날을 잊고 오만해졌다. 둘째, 늘 공을 세운 한신과 장량의 빛이 빛나는 것에 대한 일말의 질투심에 스스로 공을 세워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셋째, 때가 아님에도 공을 이루고자 하는 성급한 욕망에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겸허를 잃어버린 공명심과 고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무릇 지도자가 고집을 지나치게 부리면 충신은 떠나가고 패망의 길을 걷는다.
그동안 역사에서 지도자의 고집으로 인해 패전하고 망한 경우가 무수히 많다. 이제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새로운 정부를 구상하고 있다. 자기의 공약이라고 지나치게 고집부리지 말고 국가의 원로와 민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다면 정말 실패 없는 정치, 성공하는 정치를 할 수 있으리라. 그러길 기대한다.
▶️ 固(굳을 고)는 ❶형성문자로 怘(고)는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큰입구 몸(囗; 에워싼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古(고)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古(고; 오래다, 옛날로부터의 습관, 그것을 그대로 지키다, 굳다)와 성벽을 둘러싸서(口; 에워싸는 일) 굳게 지킨다는 뜻이 합(合)하여 '굳다'를 뜻한다. 공격에 대비하여 사방을 경비하다, 굳다, 완고하여 융통성이 없다라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固자는 '굳다'나 '단단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固자는 囗(에운담 위)자와 古(옛 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囗자는 성(城)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을 그린 것이다. 固자에 쓰인 古자는 '옛날'이나 '오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성벽은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단단하면서도 오래도록 유지되어야 했다. 固자는 그러한 의미를 담은 글자로 성벽이 오래도록 견고하다는 의미에서 '굳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固(고)는 ①굳다, 단단하다 ②굳어지다, 굳히다 ③완고(頑固)하다, 고루(固陋)하다 ④우기다(억지를 부려 제 의견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다) ⑤독점(獨占)하다 ⑥가두다, 감금(監禁)하다 ⑦진압(鎭壓)하다, 안정시키다 ⑧평온(平穩)하다, 편안하다 ⑨스러지다, 쇠퇴(衰退)하다 ⑩버려지다 ⑪경비(警備), 방비(防備), 수비(守備) ⑫고질병(痼疾病) ⑬거듭, 여러 번, 굳이 ⑭굳게, 단단히, 확고히 ⑮반드시, 틀림없이 ⑯진실로, 참으로 ⑰항상(恒常), 오로지, 한결같이 ⑱처음부터, 원래, 본디 ⑲이미 ⑳이에, 도리어 ㉑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굳을 견(堅), 굳을 경(硬), 굳을 확(確), 굳을 확(碻), 굳을 공(鞏)이다. 용례로는 자기의 의견만 굳게 내세움을 고집(固執), 본디부터 있음을 고유(固有), 한 곳에 움직이지 않게 붙박는 것을 고정(固定), 굳이 사양함을 고사(固辭), 굳게 지킴을 고수(固守), 완고하고 식견이 없음을 고루(固陋), 일정한 모양과 부피를 가진 물체를 고체(固體), 굳게 붙음으로 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굳어져 변하지 않음을 고착(固着), 튼튼한 성을 고성(固城), 뜻을 굳게 먹음 혹은 그 뜻을 고의(固意), 굳게 지님을 고지(固持), 곤궁한 것을 잘 겪어냄을 고궁(固窮), 바탕이 단단하며 일정한 꼴을 지닌 형체를 고형(固形), 굳어지거나 굳어지게 함을 고화(固化), 튼튼하고 굳음을 확고(確固), 굳세고 단단함을 견고(堅固), 굳고 튼튼함을 공고(鞏固), 엉겨 뭉쳐 딱딱하게 됨을 응고(凝固), 굳세고 튼튼함을 강고(强固), 성질이 완강하고 고루함을 완고(頑固), 완전하고 튼튼함을 완고(完固), 말라서 굳어짐을 건고(乾固), 깨뜨릴 수 없을 만큼 튼튼하고 굳음을 뇌고(牢固), 뜻이 독실하고 굳음을 독고(篤固), 어리석고 고집이 셈을 몽고(蒙固), 곤궁을 달게 여기고 학문에 힘쓴다는 말을 고궁독서(固窮讀書), 내 마음의 기둥 곧 신념을 굳게 가지는 일이라는 말을 고아심주(固我心柱), 고집이 세어 조금도 변통성이 없음 또는 그 사람을 일컫는 말을 고집불통(固執不通), 확고하여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말을 확고부동(確固不動),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굳세고 튼튼하다는 말을 강고무비(强固無比), 일의 되어 가는 형세가 본래 그러하다는 말을 사세고연(事勢固然), 확고하여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말을 확고불발(確固不拔), 완고하여 사물을 바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말을 완미고루(頑迷固陋), 사세가 그렇지가 아니할 수가 없다는 말을 세소고연(勢所固然), 이치가 본디 그러하다는 말을 이소고연(理所固然),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말을 근고지영(根固枝榮) 등에 쓰인다.
▶️ 執(잡을 집)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执(집)의 본자(本字)이다. 幸(행; 쇠고랑)과 丮(극; 꿇어 앉아 두 손을 내밀고 있는 모양)의 합자(合字)이다. 따라서 그 손에 쇠고랑을 채운다는 뜻을 나타낸다. 또는 음(音)을 나타내는 (녑, 집)과 丸(환; 손을 뻗어 잡는다)로 이루어졌다. 죄인(罪人)을 잡다의 뜻이 전(轉)하여 널리 잡다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執자는 '잡다'나 '가지다', '맡아 다스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執자는 幸(다행 행)자와 丸(알 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執자의 갑골문을 보면 죄수의 손에 수갑을 채운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執자는 이렇게 죄수를 붙잡은 모습을 그려 '잡다'라는 뜻을 표현했다. 후에 금문과 소전을 거치면서 수갑은 幸자로 팔을 내밀은 모습은 丸자가 대신하면서 지금의 執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執(집)은 ①잡다 ②가지다 ③맡아 다스리다 ④처리하다 ⑤두려워 하다 ⑥사귀다 ⑦벗, 동지(同志) ⑧벗하여 사귀는 사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잡을 액(扼), 잡을 파(把), 잡을 구(拘), 잡을 착(捉), 잡을 포(捕), 잡을 조(操), 잡을 나(拏), 잡을 나(拿), 잡을 지(摯), 잡을 체(逮), 잡을 병(秉)이다. 용례로는 일을 잡아 행함을 집행(執行), 정권을 잡음을 집권(執權), 어떤 것에 마음이 늘 쏠려 떨치지 못하고 매달리는 일을 집착(執着), 고집스럽게 끈질김을 집요(執拗), 마음에 새겨서 움직이지 않는 일념을 집념(執念), 붓을 잡고 작품 등의 글을 씀을 집필(執筆), 의사가 수술을 하기 위해 메스를 잡음을 집도(執刀), 나라의 정무를 맡아봄 또는 그 관직이나 사람을 집정(執政), 주인 옆에 있으면서 그 집 일을 맡아보는 사람을 집사(執事), 사무를 봄을 집무(執務), 병의 증세를 살피어 알아냄을 집증(執症), 정의를 굳게 지킴을 집의(執義), 허가 없이 남의 토지를 경작함을 집경(執耕), 뜻이 맞는 긴밀한 정분을 맺기 위한 계기를 잡음을 집계(執契), 고집이 세어 융통성이 없음을 집니(執泥), 자기의 의견만 굳게 내세움을 고집(固執), 편견을 고집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음을 편집(偏執), 굳게 잡음을 견집(堅執), 집착이 없음을 무집(無執), 거짓 문서를 핑계하고 남의 것을 차지하여 돌려보내지 않음을 거집(據執), 남에게 붙잡힘을 견집(見執), 제 말을 고집함을 언집(言執), 어떤 일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고 굳이 움직이지 아니함을 의집(意執), 서로 옥신각신 다툼을 쟁집(爭執),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고집하는 일을 망집(妄執), 갈피를 잡지 못하고 비리에 집착함을 미집(迷執),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여 양보하지 아니함을 확집(確執), 전하여 주는 것을 받아 가짐을 전집(傳執), 마땅히 나누어 가져야 할 재물을 혼자서 모두 차지함을 합집(合執), 뜨거운 물건을 쥐고도 물로 씻어 열을 식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적은 수고를 아껴 큰 일을 이루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집열불탁(執熱不濯), 더우면 서늘하기를 원한다는 말을 집열원량(執熱願凉), 융통성이 없고 임기응변할 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자막집중(子膜執中), 고집이 세어 조금도 변통성이 없음 또는 그 사람을 일컫는 말을 고집불통(固執不通) 등에 쓰인다.
▶️ 滅(꺼질 멸/멸할 멸)은 ➊형성문자로 灭(멸)은 통자(통자), 灭(멸)은 간자(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없어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烕(멸)로 이루어졌다. 물이 다하여 없어지다, 멸망하다의 뜻이다. ➋회의문자로 滅자는 '꺼지다'나 '멸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滅자는 水(물 수)자와 烕(멸할 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烕자는 도끼 창과 불을 결합한 것으로 ‘멸하다’라는 뜻이 있다. 전시에는 적을 혼란과 공포에 빠트리기 위해 화공(火攻)을 펼치기도 했었다. 烕자는 창과 불로 적을 섬멸했다는 뜻이다. 이미 烕자에 '멸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 水자를 더한 滅자는 물로 적을 쓸어버린다는 뜻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滅(멸)은 ①불이 꺼지다 ②끄다 ③멸하다 ④멸망하다 ⑤없어지다 ⑥다하다 ⑦빠지다 ⑧빠뜨리다 ⑨숨기다 ⑩죽다 ⑪잠기다 ⑫열반(涅槃)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 죽을 폐(斃), 꺼질 소(肖), 죽을 사(死), 갈 마(磨), 불 꺼질 식(熄), 사라질 소(消), 소모할 모(耗),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밝을 명(明),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망하여 없어짐을 멸망(滅亡), 세균 등 미생물을 사멸시켜 무균 상태로 하는 일을 멸균(滅菌), 씨가 없어짐을 멸종(滅種), 멸하여 없앰을 멸몰(滅沒), 모두 죽임을 멸살(滅殺), 죄다 없애 버림을 멸각(滅却), 멸망하여 없어짐을 멸실(滅失), 한 집안을 다 죽여 없앰을 멸문(滅門), 사사로운 것을 버림을 멸사(滅私), 멸망하여 아주 없어지거나 멸망시키어 아주 없앰을 멸절(滅絶), 찢기고 흩어져 없어짐을 멸렬(滅裂), 비밀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을 죽이거나 거두거나 쫓아냄을 멸구(滅口), 멸망하는 때를 멸기(滅期), 등불을 끔을 멸등(滅燈), 점점 없어져 들어감을 멸입(滅入), 인쇄할 때에 닳고 눌려서 뭉개진 활자를 멸자(滅字), 적을 멸함을 멸적(滅敵), 가족이나 겨레가 망하여 없어짐을 멸족(滅族), 멸하여 없어지거나 없앰을 멸진(滅盡), 쳐부수어 물리침을 멸퇴(滅退), 사라져 없어지거나 또는 자취도 남지 않도록 없애 버림을 소멸(消滅), 자취도 없이 죄다 없어짐 또는 없앰을 인멸(湮滅), 해로운 벌레 따위를 죽여서 없애는 것을 박멸(撲滅), 무너지거나 흩어져서 없어지는 것을 궤멸(潰滅), 없어지지 아니하거나 멸망하지 아니함을 불멸(不滅), 파괴하고 멸망함을 파멸(破滅), 파괴되어 멸망함을 괴멸(壞滅), 죽어 멸망함이나 없어짐을 사멸(死滅), 갈리어서 닳아 없어짐을 마멸(磨滅), 불 타서 없어짐 또는 불살라 없애 버림을 소멸(燒滅), 끊어져 멸망함을 단멸(斷滅), 등불을 켰다 껐다 함을 점멸(點滅), 모조리 무찔러 없애는 것을 섬멸(殲滅), 죄다 없어짐 또는 모조리 망하여 버림을 전멸(全滅), 오륜과 오상을 깨뜨려서 없앰을 이르는 말을 멸륜패상(滅倫敗常), 한 집안이 멸망하여 없어지는 큰 재앙을 이르는 말을 멸문지화(滅門之禍) 또는 멸문지환(滅門之患), 사를 버리고 공을 위하여 힘써 일함을 이르는 말을 멸사봉공(滅私奉公), 현재의 죄장을 없애고 후세의 선근을 도움 또는 부처의 힘으로 현세의 죄악을 소멸하고 후세에 선의 근본이 되게 함을 이르는 말을 멸죄생선(滅罪生善),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 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가도멸괵(假道滅虢), 생겨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아 항상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깨달음의 경지나 해탈의 경지를 이르는 말을 불생불멸(不生不滅),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 또는 국가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 형제의 정도 버림을 이르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몸과 마음이 함께 아주 없어짐을 이르는 말을 회신멸지(灰身滅智), 이리저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지리멸렬(支離滅裂), 생사의 괴로움에 대하여 적정한 열반의 경지를 참된 즐거움으로 삼는 일을 이르는 말을 적멸위락(寂滅爲樂), 생사의 경지를 초월한 상태을 이르는 말을 허무적멸(虛無寂滅), 나라와 그 겨레가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망국멸족(亡國滅族), 오랜 세월을 두고 없어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만고불멸(萬古不滅), 물이 잦아들어 없어지고 불이 재가 된다는 뜻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짐을 이르는 말을 시진회멸(澌盡灰滅), 하나님의 특성의 한 가지로 죽지도 아니하고 없어지지도 아니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불사불멸(不死不滅), 영원히 삶을 누리어 사라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영생불멸(永生不滅), 영원히 없어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영원불멸(永遠不滅), 열반에 이르는 도리라는 뜻으로 불교를 일컫는 말을 적멸지도(寂滅之道), 땔감을 동나서 불이 꺼진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을 신진화멸(新盡火滅),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을 심행소멸(心行消滅),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을 심행처멸(心行處滅), 생멸은 항상 변화해서 끝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멸멸이(生滅滅已), 심두를 멸각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라는 뜻으로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불 속에서도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는 말을 심두멸각(心頭滅却) 등에 쓰인다.
▶️ 道(길 도)는 ❶회의문자로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首(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首(수)는 사람 머리와 같이 사물의 끝에 있는 것, 처음, 근거란 뜻을 나타낸다. 道(도)는 한 줄로 통하는 큰 길이다. 사람을 목적지에 인도하는 것도 길이지만 또 도덕적인 근거도 길이다. ❷회의문자로 道자는 '길'이나 '도리', '이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道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首(머리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首자는 '머리'라는 뜻이 있다. 道자는 길을 뜻하는 辶자에 首자를 결합한 것으로 본래의 의미는 '인도하다'나 '이끌다'였다. 그러나 후에 '사람이 가야 할 올바른 바른길'이라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도리'나 '이치'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寸(마디 촌)자를 더한 導(이끌 도)자가 '인도하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道(도)는 (1)우리나라의 지방 행정 구역의 하나. 예전에 8도이던 것을 고종(高宗) 33(1896)년에 13도로 고쳤고, 다시 대한민국 수립 후에 14도로 정함 (2)우리나라의 최고 지방자치단체 (3)도청 (4)중국 당(唐) 대의 최고 행정 단위. 당초에는 10도로 나누어 각 도마다 안찰사(按察使)를 두었으며 734년에 15도로 늘려 관찰사(觀察使)를 장관(長官)으로 두었음 (5)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6)종교 상으로, 교의에 깊이 통하여 알게 되는 이치, 또는 깊이 깨달은 지경 (7)기예(技藝)나 방술(方術), 무술(武術) 등에서의 방법 (8)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길 ②도리(道理), 이치(理致) ③재주 ④방법(方法), 술책(術策) ⑤근원(根源), 바탕 ⑥기능(機能), 작용(作用) ⑦주의(主義), 사상(思想) ⑧제도(制度) ⑨기예(技藝) ⑩불교(佛敎) ⑪승려(僧侶) ⑫도교(道敎) ⑬도사(道士) ⑭교설(敎說) ⑮~에서, ~부터 ⑯가다 ⑰가르치다 ⑱깨닫다 ⑲다스리다 ⑳따르다 ㉑말하다 ㉒완벽한 글 ㉓의존하다 ㉔이끌다, 인도하다 ㉕정통하다 ㉖통하다, 다니다 ㉗행정구역 단위 ㉘행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길 도(塗), 거리 항(巷), 거리 가(街), 네거리 구(衢), 길 로/노(路), 길 도(途), 길거리 규(逵), 모퉁이 우(隅)이다. 용례로는 사람이나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든 길을 도로(道路),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을 도리(道理),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도덕(道德), 일에 쓰이는 여러 가지 연장을 도구(道具), 도를 닦는 사람을 도사(道士),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덕 상의 의리를 도의(道義), 일반에게 알리는 새로운 소식을 보도(報道), 차가 지나다니는 길을 궤도(軌道), 부모를 잘 섬기는 도리를 효도(孝道), 사람이 행해야 할 바른 길을 정도(正道), 차가 다니도록 마련한 길을 차도(車道), 도를 닦음을 수도(修道), 임금이 마땅히 행해야 될 일을 왕도(王道), 바르지 못한 도리를 사도(邪道), 사람이 다니는 길을 보도(步道), 일에 대한 방법과 도리를 방도(方道), 길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는다는 뜻으로 나라가 잘 다스려져 백성의 풍속이 돈후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도불습유(道不拾遺),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곧 그 길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는 뜻으로 거리에서 들은 것을 남에게 아는 체하며 말함 또는 깊이 생각 않고 예사로 듣고 말함을 일컫는 말을 도청도설(道聽塗說), 길가에 있는 쓴 자두 열매라는 뜻으로 남에게 버림받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도방고리(道傍苦李), 먼 길을 달린 후에야 천리마의 재능을 안다는 뜻으로 난세를 당해서야 비로소 그 인물의 진가를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도원지기(道遠知驥), 길에는 오르고 내림이 있다는 뜻으로 천도에는 크게 융성함과 쇠망함의 두 가지가 있다는 말을 도유승강(道有升降), 구차하고 궁색하면서도 그것에 구속되지 않고 평안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감을 일컫는 말을 안빈낙도(安貧樂道), 시장과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교제라는 뜻으로 이익이 있으면 서로 합하고 이익이 없으면 헤어지는 시정의 장사꾼과 같은 교제를 일컫는 말을 시도지교(市道之交), 청렴결백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옳은 것으로 여김을 일컫는 말을 청빈낙도(淸貧樂道),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