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움] 롤리팝, 그 잎새 04.
머리가 지끈해오는것이 느껴진다. 한주아고 유환이고 강단호고.. 이제는 반유성까지 나를 괴롭혀오구나.. 아침에 물론 이녀석때문이지만 10분늦게나온 벌을 달게 받는 기분이다.
" 아.. 유성아아. 누나가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 응..?"
" 헤헤.. 근데 누나 나 오늘은 누나 보려고 온거 아니야~ "
유성이의 해맑은 미소와 말투..하지만 왜인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낀다.
" 유성아 너 설마.. 누나따라 전헉온다거나.. 일부로 사고쳐서 강전온다거나.. "
" 아니야아니! 진짜 누구 만나러온거야! "
나의 독백에 강한 부정을 하며 손까지 휘젓고는 나를 꼬옥 안아버린다.유성이가 안겨올때마다 왜인지 모를 모성애가 자극해온다. 나는 엄마도 아닌데 말이지. 아마 어릴때부터 친동생이자 자식처럼 곱상히 키워온 탓인가보다.
" 누나 만나니까 진짜 좋다- 왠일로 나와있어 근데? "
" 우리 체육... 아 시작했겠다.. 누나 간다?! 끝나고 전화할게! "
" 응응!! "
귀엽게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전화를 걸기 시작하는 유성이다. 유성이의 저런 행동 하나하나 귀엽게만 느껴질 뿐이다.
" 세..세이프? "
" 아웃! 너 이름 뭐야! "
뒷문을 소심하게 열고 들어왔지만 역시 수업시간에 늦은듯 선생님께서 들어와 계신다. 유성이때문에 종이 친걸 까먹어버린 탓이다..
" 쌤.. 쟤가 은연이에요 아까말한.."
주아가 미리 말해놓은 모양인지 표정이 싹 변하고 나를 반기는 선생님.
" 아 그 공보이? 공걸인가? 하하 "
유치한개그.. 왠지 부장님과 사원과의 회식자리에 온 기분이다. 억지웃음을 띄워가며 자리에 앉자 곧바로 표정이 돌변하고는 수업을 시작하겠단다. 첫날부터 수업이라니.. 왠지 오늘은 수업이 정말 듣기 싫은날이다.
" 호호호. 장난이였어요. 우리 자기소개나 해볼까 자기소개? "
저 표정 또나왔다. 장난을 칠때마다 뭔가 모를 아줌마스러운 웃음을 지어가며 말투가 변하신다. 말투로만 봐서는 애가 두엇 있을법한말투지만... 얼굴은 30대도 채 되지않은 젊은모습이다.
그나저나 역시 어딜가나 자기소개는 첫날 빼먹는법이 없는 모양이다. 학교에 다닌지 언 11년째. 물론 초등학교때는 기억에 없지만 그때에도 그랬겠지.
" 1번부터.. 아 가은연? 우리 은연이 일어나볼래? "
항상 이런식이다. 1번이 나라서.. 완벽하게 말하면 뒷사람이 부답스러워하고 간단하게 말하면 뭔가 부족해보이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내 뒷번호가 강단호인만큼.. 완벽하게 말해야겠어.
" 네. 전 가은연이고 바로앞 빌라에 살고있습니다. 가족관계는.. 아 아닙니다. "
말실수를 해버렸다. 항상 물어보는 것이라 대답을 하긴 했는데 일부로 속이고 말해야할지 아니면 사실 그대로 말해야할지 고민인게.. 가끔 상처를 받는일이 생기기때문이다.
" 전 남들이 싫어하는 공부를 좋아하고 일찍일어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항상 아무도 없는 이른시간에 등교해 늦은시간에 하교하는것이 습관이고 성적관리랑 친구관계를 만드는것을 중요히 여깁니다. 먼저 다가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갈수 있는 그런 학생이되겠습니다. 제 자기소개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마치고나니 왜인지 모르게 선거를 나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내 본심을 말한것이기에 상관은 없다. 다음에 당황하고있을 강단호를 보며 얕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하지만 역시.. 내 방식은 강단호에게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 2번. 이름은 강단호고 이번에 전교회장을 맡았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
누가봐도 간단 명료한 어조로 자기소개를 짧게 마쳐버린 단호. 왠지모르게 내가 한 자기소개가 자랑같이 느껴져버린다..
" 이름 지도형! 이번에 체육부장을 맡았고 학생회활동으로 아침마다 교문에서 인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들 복장불량하시면 제가 다~ 잡아갈겁니다~ "
학생회다운 규칙언급을 마지막으로 역시 짧게 마쳐버린 도형. 또한번 곳곳에서 귀엽다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짧게말해버리면.. 갈수록 나의 소개가 부끄러워지고있음을 느낀다..
" 전 한주아고.. 어 아니 난 한주아고 내 이 노란머리는 심각하게 자연적이니까 나무라지말아줘! 원한다면 뜯어줄게 다들! 그리고.. 음... 어... 아 우리 은연이 괴롭히면 내가 이 머리카락으로 때리는 싸대기가 얼마나 아픈지 보여줄거야 응?!"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름 뿌듯했는지 브이를 그려보이는 주아다. 나참 저런 기억에 남는 자기소개는 아마 너밖에 안했을거다. 싸대기가 뭐야 싸대기가.
말은 그렇게해도 내심 웃음을 짓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강단호라는 커다란 방해물이 있긴하지만 4년만에 된 주아와 같은반이라.. 더이상 반을 바꾸고싶다는 이야기는...
" 잘들논다. "
....그래. 강단호 너만..너만 옆반으로 사라져줄래..?응?
단호를 힘껏째려보며 주아와 새로사귄 옆짝꿍과 담소를 나누고있으니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린다. 동시에 울리는 벨소리에 옆을 바라보니 단호의 휴대폰 벨소리인듯 하다.
" 하-? "
오묘한 표정을 짓고는 끊김버튼을 누른듯 더이상 벨소리가 안 나는가 싶었더니.. 이번에는 몇십통이 채 넘는 카톡알람소리가 울린다. 한숨을 지으며 휴대폰전원을 끄려는듯 하다가 무언가를 확인하고 급하게 나가버리는 단호.
오늘 처음본 사이이긴 하지만... 저렇게 당황한 모습은 처음보는듯하다. 누구길래 저러는거지?
" 야야 그러고보니 강단호 쟤.. 이번에 위임된 경찰청장아들이라는소문 들었어? "
주아의 짝꿍이 하는말을 엿들어보니 강성진 경찰청장.. 이번에 당선된 그 카리스마넘치고 무섭지만 왠지모르게 국민들이 따라 경찰청장에 올라버렸다는 이모의 말..을 들은기억이난다.
경찰청이 집 가까이에 있다보니 자주 오가며 알림 현수막을 보게되는데.. 생각해보니 강단호가 회장으로 뽑혔을시기에 같이 위임된것이나 다름없다. 뭐 그런 뒷배경이 있으니 저렇게 당당히 나 1등할거에요 한 식인가?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1학년때는 나를 치고 올라간적이 없으니 위험한일은 딱히 없을거라고 안심해버렸다.
" 왜이리 안온데 얘는 "
수업종이 울리고 난 시간인데도 자리에 들어오지 않는 강단호. 설마 지금내가 걱정하고있는건가? 에이...
" 설마! "
머리를 쥐어짜며 온갖 표정을 지어가고있을때 옆에서 의자끄는 소리와 동시에 한 숨 소리가 들려온다. 전화한것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대신 강단호에게 피곤함의 복수라도 해준것일까.
자리에 앉자마자 엎드려버리는 단호에 이대로 재우면 나의 징크스가 깨지 않을것만 같은 기분에 흔들어깨워버렸다. 일단 흔들기는 했는데.. 내가 뭐라고 이애를 깨운단말인가.. 설마 아들 몸에 손을 뎄다며 성희롱죄로 잡혀가거나 하지는 않겠지..?
불안한마음에 조용히 손을 내리니 다행히도 미동도 하지않는 단호다.
" 쌤 안들어오시나? "
" 그러게. "
신이난듯 대화를 시작하는 주아와 짝꿍. 나는 어쩌다 이런애를 짝으로 둬서 얘기도 못하고있단말인가..
슬픈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아직 서먹한듯 짝끼리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있는 둘이 보인다.
" 저 안녕. 난 가은연이야. 너희는 이름이 뭐야? "
우물쭈물 하다 여자쪽이 먼저 이름을 말해온다.
" 난 백향주야! "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검은 긴 생머리에 검은 눈동자. 신기하게도 남들보다 몇배는 진한 거희 검은빛이 도는 고동색이 눈동자를 거잔 향주다.
향주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더니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남자아이. 아마 향주에게 관심이 있는듯한 눈치이다. 그도 그럴것이 누구나 보호해주고 싶을정도로 정말 여리여리한 몸매를 지니고있다.
" 난..온리원... "
"응..?"
설마 이름이 온리원...은 아니겠지..?
" 온 리원이야.. 아.. "
자신이 말해놓고 부끄러웠는지 엎드려버리는 리원. 모르는사람이름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다들 이름이 신기하구나. 이번 반은 정말 심심하지 않는 반이 될것같은 기분이다.
" 아 온리원~ 이름 진짜 특이하네? "
내가 먼저 말을 건내자 말문이 트인듯 말을 시작하는 향주와 리원. 바람직한 한쌍이다..
" 아 시끄러워. "
언제 깼는지 두 귀를 막으며 뒤를 돌아보이는 단호. 그에 또다시 겁이 질린듯 말문이 막혀버린 둘.. 정말 얘는 나로도 모자라서 몇명의 하루를 망칠셈이야..
"미안.. "
향주가 사과를 해온다. 금방이라도 울듯 눈가를 촉촉히 적시고는 리원을 바라보니 또다시 말을 건내는 단호,
" 아니 니들말고...
조용히좀 못하냐? 옆. "
가은연도 아니고 짝꿍도아니고 심지어는 짝도아닌 '옆' 이랜다..
내가 정말 어디가서 옆 취급받기는 처음인데말이지...
" 아하하. 미안하네 옆.아? "
극한 뒷끝을 뿜어내며 몸을 앞으로 돌려앉았다. 그제서야 다시 엎드리기 시작하는 단호. 뒤에서 둘도 다시 대화를 시작한듯 말소리가 들려온다.
강단호...내가...아까 그 통화한애가 누군지만 알면... 이자리로 데려올테야...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