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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유부족시(心猶不足恃)
마음도 믿을만한 것이 못 되는 때가 있다는 뜻으로, 눈과 마음도 때로는 의지할 것이 못 된다.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듣고 판단할 때 보다 신중한 마음의 눈을 밝혀 편견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心 : 마음 심(心/0)
猶 : 오히려 유(犭/9)
不 : 아닐 부(一/3)
足 : 발 족(足/0)
恃 : 믿을 시(忄/6)
출전 : 여씨춘추(呂氏春秋) 권17 심분람(審分覽) 임수(任數)
사람들은 자기가 본 것은 옳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본 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우기며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기가 본 것, 들은 것이 잘못 보고 잘못 들었을 경우도 많다. 그것은 겉만 보고 본질은 보지 못했거나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만 보고 전체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상대의 약점이나 발언, 문제점을 들추어 비판하는데 대개의 경우 전체보다는 부분 즉 특정 부분만 보고 듣고 문제 삼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유권자의 마음의 눈까지 흐리게 만들기도 했다.
공자가 나이가 들어 제자들을 데리고 13년간이나 천하를 주유할 때였다. 어떤 곳에서는 공자 일행을 알아보고 대접을 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곳에서는 공자를 무시하고 천대하기도 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공자를 여러 가지로 테스트하여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어느날 공자의 일행이 진나라에서 채나라로 건너가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 할 때였다. 진나라와 채나라의 사이에 상황에 좋지 않아 공자 일행은 두 나라 사이에서 며칠을 머물러야 했다. 양식도 바닥이 나고 일행은 7일간이나 굶주림에 떨었다.
그러던 중 자공이 마을에 가서 간신히 쌀을 구해왔다. 이에 안연이 자칭하여 밥을 짓겠다고 나섰다. 자로가 불을 지폈다. 안연은 쌀을 씻고 솥을 걸어 밥을 짓고 있었다. 잠시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아궁이의 그을음이 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연은 당황했다.
안연은 즉시 주걱으로 솥에서 그을음이 든 밥을 퍼내 버리려 하다가 아까워 먹고 있었다. 그때 개울에서 물을 길어오던 자공이 그 광경을 보았다. 자공은 안연의 그동안 인격을 의심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감히 스승께 바칠 밥을 안연이 먼저 먹다니."
그때 며칠을 굶은 공자가 잠시 잠에 들었다가 구수한 냄새에 눈을 떴는데 안연이 솥에서 밥을 하고 있다가 주걱으로 밥을 떠서 먹고 있었다. 공자는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잠시 후에 자공이 고민 끝에 와서 공자에게 물었다. "어진 사람과 청렴한 사람도 곤경에 처하면 절개를 바꿀 수 있습니까?" "절개를 바꾸었다면 어찌 어질고 청렴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그럼 안희라면 그 절개를 버리지 않을 사람입니까?" "물론 그렇다."
지공은 공자에게 안연이 밥을 먼저 먹은 사실을 고해버렸다. 공자는 태연한 척하면서 묵묵히 듣기만 했다. 잠시 후에 밥이 다 되어 안연이 공자에게 밥을 올렸다.
공자는 못 보고 못 들은 척하면서 안연에게 말했다. "내가 어젯밤 꿈에 선인(先人: 조상)을 보았다. 이는 곤경에서 벗어날 것을 알리는 좋은 징조가 아니겠느냐. 이 밥으로 먼저 선인에게 먼저 제사를 지내야겠구나."
이에 안연이 정색을 하고 나서서 말했다. "안 됩니다. 제가 밥을 하던 중에 재가 솥으로 들어가 밥이 깨끗하지 않게 되어 제가 그것을 걷어 내었다가 아까워서 먹었습니다. 이 밥은 이미 부정을 탄 밥이라 제사상에 올릴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자가 말했다. "그랬구나. 알았다.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그 밥을 떠먹었을 것이다. 이제 이 밥이 부정한 밥이 되었으니 제사상에 올릴 수 없게 되었구나. 선인의 제삿밥은 따로 짓도록 하여야 하겠구나."
안연이 풀이 죽어 나가고 난 후 공자는 남은 제자들에게 밥에 담긴 안연의 사연을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줄 알고 내가 그동안 안연을 믿어 온 것은 아니니라(공자가어 재액편 7)"고 하면서 자기의 부끄러움을 탓하였다.
그리고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기록해 두어라. 믿을 것은 오직 자기 눈이지만 눈으로 본 것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구나. 믿고 의지할 것은 마음뿐이지만, 마음도 믿고 의지할 수 없을 때가 있구나. 명심하여라. 사람을 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孔子歎曰, 所信者目也,而目猶不可信, 所恃者心也, 而心猶不足恃)."
위의 이야기는 여씨춘추(呂氏春秋) 권17 심분람(審分覽) 임수(任數)에 나오는 안회습진(顏回拾塵: 안회가 먼지를 집어들다)의 이야기를 풀어 쓴 것이다.
孔子窮乎陳蔡之間, 藜羹不斟, 七日不嘗粒, 晝寢. 顏回索米, 得而爨之, 幾熟. 孔子望見顏回攫其甑中而食之. 選間, 食熟, 謁孔子而進食. 孔子佯爲不見之. 孔子起曰, 今者夢見先君, 食潔而後饋. 顏回對曰, 不可. 嚮者煤室入甑中, 棄食不祥, 回攫而飯之. 孔子歎曰, 所信者目也,而目猶不可信, 所恃者心也, 而心猶不足恃.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자기가 눈으로 본 것, 누구에게 들은 것을 그대로 믿으려 한다. 심지어는 눈으로 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은 것도 믿으려 하기도 한다. 거기엔 편견에 빠진 엄청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자기의 고착된 희망 사항이나 고착된 정치적인 지향점과 일치되면 사실에 대한 고민보다 무조건 믿고 그 믿음으로 반대편을 공격하고 자기편을 옹호하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곳에는 늘 존재한다. 특히 정치집단에서는 그런 일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하여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일수록 정치적 편견이 판을 치는 세상일수록 진실을 보기가 어렵다. 욕망과 편견은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리는 악(惡)임에도 사람들은 계속 그런 편견에 빠져들기 쉽다.
사람들이 편견에 빠져 잘못 보고, 잘못 듣고, 잘못 판단하는 이유는 또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사실 여부를 따지고 판단하는 신중함과 합리성보다는 성급함과 분노 그리고 이기심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믿고 싶은 곳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며, 믿고 싶지 않은 것, 보고 싶지 않은 것,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배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히틀러 시대에 수많은 해외 언론들이 히틀러가 세계침략전략을 숨기고 있음을 보도하였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믿지 않으려 했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1930년 독일 바이에른주 오버아머가우를 여행하며 수난극을 관람하고 아돌프 히틀러는 나치 선전을 위해 이 수난극을 독일 전역에서 상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뿐인가? 인도의 유명한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역시 그 수난극을 보고 감명을 받아 영어로 직접 '어린아이'라는 장시를 지었다. - 줄리아 보이드 지음, 이종인 옮김, '히틀러시대의 여행자들', 페이퍼로드 -
만약 공자가 안회가 먼저 밥을 먹는 모습을 직접 본 것과 자로의 말만을 믿고 서운함과 괘씸함을 가졌다면 공자는 끝까지 안회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늘 사물과 사실을 판단함에 욕망과 이기심 분노 등을 버리고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보고 판단하려 했기에 안회의 진면목(眞面目)을 보고 자기도 크게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린 살아가면서 눈으로 보았다는 것, 귀로 들었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진실에서 벗어났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이제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새 정부를 조직하고 구성하여 사람들을 뽑고 정책을 입안하여 수행할 것이다. 이때 그동안 자기들이 본 것만 믿고, 자기들이 믿은 것만 믿고, 주장한 것만 이루려 한다면 미혹에 빠질 수도 있고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공자의 일화에 새겨진 '눈과 마음도 때로는 의지할 것이 못 된다'는 말을 깊이 새겨볼 일이다.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듣고 판단할 때 보다 신중한 마음의 눈을 밝혀야 한다.
새 정부에 그것을 기대한다. 편견에 갈라지고 가짜뉴스에 매몰된 많은 대중에게 공자의 말을 되새기기를 바란다. 가짜뉴스와 편견이 판치는 세상에 사람들이 편견에서 벗어나 마음의 눈으로 진실을 보려 애쓰길 바랄 뿐이다.
▶️ 心(마음 심)은 ❶상형문자로 忄(심)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심장의 모양, 마음, 물건의 중심의, 뜻으로 옛날 사람은 심장이 몸의 한가운데 있고 사물을 생각하는 곳으로 알았다. 말로서도 心(심)은 身(신; 몸)이나 神(신; 정신)과 관계가 깊다. 부수로 쓸 때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로 쓰이는 일이 많다. ❷상형문자로 心자는 '마음'이나 '생각', '심장', '중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心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심장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心자를 보면 심장이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심장은 신체의 중앙에 있으므로 心자는 '중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감정과 관련된 기능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마음이나 감정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心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위치에 따라 忄자나 㣺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心(심)은 (1)종기(腫氣) 구멍이나 수술한 구멍에 집어넣는 약을 바른 종이나 가제 조각 (2)나무 줄기 한 복판에 있는 연한 부분 (3)무, 배추 따위의 뿌리 속에 박인 질긴 부분 (4)양복(洋服)의 어깨나 깃 따위를 빳빳하게 하려고 받쳐 놓는 헝겊(천) (5)초의 심지 (6)팥죽에 섞인 새알심 (7)촉심(燭心) (8)심성(心星) (9)연필 따위의 한복판에 들어 있는 빛깔을 내는 부분 (10)어떤 명사 다음에 붙이어 그 명사가 뜻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마음, 뜻, 의지(意志) ②생각 ③염통, 심장(心臟) ④가슴 ⑤근본(根本), 본성(本性) ⑥가운데, 중앙(中央), 중심(中心) ⑦도(道)의 본원(本源) ⑧꽃술, 꽃수염 ⑨별자리의 이름 ⑩진수(眞修: 보살이 행하는 관법(觀法) 수행) ⑪고갱이, 알맹이 ⑫생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물(物), 몸 신(身), 몸 체(體)이다. 용례로는 마음과 몸을 심신(心身),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心理),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심정(心情), 마음의 상태를 심경(心境), 마음 속을 심중(心中),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적 인상을 심상(心象), 어떤 일에 깊이 빠져 마음을 빼앗기는 일을 심취(心醉), 마음에 관한 것을 심적(心的), 마음의 속을 심리(心裏), 가슴과 배 또는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심복(心腹), 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를 심성(心性), 마음의 본바탕을 심지(心地), 마음으로 사귄 벗을 심우(心友),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으로 묵묵한 가운데 서로 마음이 통함을 이르는 말을 심심상인(心心相印), 어떠한 동기에 의하여 이제까지의 먹었던 마음을 바꿈을 일컫는 말을 심기일전(心機一轉), 충심으로 기뻐하며 성심을 다하여 순종함을 일컫는 말을 심열성복(心悅誠服), 마음이 너그러워서 몸에 살이 오름을 일컫는 말을 심광체반(心廣體胖),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심복지인(心腹之人), 높은 산속의 깊은 골짜기를 이르는 말을 심산계곡(心山溪谷), 심술꾸러기는 복을 받지 못한다를 이르는 말을 심술거복(心術去福), 마음이 번거롭고 뜻이 어지럽다는 뜻으로 의지가 뒤흔들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심번의란(心煩意亂),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심심풀이로 어떤 일을 함 또는 그 일을 일컫는 말을 심심소일(心心消日), 마음이 움직이면 신기가 피곤하니 마음이 불안하면 신기가 불편하다를 이르는 말을 심동신피(心動神疲), 심두 즉 마음을 멸각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라는 뜻으로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불 속에서도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를 이르는 말을 심두멸각(心頭滅却), 마음은 원숭이 같고 생각은 말과 같다는 뜻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생각을 집중할 수 없다를 이르는 말을 심원의마(心猿意馬) 등에 쓰인다.
▶️ 猶(오히려 유/원숭이 유, 움직일 요)는 ❶형성문자로 犹(유)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酋(유)로 이루어졌다. 원숭이의 일종으로 의심 많은 성질이 전(轉)하여, 의심, 망설임의 뜻이다. ❷형성문자로 猶자는 '오히려'나 '망설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猶자는 犬(개 견)자와 酋(묵은 술 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酋자는 여기에서 '추, 유'로의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猶자는 본래 원숭이의 일종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猶자에 아직도 '원숭이'라는 뜻이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는 관계없이 '망설이다'나 '오히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어찌 보면 의심이 많은 원숭이의 특징이 반영된 글자라 생각된다. 그래서 猶(유, 요)는 ①오히려 ②가히 ③다만 ④이미 ⑤크게, 지나치게 ⑥~부터 ⑦그대로 ⑧마땅히 ⑨원숭이(구세계원숭잇과와 신세계원숭잇과의 총칭) ⑩태연(泰然)한 모양 ⑪허물 ⑫꾀하다 ⑬망설이다 ⑭머뭇거리다 ⑮말미암다 ⑯같다, 똑같다 ⑰그림을 그리다, 그리고 ⓐ움직이다(요) ⓑ흔들리다(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설일 유(冘)이다. 용례로는 조카딸이나 형제자매의 딸을 유녀(猶女), 형제의 자손을 유손(猶孫), 조카나 편지에서 나이 많은 삼촌에게 자기를 일컫는 말을 유자(猶子), 망설여 결행하지 않음을 유예(猶豫), 아버지의 형제를 유부(猶父), 아직도 모자람을 유부족(猶不足), 물고기와 물과의 관계처럼 임금과 신하 또는 부부 사이가 친밀함을 이르는 말을 유어유수(猶魚有水), 오히려 모자람 또는 싫증이 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유위부족(猶爲不足), 아니함보다는 나음을 일컫는 말을 유현호이(猶賢乎已), 조카들도 자기의 아이들과 같이 취급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유자비아(猶子比兒), 물건을 얻었으나 쓸모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유획석전(猶獲石田), 두려워 할 바 못 됨을 이르는 말을 유공불급(猶恐不及), 다른 것보다는 오히려 훨씬 쉬운 편으로 앞으로 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유속헐후(猶屬歇后), 아버지 같고 자식 같다는 뜻으로 삼촌과 조카 사이를 일컫는 말을 유부유자(猶父猶子),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을 과유불급(過猶不及), 위급한 경우에는 짐승일지라도 적을 향해 싸우려 덤빈다는 뜻으로 곧 궁지에 빠지면 약한 자가 도리어 강한 자를 해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곤수유투(困獸猶鬪),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일컫는 말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말을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말을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足(발 족, 지나칠 주)은 ❶상형문자로 무릎에서 발끝까지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발을 뜻한다. 한자(漢字)의 부수(部首)로 되어 그 글자가 발에 관한 것임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足자는 '발'이나 '뿌리', '만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足자는 止(발 지)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것이다. 그러나 足자에 쓰인 口자는 성(城)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止자가 더해진 足자는 성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실 足자는 正(바를 정)자와 같은 글자였다. 그러나 금문에서부터는 글자가 분리되면서 正자는 '바르다'나 '정복하다'를 뜻하게 되었고 足자는 단순히 '발'과 관련된 뜻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足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발의 동작'이나 '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足(족, 주)은 소, 돼지, 양, 개 따위 짐승의 무릎 아랫 부분이, 식용(食用)으로 될 때의 일컬음으로 ①발 ②뿌리, 근본(根本) ③산기슭 ④그치다, 머무르다 ⑤가다, 달리다 ⑥넉넉하다, 충족(充足)하다 ⑦족하다, 분수를 지키다 ⑧물리다, 싫증나다 ⑨채우다, 충분(充分)하게 하다 ⑩만족(滿足)하게 여기다 ⑪이루다, 되게 하다 ⑫밟다, 디디다 그리고 ⓐ지나치다(주) ⓑ과도(過度)하다(주) ⓒ더하다, 보태다(주) ⓓ북(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을 돋우다(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주) ⓔ배양(培養)하다(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두터울 후(厚), 짙을 농(濃), 도타울 돈(敦), 넉넉할 유(裕), 풍년 풍(豊), 발 지(趾), 남을 여(餘), 넉넉할 요(饒),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손 수(手)이다. 용례로는 죄인의 발에 채우는 쇠사슬을 족쇄(足鎖), 발자국으로 걸어오거나 지내 온 자취를 족적(足跡), 발바닥이 부르틈을 족견(足繭), 바쳐야 할 것을 죄다 바침을 족납(足納), 무덤 앞의 상석 밑에 받쳐 놓는 돌을 족석(足石), 발바닥을 때림 또는 그런 형벌을 족장(足杖), 발뒤꿈치로 땅을 눌러 구덩이를 만들고 씨를 심음을 족종(足種), 발을 이루고 있는 뼈를 족골(足骨), 발자국 소리를 족음(足音), 발가락으로 발 앞쪽의 갈라진 부분을 족지(足指), 발의 모양 발의 생김새를 족형(足形), 발로 밟아서 디딤 또는 걸어서 두루 다님을 족답(足踏),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마음에 모자람이 없어 흐뭇함을 만족(滿足), 일정한 분량에 차거나 채움을 충족(充足), 손과 발로 손발과 같이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을 수족(手足), 기관이나 단체 따위가 첫 일을 시작함을 발족(發足), 아주 넉넉함으로 두루 퍼져서 조금도 모자람이 없음을 흡족(洽足), 매우 넉넉하여서 모자람이 없음을 풍족(豐足), 스스로 넉넉함을 느낌을 자족(自足),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충분히 갖추어 있음을 구족(具足), 보태서 넉넉하게 함을 보족(補足), 어떤 장소나 자리에 발을 들여 놓음을 측족(廁足), 아랫사람이 웃사람을 공경하는 일을 예족(禮足), 머리와 발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수족(首足), 발 가는 대로 걸음을 맡김을 신족(信足), 발을 잘못 디딤을 실족(失足), 발 벗고 뛰어도 따라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능력이나 재질 등의 차이가 두드러짐을 이르는 말을 족탈불급(足脫不及), 흡족하게 아주 넉넉함을 일컫는 말을 족차족의(足且足矣), 넉넉하여 모자람이 없든지 모자라든지 간에를 일컫는 말을 족부족간(足不足間), 발이 위에 있다는 뜻으로 사물이 거꾸로 된 것을 이르는 말을 족반거상(足反居上), 발이 땅을 밟지 않는다는 뜻으로 매우 급히 달아남을 이르는 말을 족불리지(足不履地), 자기 자신이나 또는 자기의 행위에 스스로 만족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만족(自己滿足),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치마를 걷고 발을 적신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을 건상유족(蹇裳濡足) 등에 쓰인다.
▶️ 恃(믿을 시/어머니 시)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寺(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恃(시)는 ①믿다, 의지하다(依支--) ②의뢰하다(依賴--) ③자부하다(自負--) ④가지다, 소지하다(所持--: 물건을 지니고 있다) ⑤어머니(≠怙)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信(믿을 신), 諒(살펴 알 량/양, 믿을 량/양) 등이고, 반의어로는 怙(믿을 호/아버지 호)이고, 통자로는 持(가질 지)이다. 용례로는 믿고 의지함을 시뢰(恃賴), 험한 지형을 의지함을 시험(恃險), 자기의 악한 성미를 믿음 또는 그런 성미를 부리는 악을 시악(恃惡), 무슨 일이 그러하려니 하고, 저 혼자 속으로 믿고 겉에 드러냄을 자시(自恃), 자기 행동에 대해 자존심을 가짐을 긍시(矜恃), 등대고 믿음을 부시(負恃), 남에게 기대어서 의뢰함을 빙시(憑恃), 믿어 의지함이나 의뢰함을 의시(依恃), 왼쪽에서 가까이 모심을 이르는 말을 좌협시(左脇恃),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 또는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을 이르는 말을 소시자(所恃者), 자연히 이루어진 일을 자기의 공로라고 주장하고 나이 많은 것을 빙자하여 함부로 날뜀을 이르는 말을 탐천시로(貪天恃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