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움] 롤리팝, 그 잎새 06.
유성이라는말에 조용히 넘어가주는 주아. 다른사람은 몰라도 유성이를 만날때만은 군말없이 따로가주는 주아다.
이쯤되면 연락을 해봐야될텐데..
" 여보세요~ 유성아 누나 끝났어 "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유성이 이거 또 집에서 노래 크게 틀고 듣고있는모양이네.
- 어어 누나! 교문으로 갈게!
" 아니야 누나가 집 앞으로 갈게~ "
-됬네요~ 금방나가~
통화를 마친지 5분도 안되서 저 멀리 뛰어오는 유성이가 보인다. 그나저나 떡볶이먹으러가는데 점심시간과 다르게 왠 정장차림이람.. 유성이에게 바로 어깨동무를 하고 분식집으로 향한다.
우리학교와 시내는 별로 먼거리가 아니므로 학교에서 끝나면 주아와 가끔 시내로 걸어가 놀곤한다.
" 오늘 완전 심심했지 유성이? "
" 으응 누나 완전보고싶었어 "
" 말도 참 이쁘게해요 으유~ "
유성이의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분식집으로 들어서니 낯익은 한 얼굴이 보인다. 온리원...이름이 리원이라고 했었지?
" 어어 안녕 리원? "
반갑게 인사를 건내니 돌아서 잠시 생각하다가 인사를 건내는 리원. 그래. 향주빼고는 얼굴도 기억할필요 없다이거니..
" 어어 이름이... 으 모르겠다.. "
" 가은연이야 가은연 "
" 아아 응응 내일은 꼭 기억할게에.. "
시무룩해하는 모습이 귀엽구나. 다른반 친구인지 같은교복의 남자아이와 라면을 먹는중이다. 친구도 있으면서 일부로 향주랑 먹은건가? 여튼 벌써부터 들이대기는!
" 누나 아는사람이야? "
" 아아, 내 뒷자리 친구의 짝꿍이야 "
어찌보면 조금..먼 사이려나?
" 치즈떡볶이 3인분이랑..또 뭐먹을래? "
" 아냐 누나 1인분만시켜! "
" 으응? "
밥을 먹고왔다며 떡볶이 1인분과 튀김 5개를 시켜버린다.평소 식성으로는 3인분과 튀김 10개도 모자라서 오뎅까지 집어드는 유성이가..왠일이람.
행복한 얼굴을 하며 떡볶이를 집어들고 먹기시작하는 유성이의 사진을 찍어버렸다.
" 아이참... 누나 이상한것 좀 찍지 말라니깐 "
" 너가 찍기전에 먹어버렸잖아~ 너라도 찍어야지! "
이제는 대놓고 동영상버튼까지 누르며 찍기 시작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광고라도 찍듯이 맛있게 먹어치우는 유성이
" 정말...너무한거 아니야 반유성? "
사진찍기에 너무 몰두했는지 어느새 떡볶이와 튀김을 다 먹어버리고 새우튀김 하나만 남겨놓은 유성이다. 정말... 이 튀김하나를 누구코에 붙이라고 이러는건지..
" 에이.. 알았어 누나~ 내가 빙수쏠게~ "
유성이의 말에 금방 화를 풀어버리는 나였다. 정말.. 가은연 화푸는게 어찌보면 유성이보다 더 쉬울거야.
근처 빙수가게로 들어와 메뉴판을 보고있으니 금방 치즈빙수를 시켜버리는 유성이. 유성이는 나와 식성이 비슷해져서 치즈를 너무나도 좋아한다. 치즈떡볶이를 사달라는것부터 이미.. 치즈세계에 빠져버렸다니깐.
" 넌 맨날 치즈빙수야, 반유성 "
" 여긴 치즈빙수만 맛있어! "
" 치. 언제 다른거 먹어봤다고? "
항상 올때마다 치즈빙수만 시켜놓고는 무슨 핑계람. 진동벨이 울리기 시작해 카운터에 다녀오는 유성이다. 내가 신메뉴가 신기하다며 구경할 동안 신메뉴까지 주문했는지 처음보는 낯선 가래떡이 치즈로 덮어져있다.
" 이건 또 뭐야? "
" 누나가 먹고싶어 하는거 같길래 "
" 돈이 어딨다고 이런걸 사! "
" 왜이래, 나 돈많아! "
가끔 알바를 뛴다는식으로 밤 늦게나 새벽에 들어와 지각할때가 있더니 정말 알바를 가긴 가는 모양이다. 중학교때 아침마다 이모께 용돈만 타가던 녀석이 아주 다컸네 다컸어.
" 으유 돈 많아요 우리 유성이? 오구오구 그랬져요? "
킥킥 웃으며 유성이의 어깨를 툭툭 쳐 준후, 바로 휴대폰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사진이 찍히기 싫었는지 순순히 숫가락을 내려놓는 유성이때문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안찍을성 싶은가!
" 아 누나아 찍지 말라고오~"
킥킥거리며 숫가락을 들어 자기 딴에는 얼굴을 가린다고 가리고있는 유성이. 귀엽기는
" 누나 설마 SNS에 올릴건 아니지? "
" 응? 안올려~ "
안올리기보다는 못올리는거지만. 한때 유성이와 같이 찍은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발칵 뒤집어진적이있다. 그후로는 프로필사진은 물론 SNS에는 당연하게도 못올리고있다지..
몇년전까지는 올려도 신경도 쓰지 않아놓고는 갑자기 저러고있다. 변했어 변했어!
빙수를 먹다보니 갑자기 떠오른 단호생각에 유성이에게 한탄을 내놓고있다.
" 아니 글쎄 우리반에 어쩌구저쩌구... "
" 에이, 뭐야 그자식 진짜나빳네 "
" 어음.. 유성아 그렇긴한데 선배야 선배.. "
오늘일을 다 말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는지 벌써 빙수와 가래떡을 모두 먹어치웠다. 바로 집으로가야하나 고민하던중 코인노래방을 가자고 조르는 유성이로인해 끌려가는 나다. 평소때와 같으면 노래방을 가자고 졸랐을텐데 돈을 많이 쓰기는 한 모양이다.
첫곡은 역시... 나의 벨소리. No more love to you..
노래방에오면 처음으로 부르는 나와 유성이의 지정 곡이다.
" 다음엔 뭐 부를거야? "
" 당연히 우리 선배님노래지! "
솔로가수인 KJ를 좋아하는 우리 유성이는 KJ를 선배님이라고 칭하며 노래가사를 아예 다 외워버렸다. 그때문에 집에 KJ 앨범이며 포스터며.. 어지러울 정도지..
노래를 다 마쳤는지 마이크를 내려놓는 유성이를 데리고 곧장 집으로 향해버렸다. 너무 늦은시간이라.. 오늘 안그래도 강단호녀석때문에 못한 영어공부를 마쳐야한다.
" 하여간 강단호.. 내일은 내가 무시하고말거야!! "
강단호를 외치며 잠들어서인지.. 꿈에 강단호가 나와버렸다. 언제봤다고 내 꿈까지 침범하는건지...악몽이라는 생각에 5시 30분이되기도 전에 깨어나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고있는중이다.
" 오늘은 강단호가 저를 괴롭히지않게 해주세요- "
두손을 모아 휴대폰에게 짧은 기도를 마친후 아침상을 차리기위해 거실로향했다. 물을 마시려는듯 나와있는 유성이에게 인사를 마치고 앞치마를 두르니 잠결인지 뒤에서 나를 부둥켜앉고는 잠을 청해버린다.
" 유성아.. 방으로 들어가 방으로 "
어릴때보다는 훨씬 커버린 유성이기에 이제는 내 힘으로 제압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해진 유성이. 나의말에 눈을 비비며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뻗어버렸다.
" 으이구.. "
피식 웃음짓고 아침상을 차리기 시작한다. 가끔 나와서 저렇게 잠꼬대를 하는 유성이를 보면 왠지모르게 친동생같이 느껴져버린다. 몇년을 같이 살아서 이제 친동생이나 다름없지만..
상위에 유성이가 좋아하는 소고기 미역국에 햄과 장조림등 반찬을 올려놓은후 나의 밥그릇에 몇개 덜어서 먹기 시작했다. 국은 내것 이외에는 혹시 식지는않을까 나가기전에 한번 더 끓여놓곤 한다.
외로운 아침상.. 옛날에는 일찍일어날 필요가 없어서 이보다는 덜 외로웠었는데.. 이제는 같이 상을 차려주시기엔 이른 시간이니..
괜한생각을 했는지 붉어진 눈시울을 가리기위해 재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어제와같은 6시 30분이 되서야 깨어나신 이모께인사를 마친후 유성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집문을 나섰다.
초등학교때까지만해도 아침인사는 볼뽀뽀였지만 뽀뽀하기에는 좀..많이 커버린탓에 바뀌어버린 아침인사다.
아직 봄이 덜 온 모양인지 쌀쌀해진 날씨에 우리학교 특유의 교복인 가디건을 걸치고 학교로 나섰다.
뭐.. 우리학교가 인문계치고는 각종 행사를 많이하는바람에 싫어하기는 하지만, 한가지 좋은것은 교복이 특이하다는것이다.겉옷으로 가디건, 단추형 조끼, 보통의 입는조끼, 져지 형식의 겉옷등 여러가지로 나누어졌고 사이즈를 잡지는 않는편이다. 학교 이사장님이 공부를 편하게하라는식으로 지정한 복장이다.
" 오늘은 자나보네. "
주아의 연락이 오지않는것이 익숙했는데.. 어제 한번 등교했다고 초등학교때처럼 내심, 기대했나보다.
교문을 통과하니 쌀쌀한 늦겨울의 바람이 그치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는 운동장이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향한 2학년건물. 오늘은 무슨일이있어도 영어공부를....
" 왔냐. "
하려고했는데... 저놈에 강단호는 왜이리도 일찍 등교하냔말이다..
" 어...어."
단호의 반김에 당황하며 괜스레 교실과 복도를 훑어보고는 자리로 향했다.
" 어제보니까 영어.. 못하나보던데 맞지? "
" 어? "
어제와 전혀다른말에 당황하는 나에게 해맑은 미소까지 선사하는 단호.. 오늘 뭔가 잘못먹은것은 아니겠지?
그래.. 내 이름도 모를텐데 아침에 잠깐만 이러다말겠지..
" 내가 알려줄까, 은연아? "
은연아랜다...아무래도 강단호 이자식이... 무언가 정말 단단히 잘못먹은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