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움] 롤리팝, 그 잎새 16.
" 은연아, 내말 듣고있어? "
리원이에게 영어수업을 받는 아침시간, 오늘따라 다른생각이 떠올라버려 수업에 집중이되지 않는다.
" 조용조용! 오늘 학교에서 중요한 시험이있어서 단축수업을 하게됬어요. "
평소보다 빠른시간에 들어오신 담임선생님께서..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온다.
" 와, 은연쓰! 우리 오늘 데이트어때? "
" 어디로? "
또 한도아가 데려다준 모양인듯 빨리도착한 주아와 이야기를 시작하고있으니, 리원이가 공책을 가져가려는듯 책상에 올려놓은 팔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기분이든다.
" 아, 공책 돌려줄게! 아차, 우리 이번주 금요일, 모의고사 아니야? "
" 응, 그랬지. "
밀려오는 후회감... 저번주 불금이 마지막으로 놀 기회였다니..
" 또 시작이군... 집가서 영어나 해야지. "
" ....우리집에서 알려줄까?오늘 누나들 안들어오는모양이던데. "
구세주같은 천사 리원이의 한마디.
" 잠깐, 야 온리원 아무리그래도 여자애를 집으로 들이냐. "
" 맞아, 우리은연이 내꺼거든?! "
나와의 대화를 어느새 엿듣고는 한마디씩 내뱉는 재우와 주아.
" 무슨얘기야? 뭐야뭐야? "
" 서은향, 뭐가 그리 또 궁금해. "
이제서야 등교를 하는듯 들어오는 은향이와 가영이가 한마디씩 거든다. 뭔가 일이...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기분인데..
" 사람이 왜이리 많아졌담... "
결국 박재우와 주아, 은향이와 가영이까지 총 5명이서 리원이의 집으로 향하게됬다.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매운 떡볶이를 시키자는 재우.
" 콜! "
" 야 리원아, 여기 몇번지냐? "
재우의 말에 거들듯이 대답해버리는 주아, 은향이와 가영이또한 좋아하는 모양인듯.. 전화를 걸어버리는 재우다.
" 난 매운거 못먹는데.. "
늦게서야 이야기를 꺼내는 리원이, 늦게말한게아니고.. 박재우 저녀석이 멋대로 시켜버린것이기는 하지만..
" 나도.. 야, 너희는 집주인 허락도 안맞고 음식을 막시켜버리냐.. "
단축수업이라 점심도 안먹어서 배고플 차인데... 매운음식을 시켜버리다니...
" 나참.. 집주인이 손님들만두고 나와도 되는거야? "
" 은연이 혼자가라고 둘수는 없잖아~ "
결국 리원이와 단둘이 편의점으로 향하게되었다. 라면을 먹자니 인스턴트라 별로고.. 그래도 라면밖에 먹을것이 없으니...
" 리원이 집에 라면 있....어라? "
우리학교교복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붙잡고 말해버린탓에...
" 엥? 은여이? 뭐야? "
지도형을 잡아버린모양이다.
" 응? 은연아 뭐라고? "
음료수칸에서 사이다를 골라오는 리원이, 그 뒤에 강단호도 보인다..
" 뭐야뭐야,둘이 라면먹고가... 어머, 그런사이야? "
두볼을 가리며 부끄럽다는말투로 비아냥거리는 도형, 너를 때리고싶기는..이번이 처음이구나.
" 뭐래는거야, 공부 배우는거거든? "
" 단호야, 골랐어?어라? 은연이랑...리원이네? "
" 단둘이? "
어느샌가 단호의 뒤에서나와 단호의 팔을 붙잡고있는 향주,
" 어. 단 둘 이. "
리원이의 손을 붙잡고 사이다와 라면을 계산한후 편의점을 나와버렸다.
왜 그런말을 내뱉은지 이런행동을 하게된건지...이해가 되지않는다. 저번에이어서 향주와 강단호만보고있으면.. 나도모르게 입이 먼저 반응을 해버린다.
하지만, 생각해보니...향주가 괜히 리원이를 오해하면 어쩌지?
" 애들기다리겠다, 빨리가자 은연아. "
누나들때문인지 여자와 손을 잡는것이 익숙한듯 손을 꼭 붙들고 집으로 향하는 리원이. 향주가 신경쓰이지 않은 모양이다..
리원이도 이렇게 태평한데...왜 내가 반응을 하고있는거지..
" 아씨 뭐야...도착한줄알았네. "
" 이봐, 넌 우리보다 떡볶이가 중요하냐? "
" 어어, 온리원 쎈스있는데? "
나의 말에 리원이의 손에 들려진 사이다를 보며, 괜스레 말을 돌리는 재우. 태평한녀석...사이다가 더 반가운 모양이다.
" 한입만 먹어봐~ "
약올리듯 떡볶이를 건내는 재우의 포크를 빼앗아, 재우의 접시에있는 치즈를 돌돌 말아 먹어버렸다. 절망의 고음을 질러버리는 재우, 그에 자신의 치즈를 건내는 주아가보인다.
" 어우...눈뜨고는 못보겠다.. 리원아 라면이나 먹자. "
리원이를 데리고 짜파게티가 있을것이라는 리원이의말에 찬장을 열어보니..
" .....라면장사하냐, 너희집? "
온갖라면이 종류별로 모여있는 부엌의 찬장..
" 뭐야...니네집 라면장사하냐? "
" 우와...너네집 짱이다.. "
재우와 주아가 보기싫다며, 어느새 부엌으로 온 가영이와 은향이또한 같은말을 내뱉는다.
" 아아.. 누나들이 라면을 좋아해서. "
" 너가아니고? "
" ....아니야! "
가영이의말에 땅을 바라보며, 작게 툴툴거리는 리원이. 자리가 가까워져서인지.. 어느새 꽤 친해진모양이다.
" 가영이 라면 진짜좋아해.특히 진라면매운거. "
" 있는데, 먹을래? "
" 뭐...있으면 주던지? "
떡볶이로는 역시 성이 차지 않는듯 은향이또한 내가사온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섞은 짜파구리를 같이 먹기로했다.
" 아주, 너희집이다 너희집? "
끓인라면냄비를 들고 거실로 향하니, 테이블에 엎어져 곤히 잠들어계시는 주아와 박재우.
" 아주 배가부르니까 잠이 솔솔오지, 저쪽가서 자! "
주아와 재우를 흔들어깨우고 구석으로 보내버렸다. 꽁냥거리며 이어폰을 사이좋게 한쪽씩끼고 노래감상중이시다.
" 괜찮겠어? "
진라면을 두개나 끓여버려서인지, 가영이가 다 먹을수있을지 걱정이되는모양이다.
" 괜찮아, 이정도는 먹을수있어,맛있네. "
리원이의 솜씨에 만족스러운듯 김치까지 올려서 먹기 시작하는 가영이
" 우리 가영이는 진라면 잘끓이는남자좋아해. "
" 켁, 서은향. 쓸데없는소리는... "
해맑게웃으며 짜파구리를 먹기시작하는 은향이.스파게티를 말듯 포크를 사용해 숫가락에 돌돌말고는, 한입가득넣어 햄스터마냥 오물오물 씹어먹는다. 볼이 움직이는게 참으로 귀엽구나..
" 뭐해 리원아, 안먹어? "
잠시 무슨 생각이라도 하고있었는지 화들짝 놀라며 젓가락을 들어올린다. 리원이가 다른생각을 할때도 있다니..
" 우후, 우리 완전 삘받았어. 노래방 콜?!"
" 코...아니 나 공부할거라고!! "
리원이의 집에 온 목적을 완전히 잊은모양인지, 신발까지 신고 나가버릴 기세인 주아와 재우다.
" 미안.... "
은향이까지 솔깃한모양인지.. 재우와 주아의 뒤를 따른다. 못말린다는표정으로 은향이의 뒤를 이어 신발을 갈아신는 가영이. 아주... 다들 밥먹으러 오셨구만?
" 으후... 드디어 조용해졌네. "
설거지를 마치고 테이블에 앉는 리원이와 나다. 괜히 나때문에 노래방도 못가고있는건 아닌지..
" 왜, 난 오랜만에 북적거려서 좋던데? "
" 응? "
리원이의 말에 되물어버리고 말았다, 저번에 듣기에는 누나가 많다고했는데.. 오랜만에 북적거린다는것은 무슨뜻인지.
" 사실 내가...지금 늦둥이거든.. 그래서 누나들이랑 나이차이도 많이나는편이고... ..., "
리원이의 말로는 가장 적게 차이나는 누나가 5살차이라고한다. 또 첫째와 둘째누나는 공기업직원이라 밤 늦게서야 퇴근하기일쑤고, 부모님또한 맞벌이에 막내누나는 미대 학생인데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집안이 거희 비어있기일쑤라고..
그나저나, 두 누나가 공기업직원이면...리원이도 부담감이 크겠는걸
" 그래도, 가끔은 북적거리겠는걸.. "
우리집은..동생이라던지 오빠나 언니가 있는것도 아니고.. 부모님이...계신것도 아니고..유성이와 이모뿐이다..
사실 조금 많이 북적거리긴하고 시끄럽긴했어도.. 사람사는집같다는 기분에 잠시 좋았었는데..아마 리원이도 그런기분이었겠지?
괜한이야기를 꺼냈는지, 상막해져버린 분의기에 간식이라도 먹자며 부엌으로 가버린 리원이다.
" 넌 진짜 요리 잘하나보다. "
리원이가 가져온것은 토끼모양으로 깎인 사과와 보통의 딸기들이다. 한번해보고 어렵다고 포기한 토끼모양인데.. 남자치고는 섬세하게 잘 깎아놨네..
" 어디까지 풀었었지? "
사과에 정신이 팔려있으니 먼저 영어책을 펴오는 리원이, 생각해보니 바로 옆 책꽂이에 영어로된 수많은 책들이 있는것이 눈에띈다.
" 저 책들은 뭐야? "
" 아... 엄마가 스튜어디스셔서.. 영어공부를 좀 많이하시거든. "
" 아아... "
어릴때부터 듣고자라서 영어를 잘하는건가보구나.. 근데 우리 주아는 왜... 그래 주아이야기는 꺼내지말자 도하운한테 시달리는걸로도 충분하겠지..
" 음.. 몇개 빌려갈래? "
" 아니야아니야, 봐도 몰라! "
팔까지 흔들며 격하게 부정하니 피식웃으며 다시 책꽂이에 책을 꽂아넣는 리원이다.
" 시간 엄청안가네.. "
" 그러게.. "
한참은 배운것같은데 아직 시계가 8시를 가리키고있다. 이럴줄알았으면 노래방에 한두시간이라도 다녀올걸 그랬나.
아니다, 노래방에 끌려갔었으면 오늘하루 공부는 이미 물건너갔을것이다.
" 근데 좀.. 배고프지않아? "
" 응...응 사실. "
리원이의 말에 이끌려 근처 시내로 나와버렸다.
" 뭐,먹고싶어? "
" 음...따뜻한거? "
나의말에 고민하는듯 하더니 근처 떡볶이집으로 데려간다. 사실 방금 애들이 떡볶이를 시켜먹을때, 맵지만 않았으면 먹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는데.. 리원이도 같은생각인듯하다.
" 애들때문에 너무 미련남았었거든.. "
" 나도나도, 사실 진짜 먹고싶었어. "
오뎅과 순대까지 싸그리 비어낸후, 떡볶이가게를 나왔다. 어딜가야할지.. 한참 걸어가고있으니 무언가 뒤에서 나를 안아오는것이 느껴진다.
" 누우나! "
" 어라, 유성아? "
저번의 정장차림, 어딘가를 다녀오는 모양이다.
" ...옆은 누구야? "
" 아.. 음 저번에말한... 아니다, 나 맨날 영어알려주는 친구야. "
" 아아. 안녕하세요. "
꾸벅 인사를 건내는 유성이, 살짝 당황하는듯 자신도모르게 같이 고개를 숙여버리는 리원이다.
" 누구야? "
" 어, 음... "
말해도....되려나..
" 내.. 동생이야. "
" 아아. "
뭐, 동생은...얼추 맞으니까..
" 누나누나, 나 진짜 배고파.. 엄마가 이모들이랑 여행간다고 몇일 안온데..빨리 뭐 먹자아.. "
유성이의 부추김에 리원이와 유성이를 번갈아 바라보니, 무언가 생각하는듯 잠시 멈춰있다가 말을꺼내는 리원이.
" 아, 난 깜빡잊고 안한일이있어서..가봐야될거같아! "
" 어어? 어...잘가.. "
" 내일봐! "
손을 흔들고 달려가버린다. 분명...거짓말이겠지.
" 아 누나, 누나 솔직히 학교에서 인기많지 응? "
건너편에서 닭가슴살을 뜯어가며 말을 건내는 유성이. 남자랑 있었다고 귀여운 질투라도 부리는 모양이다.
" 많기는.......음, 그래 많아! "
" 뭐어?! "
충격받은듯 치킨을 놓쳐버리는 유성이, 왜이리 반응이 귀여운지.. 사실 인기는 무슨 지금까지 남자하나 못사겨본 모태솔로인데말이야.
" 우리 누나가... 따른 남정네들이랑...이러쿵저러쿵 어흑... "
치킨을 먹으면서 마지막 조각을 먹을때까지 독백을 읊어버리는 유성이를 달래며 치킨집을 나선다. 유성이덕분에 간만에 부드러운살만 뜯어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