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화상께 드림, 다섯(呈似指空五)-백운경한(白雲景閑)
기식곤래면(飢食困來眠)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거니
무심만경한(無心萬境閑) 마음이 비어 있어 어딜 가나 넉넉하네
단의본분사(但依本分事) 이렇듯 본래 마음 잃지 않으면
수처수현성(隨處守現成) 그 어느 곳인들 극락 아니리
*위 시는 ‘석지현’(釋智賢)님의 편저 “선시감상사전”에 실려 있는데, 참고로 석지현님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73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이후 인도, 네팔, 티베트, 미국, 이스라엘 등지를 수년간 방랑하였고, 편.저.역서로는 “선시”, “법구경”, “숫타니파타”, “불교를 찾아서”, “선으로 가는 길”, “벽암록”, “왕초보 불교 박사 되다”, “제일로 아파하는 마음에-관음경 강의”, “행복한 마음 휴식”, “종용록” 등 다수가 있습니다.
*백운경한(白雲景閑, 1298~1374, 호남 고부 사람)은 고려 후기의 승려로 어려서 출가하여 원나라 호주(湖州)에 가서 임제 18대손인 석옥청공(石屋淸珙)에게서 심법을 전해 받고 지공에게도 법을 물었으며, 1355년(공민왕 2) 크게 깨우친 바 있었고, 이듬해 청공의 제자 법안(法眼)이 청공의 사세게(辭世揭)를 갖고 와서 그에게 전했으며, 나옹혜근(懶翁惠勤)의 추천으로 1355년(공민왕 4) 해주 신광사 주지가 되었고, 1370년(공민왕 19) 공부선의 시관이 되었으며, 그는 태고보우(太古普愚)와 마찬가지로 청공의 법을 받았지만 보우가 주로 간화선을 중시한데 비해 그는 무심무념을 궁극으로 삼는 묵조선으로 선풍을 드날렸고, 1374년(공민왕 23) 여주 취암사(鷲岩寺)에서 입적하였습니다. 저술로는 현존하는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2권)와 ‘백운화상어록(白雲和尙語錄)’(2권)이 있는데, 불조직지심체요절 권하(卷下)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자본(鑄字本)입니다.
*위 시의 형식은 ‘오언절구’이고, 출전은 ‘백운화상어록(白雲和尙語錄)’입니다.
*本分事(본분사) : 본래의 일, 내가 부처라는 본래의 입장
現成(현성) : 지금 현재(現) 이래로 완벽하다(成)는 뜻
*위 시에는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배워야 할 것도 구할 것도 없나니……, 진리는 이에서 다한 것이다’라는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