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용역업체 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이아무개씨(48세) 그는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새벽 4시 00분 잠자리에서 일어난다.아침 6시까지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 서둘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는 직장에 도착하자 마자 곧바로 빌딩 외각 청소부터 한다.건물주위를 말끔히 치우고 나면 곧바로 건물 내부 복도를 층마다 돌아 다니면서 각 사무실에서 흘러 나온 쓰레기들을 우마에 실어 쓰레기장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 건물에 입주해 있는 일반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이전에 일을 모두 처리 해야 하니 흘러 내리는 땀을 흠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오전 10시가 되여 겨우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난 다음 또다시 각 사무실에서 수거해 온 쓰레기들을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로 분리 수거차량에 실을 준비를 해야 한다. 쓰레기 분리를 하고 나면 오후 1시, 점심을 먹고 조금 쉬었다 오후 4시 퇴근까지 이와 같은 청소일은 반복 계속 된다.
이아무개씨가 이렇게 하루 10시간을 일해서 얻은 수익은 월 90만여원이다.용역업체 소속이다. 급여 외에 별도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월 90여만원의 수익이 전부다. 그렇지만 이돈으로 어떻게든 4식구가 한달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힘든 몸을 추스리고 새벽 4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출근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그에게 고달픈 일보다 형편없는 월급보다 더 힘든게 있다. 그에 소속이 용역업체이다 보니 고용의 불안정 때문이다. 용역업체는 원청업체와 체결한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와 매우 유사하다.그래서 원청업체와 맺은 계약조건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신분상 불이익을 많이 받는다. 신분상 불이익이란 직,간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원청업체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다음해 근로계약을 장담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항상 고용의 불안정 속에 힘든 직장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살기 위해 고용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원청업체의 부당한 대우와 간섭에도 숨을 죽여야 하고 일반 직장인들의 3분의 1도 안되는 적은 월급에도 말한마디 못한채 힘겨운 생활고를 감내 할 수 밖에 없다.
이아무개씨와 같이 사내 도급형태의 회사에서 일하는 저임금 고용불안 노동자가 대략 50만~60만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작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에도 적용받지 못하는 그야말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반갑게도 이들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조금이라도 보이기 시작했다. 원청업체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자 구실을 했다면 이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도급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원사용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고용의 불안정 때문에 머슴처럼 살아야 했던 이아무개씨와 같은 노동자에게는 희망의 빛이 조금이라도 보이기 시작한것이다.그런데 문제는 힘없는 산업현장까지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의 파고가 미칠지 의문이다. 현대 미포조선의 하청업체와 같이 그나마 힘있는 현장에만 그 영향이 미치고 이아무개씨가 근무하는 힘없는 청소용역업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는다면 이번 판결의 의미는 찻잔속에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대법원의 판결이 찻잔속에 태풍으로 그치지 않을려면 힘없는 산업현장에 까지 그 파고가 넘쳐야 한다.그래서 50만~60만명에 달하는 도급계약 형태의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는 권익을 보장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급증하는 불법적인 하도급 관행까지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그래서 이아무개씨와 같은 사회적 약자가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법적으로 마련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