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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아오 이년은 도대체 언제 일어나는 거야!!”
더 마셨다간 자신도 세현처럼 뻗어버릴 것 같아서 안주만 먹고 있는데…이년은 자리펴고 누운건지 당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밤이 다 되어갔고 주인장의 눈치를 보느라 쪽팔려 죽을것도 같은데…아무리 자신이 뒷목을 쳐서 기절을 시키긴 했지만…역시 이건 너무 오래 뻗어있다.
“얘 그냥 자는거야? 그나저나 저기는 왜 저렇게 시끄러워!”
하리는 현이가 있을 테이블쪽으로 고개를 홱 하니 돌려 그쪽을 째려보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소란스럽고 시끄러운데 왜 이년은 깨어나질 않는 거냐고!’
지겨움에 만지작 거리던 휴대폰은 이미 방전이 된지 오래요…지루함은 그지 없으니. 제발 세현이 일어나길 빌고 또 빌뿐이다. 그나저나 저기는 싸움이라도 하는건가…왜 저리 시끄러운 건지.
“뭐야 저자식들도 방전됬나 왜 이렇게 조용…아따 저것들 어딘가 낯이 익는데…”
턱을 매만지며 목을 빼 현이네 테이블 쪽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하리. 눈살까지 찌푸리고 시험때도 나오지 않는 집중력을 발산해 계속해서 테이블을 바라본 결과…
“어!! 저것들 그때 호프집에서 쌩난리 피운 새끼들아냐!! 그럼…”
말끝을 흐리며 아직도 자고 있는 세현을 보는 하리. 이내 나직하게 ‘그럼…세현이 친구들 이잖아…?’ 혼잣말을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하리는 앞뒤볼것도 없이 바로 튕겨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나 현이가 있을 테이블로 무작정 직진하기 시작했다.
“강세현 기다려라 이 누님이 진상을 찾아볼 테니.”
의미모를 웃음을 지으며 당당하게 현이네 테이블 앞까지와 테이블을 쾅- 하고 쳐 시선을 집중시키는 하리. 씨익 웃고 있는 하리를 어이없다는 듯이 보다가 이내 주혁이가 눈을 크게 띈채로 하리를 손가락으로 가르키기 시작했다.
“너 그때 그 세현이 친구!!”
“기억력도 좋으시네. 아니지 니들 기억한 나도 기억력이 좋은건가?”
“뭐냐 갑자기?”
“아 맞다! 할 얘기가 좀 있어서 저 녀석한테.”
“미안하지만 현이 지금 너랑 말할 상태가 아…”
“아니. 너 세현이 친구야?”
“그런데…? 넌 누구야.”
“나도 세현이 친구이자 이자식 친구라서 말이야. 한가지만 물어볼게 남현이랑 무슨 얘길 하려고.”
그때 갑자기 나타난 하리를 보고선 라윤이 적대감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내며 입술을 열었다. 아무래도 초면인 하리가 그리 달갑진 않은 모양이다.
“…당연히 세현이 얘기지. 지금 강세현 상태가 말이 아니거든? 지금보니까 이자식도 말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그전에 나도 좀 앉자. 너! 좀만 들어가봐 나도 좀 앉자!!”
“뭐…뭐야!”
“여자의 직감으로…얘기가 쬐끔 길어질 것 같아서 말이야.”
당당하게 남의 테이블에 와서는 이젠 자리까지 침범하는 하리를 보고 모두 어이없다는 시선이었지만 라윤은 하리의 행동에 의미모를 웃음을 지은채 아직도 패닉상태일 현이를 한번 보고 다시 하리와 눈을 마주쳤다. 하리또한 자신을 주시하는 라윤을 보고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다시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왠지 라윤은 하리가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 강세현 저기서 뻗어있거든? 주인장한테 눈도장 찍어서 그리 위험할 것 같진 않으니까 걱정은 말고. 술먹어서 뻗은건 아니니까.”
“그럼 뭣 때문에 뻗었는데?”
바다의 물음에 어색하게 목소리를 다듬는 하리는 자신이 기절시켰다는 사실을 말할수 없어서 바다의 물음을 얼버부리고 다시 자신이 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큼큼…지금 그게 중요 한게 아니고! 중요한건 강세현 상태가 말이 아니란거야. 남얘기 이렇게 막 하는거 별로 달갑진 않지만 니들이 세현이 친구라니까 말해두는거야. 몇일전에 세현이랑 통화를 했는데 그때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
“어땠는데…?”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몰라. 그건 니들이 더 잘알겠지. 울었어. 그년이 내 귓고막 터지게 할 만큼 소리내서 울었어. 자신이 쓰레기녜 상처를 너무 많이 줬다면서 막 울었어 몇시간 동안…내가 전화하기 전부터 울었는지 목소리는 맛이 갔었고.”
“알수 없는 년이네…”
“조용히. 그래서 그 다음은?”
“이자식이랑 헤어진 것 같아서 강세현 만나서 술이라도 먹을려고 여기로 몸소 발걸음 했지. 여기서 의문이 들었어. 분명 사귈 때 좋다고 나한테 자랑을 하고 나사빠진 애처럼 웃기만 했던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럴까.”
“……”
“이상하잖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헤어지고. 찼다고 후회하고. 얘들이 1달을 갔어 1년을 갔어? 한창 콩키워야 할 때 헤어지는게 말이 되냐고. 그래서 온거야. 이자식은 어떤지. 헤어진 이유가 도대체 뭔지. 술이라도 맥여서 이실직고 시킬려고 했는데…강세현 그년 7병 넘게 먹고도 멀쩡하잖아.”
“큼…7병이라…”
“심하네.”
“엉…”
“완전 술고래 커플이였고만.”
“그리고 도대체 박하운가 뭐시깨인가 그새낀 뭐야?! 강세현 남친인가 뭔가 하는 그새끼 왜 강세현 휴대폰에 쓰레기라고 저장되어 있는거야? 남친이면 좀더 달콤한말로 저장되야 되는거 아냐?”
“쓰레기로 저장했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그렇게 하우의 손을잡고 몸도 성치 않는 현이 병실에 찾아와 이별을 선포하고 모두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리더니…현이 때문에 우는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남자친구인 하우를 쓰레기라고 저장하다니…? 머릿속에서 온통 물음표들이 가득해지고 모두들 침묵을 지킨채 생각에 빠지고야 말았다. 그때 조용히 몸을 일으킨 현이가 하리를 멍하게 쳐다본채 다 갈라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강세현…울보 어딨어…”
“…너 안잤냐? 난 뻗어서 자는줄 알았네.”
“닥치고 울보 어딨냐고…”
“울보? 아 세현이? 저기 우리 테이블에 있…어?! 이년 어디로 토꼈어!!!”
뒤 돌아본 자신의 테이블은 소주병만 나뒹군채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았고 텅텅 비어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하리는 김을 뿌뿌 내뿜으면서 테이블로 뛰다싶이 갔고 애들도 모두 일어나 하리의 뒤를 쫓았다.
『미안 나먼저 갈께 하리야. 애들한테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나와…안그럼 현이가 위험해. 우선 이것만 알아줘. 나도 더 이상은 말 못해. 그냥…아무말도 하지말고 내 말좀 들어줘. 애들앞에서 내 이름 꺼내지도 말고 내 얘기 하지도마. 나중에 다시 보자. 미안. 아 나 돈 없어서 술 값은 안냈다! –세현-』
“이…! 이…! 굳은 찹쌀떡 같은 기집애!!”
테이블 가운에 붙어 있는 두장의 포스트잇을 떼어 읽더니 이상한 욕을 하며 손을 부들부들 떠는 하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은데 아무말도 하지 말라니. 현이 위험하다니…? 이해는 가지 않지만…우선 당사자의 말을 따라주는게 맞겠다 싶어 이를 부득부득 간채 빠르게 포스트잇을 주머니에 구겨넣는 하리다.
“뭐야? 세현이는!”
“이년 토꼈어! 시발. 술값내는건 난데!! 은혜도 모르는!!”
“울보…없냐…?”
“현아…”
안쓰러운 모습으로 울보를 찾는 현이의 모습에 하리까지 가슴이 시려지는걸 느꼈다. 그리고 세현의 부탁이 생각남과 동시에 서두른 인사를 하고서 술값을 지불하고 호프집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다시한번 세현을 찾아오리란 다짐을 하고.
현이는 이내 맥없이 쭈그려 주저앉은채로 소리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애들은 어두운 분위기속 세현의 빈자리만 보고있었고 라윤은 가만히 하리가 한 말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겨낼란다.”
“어?”
“이겨낼거라고. 이겨내서 강세현 다시 내 옆에 세워둘 거라고.”
“그래 짜샤!! 이제야 남현 같네 좀!!!”
“우리도 도와줄게!!”
“꺄~ 현이양~”
“이제야 좀 마음이 놓이네.”
“병신들. 이제 그만 우리 테이블로 가자.”
“그래!! 남현 돌아온 기념으로 파티!!!”
“파티는 얼어죽을…”
이렇게 다시 돌아온 현이로 인해 아이들은 더 활기찬 모습으로 현이를 대했고 자리로 돌아와 웃고 떠들면서 술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다시 돌려놓을거야…남현 옆자리 주인은 울보밖에 없으니까.’
조용히 웃은 현이의 모습에 애들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입가에 웃음을 걸칠수 있었다.
“아오 띵한 것…윤하리 그 기집앤 거기로 가면 어쩌잔 거야!! 뭐 그래서…이렇게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자꾸만 띵해져 오는 머리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져 왔다. 뒷목을 쳐서 기절당한 것도 없지않아 있지만…아무래도 몸이 많이 지쳐있어서 그런지 잠도 잔 것 같다…하하. 내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살며시 눈을 떴을땐…하리가 이미 현이가 있는 테이블에 합석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내 기분이 어땠냐고? 심장 멎어서 죽을 뻔 했다…아니 저년은 그냥 곱게 앉아있을 것이지 왜 남의 테이블에 가서 있냐고!! 하리의 입방적이 미치도록 두려웠지만 내가 거기로 갈수 있는 여권은 못됬다.
박하우의 말도 있었지만…가장 큰 이유는 현이 얼굴보는게 참 무서웠다. 날 차갑게 노려볼것만 같아서…너무 무서웠다고. 약해빠진 소리긴 하지만 어쩌겠어. 나도 사람인지라 시선이 두려운데.
결국 잘 돌아가지도 않는 내 머리로 생각해낸 방법은 주인장에게 종이와 펜을 빌려 간단한 쪽지를 놓고 가자!! 현이네 테이블까지 손수 발걸음 하신 윤하리가 입방정을 안떨었을 가능성은 극히 드물고…최대한 막을 수밖에.
난 주인장이 준 포스트잇에 그냥 입좀 다물어 달라는 것과 먼저 가서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술값을 지불해 달라는 내용을 쓰고…조용히 토꼈다. 아 그때의 짜릿함이란!! 이뤄말할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쿵덕대는 일이었다.
철컥-
“다녀왔습…”
“어딜 그렇게 쏘다니다 오냐?”
“뭐야 너냐?”
“뭐. 그나저나 넌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 진다? 죽을병 걸렸냐?”
“내 상태가 좋든 나쁘든. 사탕좀 그만 빨아 자식아.”
“냅둬.”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건 막대사탕 입에 넣고 빨고있는 강수혁이었다. 이자식은 밤인데 양치는 안하고 사탕만 빨고있네. 그래도 걱정해주는 이녀석이 고맙기도 하지만…
“얼굴부은 두꺼비같이 생긴게.”
“죽어어!!!!!!!!!”
가끔 참을 수 없는 살인충동을 불러이르키는 주범이 된다. 니 명줄은 내가 끊는다.
5연타로 수혁이 머리를 후려친뒤에야 난 후련한 마음으로 내 방에 입성할수 있었다. 역시 내 스트레스 제조기와 해소기는 이녀석이 다 한다니까?
“뻐근하다. 몇시간을 엎어져 있었더니…”
뻐근해진 몸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어깨도 돌려보고 목도 돌려보고 별의 별짓을 다 했지만 풀어지진 않았다. 젠장…하루종일 자서 잠도 안오고…뭐하지? 난 항상 내 방에 있지만 어색한 책상에 앉아 빈노트를 하나 꺼내고 샤프를 쥐었다.
“나도…현이처럼 곡이나 써볼까?”
별 뜻은 없었다. 그냥 현이를 볼수 없으니까 그가 평소에 했던 행동들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어떤 맘이었을까 곡쓸 때 현이는…나도 안다. 내 돌 같은 머리가 현이처럼 멋진 곡을 만들 수 없을 거란걸. 작곡은 할수 없지만…작사는 할수 있다 나도. 그럼 어디 한번…실력 발휘좀 해봐?
사각- 슥-
빈 노트를 글씨로 채워가기 시작하고 노트를 가득 매운 내 인생 첫 작사는 몇시간이 지나서야 끝이났다.
“하하…참…”
지금 내 심정이 많이 불안정 해서 그런걸까…? 총 두개를 썼지만 두곡 다 서글픈 느낌이 물씬 났다. 이게 뭐야…이거 완전 독거노인이 쓴 것 같잖아? 아주 나 외로워 죽겠어요를 알리는 가사같았다.
“캬 이거 쪽팔리네.”
열심히 샤프 굴려가면서 썼는데…다시 쭉 읽어보니까 왠지 오글거리기도 하는게 나 혼자 있지만 참 창피했다. 꼭 어릴 때 쓴 철없는 일기 본 느낌이야. 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다니! 이거 놀랍군.
어디 한번…불러봐…?
그래 내 실력으로 작곡까지 하는건 무리다. 그래도 살짝 높낮이 있게 부르는건 할수 있다. 뭐 부를때마다 음은 달라지겠지만…그만큼 난 지금 할게 없어 지루했다…
“사랑해요 그대 행복한가요♪
나 이렇게 아프지만 그대만은 행복하길 바라요♩
이별의 순간 나 참 어려웠어요♪
그대향해 그토록 잔인한 말 내뱉는 다는 것에♬
사랑해요 그대 어떠셨나요♬
나 처럼 아팠나요 눈물 흘릴만큼 서러웠나요♩
나 아직 그대 사랑하지만 이맘 그대에게 전해줄수 없겠죠♪
곱게 접은 종이비행기 마냥 그대에게 날릴수 없겠죠♪
그대여 아직 날 사랑하신다면…♩”
그대여 아직 날 사랑하신다면…이런 미련한 날…안아주실수 있겠습니까…
“병신…강세현 병신…하윽…”
참 병신 같은 기집애…지가 노래 만들어 놓고 지가 우는건 또 뭐야…너무 감정이입했잖아…하기야 그럴수 밖에. 이건 내가 만든 가사니까. 내 경험 그대로 만든 가사니까…
현아. 밤마다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 남겨 놓는 현아. 바보같이 퇴원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현아. 더 병신 같은 강세현 못 잊고 사랑한다 말해주는 현아…행복하니…? 난 말이야…
니가 없어서 너무 슬프고 아프다.
이런 날 욕해도 좋아. 웃기겠지. 차버린 것도 난데 버린것도 난데 한심하게 뒤에서 엉엉 울고 있다니…하하. 현아 내 휴대폰에 니가 보낸 음성메시지들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저장되어 있다? 차마 삭제버튼엔 손도 못대겠더라…항상 들어. 밤마다 자기 전에 듣고 꼭 울어. 울고있을때 전화벨이 울리면 난 받고싶다는 충동을 억제하면서 니 목소리가 들리길 울면서 기다려.
그러다가 전화벨이 끊기면 나 혼자 두근거려해. 바보같지? 그러다가 메시지가 남았다고 그러면 우사인볼트 다리보다 더 빠른 손이 되서 휴대폰 붙잡고 제생버튼 누른다? 나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칭찬좀 해줘봐. 나 이렇게 니 목소리 기다리잖아.
제생버튼 누르면 그렇게 기다려왔던 니 목소리가 나와. 하나하나 답해주지 못하는 한심한 내 모습에 화도 나지만 그래도 니 목소리에 다 풀려버려. 넌 모르겠지? 이렇게 니 목소리 기다리는 내 모습. 널 사랑하는 내 마음. 가끔은 병신같이 괘씸할때도 있어…넌 내가 왜 이러는지 하나도 모를텐데. 아마 속으론 날 조금이라도 욕 했겠지... 내가 받은 상처 넌 하나도 모르다는거에 씁쓸하기도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
“전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