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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잉글랜드 축구팬 (출처: zapsportz)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 하나에 울고 웃는다. 자신의 팀이 득점하면 환호를, 실점하면 탄식을 내뱉는다. 모두가 공 하나에 하나가 되고, 찢어지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축구는 제1의 스포츠, 아니 국민 스포츠라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스포츠이며, 실제로 주변에서도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거나 결과가 나쁘면 헐뜯기도 한다. 당장 필자도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결과와 경기력에 대한 잘잘못을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하고, 선수들을 평가한다. 이처럼 축구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 속에서도 우리는 무언가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축구는 짧고, 일부분만 보고 있다. '축구는 짧고, 일부분만 본다'라는 말이 되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는 지금부터 그 짧은 일부분이 무엇이고, 그 이외 나머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축구라는 두 글자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대한민국 사람이면 붉은색이 떠오를 것이다. 국가대표 축구와 월드컵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이자 일상 자체이다.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더 나아가 월드컵이면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나선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에 열광한다. 그러나 국가대표와 월드컵 이외의 축구를 생각해보자.
남는 건 프로 리그뿐이다.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열광하던가? 물론 열광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관심 밖에 있다. 특히 국내 리그인 K리그는 더하다. 극소수만이 K리그를 즐기며 K리그를 보면 마치 죄인 같은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는 "K리그가 없어져야 한다", "바로 선수를 해외로 보내면 되지 국내 리그가 무슨 필요가 있냐", "K리그 수준이 낮으니 국가대표 성적이 안 나오는 거다" 등 무시당하고 천대받는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정말로 K리그가 없어도 한국 축구가 잘 운영될까?
16/17 분데스리가 평균 관중 (출처: worldfootball.net)
먼저 피파랭킹이 높고, 강호라고 알려진 국가들을 살펴보자. 먼저 평균 관중이 제일 많은 독일 분데스리가다. 평균 관중 4만 명이 넘고, 최저 평균 관중 또한 1만 4천 명이다. 리그의 흥행은 말할 것도 없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모두가 자신의 팀을 응원한다.
평균 관중 1위 도르트문트의 뜨거운 열기 (출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페이스북)
큰 흥행과 함께 국가대표의 성적도 강호답게 우수하다. 가장 큰 특징은 특유의 꾸준함이다. 첫 월드컵은 불참, 1950년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출전 금지되어 출전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후 18번의 월드컵에 모두 출전했으며,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8강 이상 진출한 엄청난 기록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5대 리그 중 남은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또한 강력한 국가대표팀을 겸비하고 있다.
5대 리그 이외에도 리그의 흥행과, 국가대표팀의 성적 모두 잡은 리그가 있다. 바로 멕시코다. 멕시코 리그는 평균 관중 2만 6천 명으로 Ligue 1, Serie A보다 평균 관중이 많다. 많은 평균 관중답게 재정적으로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관중이 많으니 입장료 수익이 생기고, TV 중계 수요 또한 많다. TV 중계 수요가 많으니 매년 중계권료가 올라가고, 올라간 중계권료와 입장 수익을 구단들이 나눠갖는다. 분배 받은 구단들은 구단의 미래와 운영을 위한 투자를 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덕분에 멕시코 국가대표팀은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꾸준히 16강에 진출하고 있다.
16/17 멕시코 전기리그, 후기리그 평균 관중 (출처: worldfootball.net)
그러면 리그가 흥행하면 국가대표팀이 강한 것인가? 필연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5대 리그는 상당 부분 이미 발전해 있는 리그고, 축구의 인프라 또한 특출나게 뛰어나게 때문에 섣부르게 결론짓기는 힘들다. 그 반대의 경우, 즉 리그 흥행의 정도보다 더욱 강력한 국가대표팀을, 리그는 흥행하나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대표팀을 가진 국가도 존재한다.
벨기에 국가대표팀 (출처: FIFA 공식 홈페이지)
황금 세대로 불리며 뛰어난 스쿼드를 갖춘 벨기에가 전자의 대상이다. 2002년 이후 월드컵에서 볼 수 없었던 벨기에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 지역 예선 8승 2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A조 1위를 차지하며, 가뿐히 월드컵 티켓을 거머쥔 벨기에는 8강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도 9승 1무를 기록하며 계속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벨기에 자국리그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16/17 벨기에 리그 평균 관중 (출처: worldfootball.net)
물론 벨기에의 인구인 1천만 명 중, 평균 관중 1만 1천 명은 준수한 리그처럼 보이긴 하나 구단별 편차가 심하며 과거 명문이었던 안더레흐트의 평균 관중 감소가 눈에 띈다. 과거 2만 3천여 명의 평균 관중 수를 기록했던 안더레흐트는 현재 4천여 명 감소한, 1만 9천여 명의 관중만이 남았고, 리그의 선수 유출도 심하다. 구단들의 재정상태 또한 상위 몇 구단을 제외하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극심한 재정난 탓에 타 리그의 선수 유출 또한 과거에 비해 더욱 심해졌고, 선수의 유출은 리그의 질적 저하까지 불러오며 리그의 생존을 위해선 타 리그와의 통합까지 감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후자의 대상으론 중국 슈퍼리그를 뽑을 수 있다. 최근 슈퍼리그는 무서운 투자와 국가적 지원으로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덕분에 뛰어난 축구 인프라 속에 자국 유소년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게 됐고, 중국 선수들의 기량발전과 리그 흥행을 위한 스타플레이어의 영입도 리그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슈퍼리그의 행실은 구단들의 성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ACL 2회를 우승하며 아시아 최강이라는 명망을 얻고 있다. 그 뒤를 따라 상하이 상강, 산동 루넝과 같은 팀들이 ACL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자국리그 및 아시아 대회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한 스타플레이어의 영입과 구단들의 성적 향상은 평균 관중의 도약과 리그의 질적 향상을 불러왔다.
10, 17 중국 슈퍼리그 평균 관중 (출처: worldfootball.net)
2010년 평균 관중 1만 4천여 명이었던 슈퍼리그는 아시아 슈퍼 클럽인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등장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매 시즌 증가하는 관중 속에 지난 시즌에는 2만 3천여 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하며 유럽 명문 리그들의 관중수와 맞먹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속에서도 중국 국가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리피 감독 부임 이후 향상된 경기력을 보이고는 있으나 결국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고, 연령별 대표팀인 U-23 또한 개최국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17 K리그 평균 관중 (출처: worldfootball.net)
평균 관중 약 6천여 명, 각 구단 편차가 심한 관중수. 리그의 흥행만 보자면 우리나라의 성적은 동남아시아 리그 정도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리그 구단들은 항상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성남의 ACL 우승을 시작으로 2006년 전북 현대의 우승, 2009년~ 2013년까진 K리그 강점기라 할 만큼 계속된 ACL 결승 진출, 그리고 2016년 전북이 다시 우승을 달성하며 아시아 최강 리그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리그의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구단들의 성적은 뛰어난, 참으로 모순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17 J리그 평균 관중 (출처: worldfootball.net)
그러나 최근 J리그는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10년간 퍼폼 그룹(Perform Group)과 2100억 엔의 중계권 계약을 채결하며 잭팟을 터뜨린 J리그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돈이 생긴 구단은 더욱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임했고, 그 결과 포돌스키 같은 스타 선수를 영입하며 팬들에게 더욱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일본에서 프로야구에 밀리며 시청률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던 J리그가 빠른 속도로 시청률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사람들의 관심은 바로 성적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2016 클럽월드컵에선 가시마가 결승 무대에 진출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접전을 벌였고, 2017 ACL에선 우라와가 10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가와사키 또한 8강에 오르며 아시아 무대에서의 부활을 알렸다.
이러한 슈퍼리그와 J리그의 성장은 K리그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기존 K리그에서는 유럽과 '오일 머니'에 의한 선수 유출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슈퍼리그의 성장은 '황사 머니'를 불러왔고, J리그 또한 막대한 자본력으로 K리그의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선수 유출은 리그의 질적 저하로 이르렀고, 외국인 선수 또한 타 아시아 리그의 팀들과의 영입 경쟁에서 밀리며 '로또'를 기대해야 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설상가상으로 전북을 제외한 타 팀들의 투자 감축은 더욱 리그의 발전을 억제했다. 이 같은 결과의 영향은 ACL과 국가대표팀에서 바로 나타났다. 2017 ACL의 경우, K리그 4팀은 제주가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 이외에 모든 팀들이 조별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전임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슈틸리케는 K리그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해외파 위주의 선수 선발을 고집했다. 결국 K리그의 위기는 대표팀의 위기까지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위에 언급한 모든 내용이 명백한 사실이라곤 볼 수 없다. 각국의 문화와 인구 규모의 차이, 인프라의 차이 등 수없이 많은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연히 국가대표팀과 자국리그의 흥행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그 관계가 애매하다고 언급한 벨기에와 중국 역시 다른 측면을 고려해 볼 때, 벨기에는 EU의 일원으로 국가 간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상태에서 다른 국가의 유명 리그에서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은 적극적인 투자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반대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리그의 흥행이 국가대표팀에 득이면 득이지 결코 손해는 아니란 점이다.
취미로 써본 첫 칼럼입니다. 많이 부족하고 억지로 끼워 맞춘 면도 없지 않아 존재합니다. 허접한 칼럼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한 내용이나 틀린 내용이 보이면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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