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던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얼마전 막을 내렸습니다. 저처럼 주말마다 빠뜨리지 않고 가슴 떨리며 애청하던 ‘시가폐인’들에겐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는 듯 하네요.
ⓒ시크릿가든 홈페이지
그런데, 지난 2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시크릿가든'을 포함한 7개 프로그램에 '경고' 등 제재조치를 내렸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시크릿가든' 경고조치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고, 장시간에 걸친 키스 장면 등을 방송했으며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어서 이번 조치는 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드라마 '시크릿가든'에 내려진 '경고'조치
출처 : SBS '시크릿가든' 방송 캡쳐
이밖에도,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는 가사에 노골적인 성행위를 의미하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팝 음악을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 방송한 것에 대해 주의를 주었으며, 폭력적이고 잔학한 살상 장면을 여과없이 방송한 OCN ‘야차’에도 경고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방송 심의 규정’이 도대체 뭐야?
이번 조치 외에도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죠. 지난 2009년 12월, 방통위는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를 입에 달고 사는 해리(진지희 분)의 캐릭터가 너무 버릇없다는 이유를 들어 권고조치를 내려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당시, 소설가 이외수 씨는 이와 관련해 "이러다 통금도 부활하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화면 캡쳐
방송 프로그램에 내려지는 ‘경고’나 ‘주의’조치 등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방송법 제 33조에 따라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해 방송내용의 심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방송법 제 33조(심의규정)
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이하 "심의규정"이라 한다)을 제정·공표하여야 한다. <개정 2008.2.29>
② 제1항의 심의규정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개정 2006.10.27, 2008.2.29, 2009.7.31>
1.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인권존중에 관한 사항
2. 건전한 가정생활 보호에 관한 사항
3. 아동 및 청소년의 보호와 건전한 인격형성에 관한 사항
4. 공중도덕과 사회윤리에 관한 사항
5. 양성평등에 관한 사항
6. 국제적 우의 증진에 관한 사항
7. 장애인등 방송소외계층의 권익증진에 관한 사항
'시크릿 가든'의 경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 (광고효과의 제한)와 제 51조 (방송언어), 제 35조 (성표현), 제 44조 (수용수준) 등 많은 부분을 위반한 것입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제46조(광고효과의 제한)
①방송은 특정프로그램의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하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하여서는 아니된다.
②방송은 특정상품이나 기업, 영업장소 또는 공연 등(이하 "상품 등"이라 한다)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아니된다.
③방송은 상품 등과 관련된 명칭이나 상표, 로고, 슬로건, 디자인 등을 일부 변경하여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아니된다.
제51조(방송언어)
③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반말 등을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5조(성표현)
②방송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되며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하여서도 아니된다.
제44조(수용수준)
②어린이 및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는 시청대상자의 정서 발달과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의견들도 분분합니다. 주로 '드라마가 다 끝난 시점에 이런 조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그 정도로 경고 조치는 심하지 않나', '시대에 뒤떨어진 잣대다'...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드라마 속 대화 내용과 잦은 애정 표현 장면은 솔직히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민망할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물론 저희 아이들도 '시크릿 가든' 열혈 팬이었답니다.^^)
또한 '시크릿가든'에 한 장면 스쳐가기만해도 세간의 화제가 될 만큼 이 드라마의 간접광고(PPL)는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간접 광고가 보기좋지 않았다는 의견 또한 많습니다.
총 20부로 제작된 '시크릿가든'의 경우, 전회 광고를 매진시켰는데요, 80분 드라마는 광고 시간으로 8분을 할애 할 수 있어 1회당 15초 분량 32편의 광고를 판매한 것이라 합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시크릿가든'은 광고 1건당 약 1288만원, 총매출 82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니, 정말 대단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네요.^^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방송사까지 시청율 경쟁을 하다 보니,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은 물론 지나친 광고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습니다.
표현의 자유도 물론 좋지만,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방송사업자들의 자율규제 의지가 미약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심지어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도 성인물이 방송되거나 프로그램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선정, 폭력적인 내용들이 포함되는 점 등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고의 경우도, 지난해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시행령이 개정된 이상, 피해갈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요, 더욱 활성화되고 효과적인 광고도 좋지만,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는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일수록 '장인의 손길로 한땀 한땀' 최선을 다해 더욱 세심하고 신중한 방송 제작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