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잔 곳(臨終偈)-함허득통(涵虛得通)
湛然空寂本無一物(담연공적본무일물) 바람 잔 곳 본래 사무치고 비어서
靈光爀爀洞徹十方(영광혁혁동철십방) 신령스런 불길이 온 누리를 비추고 있네
更無身心愛彼生死(갱무신심애피생사) 몸과 마음이여, 다신 생사를 받지 않을 거니
去來往復也無罣碍(거래왕복야무가애) 가고 오고 오고 감에 걸림이 없네
*위 시는 ‘석지현’(釋智賢)님의 편저 “선시감상사전”에 실려 있는데, 참고로 석지현님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73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이후 인도, 네팔, 티베트, 미국, 이스라엘 등지를 수년간 방랑하였고, 편.저.역서로는 “선시”, “법구경”, “숫타니파타”, “불교를 찾아서”, “선으로 가는 길”, “벽암록”, “왕초보 불교 박사 되다”, “제일로 아파하는 마음에-관음경 강의”, “행복한 마음 휴식”, “종용록” 등 다수가 있습니다.
*함허득통[涵虛得通, 1376~1433, 속성(俗姓)은 유씨(劉氏), 충주 출생)은 21세에 관악산 의상암에 입산하여 이듬해 회암사에 가 무학왕사를 친견하고 제방(諸方)을 행각(行脚)하였으며, 다시 회암사에 가 정진하다가 대오(大悟) 공덕산 대승사, 천마산 관음굴, 불희사에서 납자(衲子)를 제접(提接)하였고, 문경 봉암사에서 ‘금강경오가해 함허설의’를 지어 법당 뒤에 묻었더니, 밤에 방광(放光)하여 설의가 진설(眞設)임을 증명하였고, 1431년 희양산 봉암사(鳳巖寺)에 들어가 주석하다가 입적하였으며, 저서로는 함허당득통화상어록(涵虛堂得通和尙語錄)이 있습니다.
*위 시의 형식은 ‘사구게(四句偈)’이고, 출전은 “함허당득통화상어록(涵虛堂得通和尙語錄)”입니다.
*湛然(담연) : 물이 괴듯 고요한 모양.
爀爀(혁혁) : 불꽃 따위가 눈부시게 타거나 비치고 있는 모양
罣碍(가애) : (물건 같은 것이) 걸리다. 진로를 방해하다, 자전은 괘이나 반야심경에서는 心無罣碍(심무가애)라 하여 가애로 읽고 있다.
*위 시에는 ‘본래 우리의 마음, 그 자리는 사무치고 비어서 하나의 형체나 흔적이 없다. 오직 비고비고 비고빈 거울뿐이다. 제2구는 함허가 도달한 이 마음거울의 경지다. 오직 거울, 그 텅 빈 자리에서 불꽃도 아닌 불길(그러니까 신령스럽지)이 활활 타올라 온 누리를 비추고 있다. 함허의 마지막은 이렇게 영롱한 사무침이었다.’는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