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범굴사에서 심우도를 보며] 정병경
ㅡ욕망의 늪ㅡ
태어나면서 누구나 옷 한 벌은 걸치게된다. 이후부터 소유물이 늘어나기 시작이다. 사는 동안 밥숫가락부터 몸에 지닌 장식품까지 헤아릴수 없이 많다. 탐욕은 끝이 없다. 본래 빈손으로 온것을 망각하게 된다.
가랑비에 옷 젖 듯 서서히 물욕에 젖어든다. 물질에 흔들리지 않고 내 자존심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성인이 일러주는 말에 의하면 사람의 본성은 탐욕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쟁 사회에서 재물마저 없으면 열등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질 앞에서는 이성을 잃게 마련이다. 종교 시설이나 관공서마저도 사치하는 시대이다.
중국 곽암 승려의 심우도尋牛圖와 보명이 그린 목우도牧牛圖가 있다. 사찰 법당 외부 벽에서 자주 본다. 단계별 열 가지로 나누어 그려놓아 쉽게 이해가 된다. 첫 단계가 소를 찾는 심우尋牛이다. 욕심의 단계에 들어서는 시발점이다.
다음 단계인 소의 발자국을 보는 순간 소유욕이 생긴다. 이를 견적見跡이라고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잡은 소를 고삐에 꾀어 부리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소의 등에타고 마음대로 소를 부린다. 어느 시기에 도달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소유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게 마련이다. 소유하다보면 역지사지로 물질에 구속을 받게 된다.
생각이 바뀐 후 부터는 길들인 소의 고삐를 놓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다. 본연으로 돌아간 소는 초원에서 풀을 뜯는다. 소를 부린 주인공은 애초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심우도의 마지막 단계를 입전수수入廛垂手라 한다. 부질없는 과욕에서 벗어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소동파가 말한다. "입과 배의 욕망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매양
검소하면 또한 복을 아끼고 수명이 늘어나는 방법이다."
세상을 떠날 때 쯤 되면 물질이나 스펙보다 삶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다. 부자로 사는 친구가 큰병에 걸려 치료중이다. 죽을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가진 재산 모두와 목숨을 바꾸었으면 하고 애원한다. 욕망의 늪에서 지낸 시절이 후회스러운 눈빛이다.
문득 돌아보면 곁에 없는 것이 있다. 행복한 시절의 세월은 이미 저멀리 가고 없다. 내일 오는 것이 반갑지만 한편으로 두렵다. 점점 쇠약해져가는 몸뚱이는 천덕꾸러기이다. 적게 먹고 말 수 줄이면 신선이 될 수 있다. 누릴 복을 아끼라고 성인이 일러준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원리를 터득해야 한다.
2024.06.29.
첫댓글 비울수록 채워지는 원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돌아보지 않아도
세월은 말없이 내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행복도 불행도 그냥 가져가나 봅니다
심우도
잘. 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