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정의 달을 맞아 결혼과 성에 대한 문화 내러티브를 다루었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은 결혼을 우상 또는 무시하는 극단을 띄는 것 같다. 성에 대해서도 터부시하고 더럽다고 생각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마치 식욕처럼 성욕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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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 등장하면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라는 명제가 대두되었고, 남성중심의 억압적 태도는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하면서 주체적인 여성상이 대두되었다. 잘못된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지만, 남녀가 서로 상호복종하는 희생이 아닌 주체적 여성을 강조하면서, 성에 대해서도 수동적인 여성이 아니라 적극적인 여성이 좀 더 주체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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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이라는 파격을 선보였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랑과 결혼의 관계는 평탄치 못했다. 그들은 서로를 본질적인 사랑이라 말했지만 우연히 찾아오는 사랑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서로 계약했다. 파격은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진리를 벗어난 파격은 늘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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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는 <결혼에 관하여>에서 '장차 맞이할 그날의 예고편' 이라는 소제목에서 '성'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다룬다. 원래 소제목은 'The Signpost of Sex' 성적관계는 그것 자체가 본질이 아니라 본질을 가리키는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관점에서 보면 결혼은 우리에게 영원한 연합을 준비시켜 준다. 이 땅에서의 결혼은 그 연합의 맛보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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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혼이 결혼 자체가 본질이 아니라 마지막 날에 영원한 연합의 그림자듯이 성적인 관계또한 영원한 연합의 그림자라 말한다. 사도바울은 로마서 7장에서 율법의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 구원을 얻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결혼의 관계로 설명한다. 율법과 결혼했던 우리는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갈 수 있고, 이제는 그리스도와 결혼했기 때문에 옛 남편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다른 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가서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 맺게 하려 함이라"(롬 7:4)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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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 결혼하여 열매를 맺는다는 말의 의미는 그리스도와 성적인 관계를 통해 아이를 임신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주석가들은 바울의 은유를 '품위가 없다'고 난감해 하지만, "새 생명을 낳을 수 있는 부부간의 잠자리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와 예수 그리스도와의 궁극적 사랑의 관계를 가리킨다." 이런 은유가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중의 하나도 성이라는 것을 성경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이 땅에 관점으로 성경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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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부간의 잠자리는 장차 올 완전한 세계에서 누릴 사랑의 희열을 가리키는 예고편이다...그 큰날에 맛볼 충분한 즐거움과 솟구치는 기쁨과 무한한 안전에 비하면 남녀 간에 이루어지는 가장 황홀한 성적관계조차도 그림자에 불과하다." 성은 그냥 식욕같은 욕구가 아니라, 그 이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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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이 왜 부부안에서만, 결혼 이라는 언약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지도 잘 보여준다. 결혼의 언약 안의 성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상대방을 향한 희생과 내어드림의 의미가 있다. 팀 켈러는 "나는 영원토록 전부 오직 당신만의 것입니다" 라는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연합의 고백의 그림자가 바로 부부의 언약 안에 있는 성적연합이라 말한다. 오늘날 성과 결혼은 자신을 위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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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것도 자기 자신의 쾌락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었지 자기 희생을 통한 연합의 의미를 상실했다. "성은 결혼처럼 그것 자체 너머의 무언가를 가리키는 그림자이며 예고편이다. 그것을 내다보며 장차 올 그날을 사모하지 않는다면 성과 결혼은 늘 우리에게 지독한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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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그림자로 그래서 언약이라는 결혼 안의 부부안에서만 허용되는 것임을 깊이 이해한다면, 혼인 전의 성적인 관계에 대한 계념과 잘못된 포르노그라피에 노출되는 성의 개념들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좋지 않기 때문에 ~ 하지말라는 식의 가르침이 아니라. 우리의 이 땅에서 갈망은 영원한 연합의 그림자임을 알게 된다면 이 땅의 타락한 성적 욕망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한 이해를 가지고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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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혼과 성이라는 이 땅의 무엇에서 완전한 만족을 찾으려할 때 우리는 늘 실망하게 된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기억하며 진정한 연인이시며 배우자가 되시는 그리스도를 기억할 때 이 땅에서 싱글의 삶도 그날의 결혼을 기다리는 신부로 살 수 있고, 힘든 가정 생활 속에서도 영원한 그날을 바라보며 견딜 수 있게 된다. 결혼은 우리의 외로움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없다. 성도 마찬가지이다. 진정한 외로움은 결혼과 성 너머에 있는 완전한 연합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이 땅의 결혼과 성은 영원한 나라의 연합의 그림자이며 맛보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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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성을 우상처럼 구원을 줄 것처럼 생각해서도 안되고, 너무 무시하거나 포기하는 것도 건강하지 못한 방식이다. 결혼과 성은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지 않는 맛보기며 예고편이다. 우리는 이 땅의 무엇을 통해 결국 영원한 연합을 사모하며 살아가는 나그네된 백성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