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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PC와 스마트폰에서 '심플'을 추구해 왕좌에 올랐다. 그렇다면 오디오 산업의 애플은 어느 회사일까? '보스(Bose)'가 가장 정답에 가까운 회사다. 지난해 작고한 이 회사 창업자 아마르 G 보스 박사도 스티브 잡스에 비견된다.
마치 잡스가 전문가들이나 쓰던 거대하고 복잡하던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누구나 쓸 수 있는 데스크톱으로 만든 것처럼, 보스 박사는 소수 애호가가 쓰던 복잡한 오디오 장치를 초보자들도 쉽게 쓸 수 있는 간단한 제품으로 만들어 냈다.
MIT 교수를 하다 1964년 창업한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 만약 음식을 차갑게 해서 오랫동안 보존하고 싶다면, 당신은 냉장고를 살 겁니까? 아니면 가게에 가서 압축기, 냉각기, 냉매, 문짝을 산 다음 조립할 겁니까? 이건 미친 짓이에요. 그냥 단지 음식이 차갑기만 하면 된다고요.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가게에 가서 모든 오디오 장비를 따로따로 산 다음, 이걸 연결하고 조정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냥 좋은 음악을 원한다고요!"
그래서 창립 50년 만에 약 25억달러(약 2조 6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일 뉴욕에서 열린 보스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만난 밥 마레스카(Maresca) 사장(CEO)은 "우리의 목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원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최고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의 오디오 기기는 우퍼(저음을 내주는 별도의 스피커)나 이퀄라이저(음향을 조절하는 장치)가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도 풍부한 저음과 안정된 음색을 들려준다. 제품은 검은색과 흰색 위주의 깔끔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고, 심지어 크기도 작다. 복잡하게 설치할 필요도 없이 파워 케이블을 꼽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보스가 추구하는 제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레스카 사장은 "매뉴얼이 필요 없을 만큼 간단하고 직관적인 제품"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엔지니어에게 강조합니다. '어머니들이 쓸 수 있게 하자, 내 조카나 이웃이 쓸 수 있게 하자'라고요. 지난 수십년간 고객을 연구한 결과,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간단한 사용 방법'이었다고 저희는 내부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보스는 뛰어난 기술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굳이 고객에게 자랑하고 과시할 필요가 있나요? 고객이 원하는 것은 저항 Ω의 숫자 같은 게 아니라 듣기에 좋은 음악일 뿐입니다. 저희는 고객에게 좋은 '음악적 경험'을 주는 게 목표지, 좋은 '기술적 경험'을 주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과시하려고 하지 말자. 대신 고객의 경험이라는 것에 집중하자. 그걸로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자. 이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관점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50주년 행사장에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의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1968년 만든 '901'이란 스피커에 LP판을 턴테이블로 물렸다. 그 옆 벽면에는 1964년부터 2014년까지 나온 보스 제품 20여점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다른 오디오 브랜드와 가장 큰 차이는 뭐라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음악의 가치에서 두 가지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어떻게 하면 훌륭한 음질을 재생할 것인가, 또 하나는 어떻게 하면 그것을 더 자주 들을 것인가입니다.
많은 오디오 회사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질을 재생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러나 복잡한 설치와 설비가 필요하지요. 좋은 음악을 듣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과정이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 어렵다면 자주 듣지는 않게 될 겁니다. 저는 그래서 '쉬운 경험(easy experience)'에 대해서 말해 보고자 합니다. 당신은 노트북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겁니다. 음질이 아주 훌륭하지 않지만, 쉬운 만큼 자주 듣죠. 만약 좋은 음악을 더 자주 들을 수 있다면, 고객은 더 많이 행복해지겠지요? 보스가 추구하는 음악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마레스카 사장은 그러나 "고객이 음악을 '쉽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배터리 기술력입니다. 요즘은 모바일 기계가 점점 늘어나니까, 배터리 수명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됐습니다. 배터리 수명을 길게 하면 할수록 '쉽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자주 충전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런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기술 개발 없이도 배터리 수명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금 작은 소리'로 들으면 됩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억지로 작게 듣는 게 어떻게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마찬가지로 '저음(베이스)'을 없애면 배터리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지만, 그렇게 듣는 건 유쾌하지 않을 겁니다. 소리도 크게, 저음도 빵빵하게 틀면서, 기계 크기는 작고, 배터리는 오래가는 제품. 진짜 만들기 어렵습니다(웃음)."
마레스카 사장 말을 들으면서 위클리비즈에서 소개했던 '복잡성 보존의 법칙'이 떠올랐다. 복잡함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만약 공급자가 복잡함을 더 짊어지면 그만큼 소비자는 심플함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보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반대로 공급자가 복잡함을 짊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소비자가 그 복잡함을 떠맡아야 한다.
고객의 복잡함을 대신 떠안다
미국 보스턴 본사에 있는 보스의 연구 개발(R&D) 센터에는 서로 조금씩 다르게 생긴 일반 가정집 방 모형이 100개쯤 꾸며져 있다. 어떤 방은 천장이 아주 높은 구조로, 어떤 방은 한쪽 벽면이 유리 통창으로 돼 있는 식이다. 방 안에는 일반 가정집과 똑같이 TV와 소파, 탁자 등이 놓여 있고, 보스의 오디오 제품이 설치돼 있다.
방 모형을 이렇게나 많이 꾸며둔 이유는 실제 소비자들의 거주 환경에 맞춰 음향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실내에서 음악을 틀면 그 소리가 방의 벽면이나 유리창, 탁자 등에 반사된 다음 사람의 귀로 전달되는데, 이 때문에 똑같은 스피커를 써도 방 안의 구조가 어떤지에 따라 소리가 달리 들리게 된다. 보스는 각 거실 모형에서 스피커의 소리를 각각 측정한 다음, 평균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음파를 찾아 이에 맞게 음향을 조정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어댑티큐(ADAPTiQ)'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스피커를 설치한 다음 음악을 켜면, 벽이나 탁자에 반사된 음향을 기계가 듣고, 그 장소에 맞는 최적의 음향을 자동으로 보정해 준다. 일종의 '가상 음향 기술자'인 셈이다.
보스는 고객이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음악을 들을 때 겪어야 할 복잡성도 대신 떠안았다. "통상의 절차는 다섯 가지죠. ①기계의 전원을 켜고 ②와이파이에 접속하고 ③인터넷 방송국에 로그인하고 ④채널에 접속하고 ⑤원하는 음악을 고르고 틀어야 합니다. 저희는 이 다섯 가지 과정을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 한 번에 이뤄지도록 조정했습니다. (고객이 이 다섯 가지를 스스로 조정할 수도 있다.) 이런 기능을 갖추려면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필수적입니다. 인터넷에 접속하고, 음악 리스트를 만들고, 디지털 음원을 재생하는 것 모두 소프트웨어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은 얼마든지 보스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그냥 전원 버튼을 누르고 음악을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목숨을 걸 만큼 기술 개발에 집중하라'가 모토
보스는 비상장 회사다. 회사의 지분은 대부분 보스 가문과 경영진이 가지고 있으며, 일부는 MIT가 보유하고 있다. 왜 비상장일까? 창업자 보스 박사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상장기업에서 주주들은 회사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채 회사의 미래를 정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우리 회사가 상장회사였다면 난 아마 12번은 쫓겨났을 것이다. 예컨대 1980년대 5000만달러에 달하는 R&D 투자를 계속했는데도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구를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
보스는 '목숨을 걸 만큼 기술 개발에 집중하라'는 보스 박사의 뜻에 따라 창립 이래 회사 순익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R&D에 투자해오고 있다.
"저희는 비상장사인 만큼 90일마다 이익을 만들어내려고 끙끙거릴 필요도 없고, 장기적인 투자와 R&D를 하기도 유리합니다. 만약 저희가 상장사였다면 수익은 대부분 배당금으로 쪼개져 주주들에게 분배됐을 것입니다.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간섭 없이, 순익의 100%를 다시 R&D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저희는 좋은 가치를 지닌 제품을 만들고, 수익을 낸 다음 회사로 가져와 R&D에 투자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더 많은 수익을 냅니다. 선순환 구조입니다. 물론 성공하는 회사는 대개 이런 선순환 구조를 가지지만, 여기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순환 구조의 어떤 부분이 회사의 목표인가'라는 점입니다. 보스는 '수익'이 아니라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인 회사입니다."
보스는 1983년 최초로 카오디오 시장에 뛰어들었고, 음파와 음파가 맞부딪치면 소리가 사라진다는 데 착안해 소음 제거 헤드폰을 개발했으며, 휴지곽보다 작은 사이즈로 웅장한 저음을 내는 '어쿠스티매스 베이스'는 독창적 기술을 인정받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영구 전시 중이다. 보스는 올림픽 공식 음향 공급 업체, 나사의 우주왕복선용 스피커 제조 업체이기도 하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보스는 처음으로 전 세계 기자 200여명을 초청해 브랜드 설명회를 열었다. 경영진 대부분이 공대 출신이라 기업 홍보보다는 철저히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 보스 박사는 생전에 언론 인터뷰를 꺼렸다. 딱 한 번 아시아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는데 인도 언론사였다. 보스 박사는 인도 이민자 2세다.
대학과 협업하며 '오픈 이노베이션' 힘써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대학을 자퇴한 위대한 기업가들이 세운 회사라면, 보스는 대학교수가 대학에서의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세운 회사다. 보스 박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회사의 CEO와 MIT 교수를 겸직했다. 생전 그의 명함에는 '보스 창립자, 회장, 기술 총괄 디렉터, 교수'라는 직함 4가지가 동시에 적혀 있었다고 한다. 보스 박사뿐 아니라 현재 회사 경영진 대부분이 MIT 출신이다. 마레스카 사장은 학창 시절 보스 박사의 제자였다고 한다.
마레스카 사장은 "보스의 수익금 중 일부는 MIT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결과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는 정보를 공개하고 다양한 협업으로 혁신을 이뤄낸다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개념과 상통한다. 이 개념을 처음 주창한 헨리 체스브로 UC버클리 교수는 위클리비즈 인터뷰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조건 중 하나로 대학과의 원활한 협업 체계를 꼽았었다. 마레스카 사장은 설명을 이어갔다.
"최근 기술력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홀로 이 속도를 따라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편리한 방법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연구하는 것입니다. 보스는 음질과 디지털 소프트웨어 기술은 뛰어나지만, 부품을 작게 만드는 기술 같은 것은 부족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MIT나 스탠퍼드 같은, 이 기술을 활발하게 연구하는 우수한 대학과 함께하면 됩니다. 대학만 협업의 대상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스포티파이 등 인터넷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과 어떻게 하면 보스 제품에서 더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기능과 편리성을 원할 겁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우리가 최고란 아집을 버리고, 먼저 나서서 힘을 모을 상대를 찾아야 합니다."
'끝난 게 아니다' 정신
―요즘 오디오 기기는 패션 기기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는 더더욱 그렇고요. 보스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에는 패션처럼 감각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지속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보면 예쁘고 근사하지만, 내년에 다시 봤을 때 '한물간 구식 스타일'이 돼서는 곤란합니다. 보스는 한 해 유행하는 트렌디한 디자인보다는 쉽게 물리지 않는 단순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실제로 1968년 처음 나온 901 스피커는 출시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보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디오 시장은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특히 요즘은 거실용 오디오뿐 아니라, 헤드폰이나 블루투스 스피커와 같이 모바일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역설적이지만 경쟁자들을 살펴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소비자들을 봅니다. 그리고 그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겁니다. 저희가 기술을 개발했을 때, 이득을 보는 건 경쟁자가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기술을 개발해 신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보스가 지난 50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50년 더 이어갈 수 있는 핵심은 '끝난 게 아니다(We've never done)'라는 저희 기업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대학 연구실에서 막 태어난 1964년의 보스처럼요. 저희는 앞으로도 그때와 같은 열정과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창업자 보스 박사는 '소리의 스티브 잡스'… 사용자 경험 중시, 쓰기 편한 제품 만들어
1 복잡성 보존의 법칙
아마존과 야후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 최고책임자로 일했던 래리 테슬러(Tesler)가 주장한 '복잡성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서비스나 제품에 포함된 복잡함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만약 공급자가 복잡함을 더 짊어지면 그만큼 소비자는 심플함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공급자가 복잡함을 짊어지지 않으려 하면 소비자가 그 복잡함을 떠맡아야 한다. 보스는 스스로 복잡함을 짊어짐으로써 소비자에게 심플함을 선물했다. 소비자는 파워 케이블을 꽂고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2 기술과 사람의 융합
조광수 연세대 교수는 "보스의 창업자 아마르 보스 박사를 '소리의 스티브 잡스'라고 부르고 싶은데, 이유는 기술과 사람의 융합을 시도하고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스 박사는 소리 분야에서 UX(사용자 경험)의 시조 격이다. 그는 전기공학도였으나 실험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심리음향학(psychoacoustics) 연구를 했다. 사람들이 소리를 어떻게 지각하는가가 그의 연구 주제였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소리란 물리적인 음향이 아니라, 사람이 듣기 좋은 음향이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소리를 내야 좋은 소리라고 지각하는지를 연구했다.
3 새로운 시장 정의
보스는 오디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깨부쉈다. 오디오 초보자는 음질은 떨어지지만 편리하고 값이 싼 스피커를 쓰고, 오디오 애호가는 뛰어난 음질을 가졌지만 사용하기 불편하고 값이 비싼 스피커를 쓴다는 통념이 그것이다. 보스는 초보자든 애호가든 누가 사용해도 만족스러운 품질에, 사용도 간편하면서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스피커를 내놓았다. 조광수 교수는 "보스는 전문가나 쓰던 크고 복잡한 컴퓨터를 일반인들이 쓸 수 있는 데스크톱으로 만든 애플처럼,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보스 제품이 혐오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보스 제품에는 고급 음향을 위한 '제의적(ritual)인 준비 작업'이 없기 때문이다.
4 확고한 브랜드 맨트라(mantra)
'브랜드 맨트라'란 브랜드의 본질을 4~5개 단어로 짧게 표현한 어구를 뜻한다. 보스는 '연구를 거듭해 더 좋은 소리를 구현한다(Better Sound Through Research)'이다. 김정수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브랜드 맨트라는 고객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홍보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을 한데 묶는 구심점 역할도 하는데, 보스는 이것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보스는 1978년 5000만달러를 들여 소음제거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해, 1989년 완제품을 내놓기까지 12년간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임직원 모두가 '우리는 연구개발을 통해 좋은 소리를 만든다'는 보스의 본질을 잊지 않았고, 연구를 밀어붙여 끝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사용하는 소음제거 헤드폰을 만들어냈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맨트라는 '라이프스타일을 나누는 한 잔의 커피(a coffee-drinking and sharing lifestyle)'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매장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사교의 장 역할도 한다. 커피빈의 브랜드 맨트라는 '뛰어난 품질의 커피와 차(Quality coffee and tea)'다. 그래서 커피빈은 항상 고품질 음료를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