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암사(檜巖寺)-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古松藤蔓暗相連(고송등만암상연) 옛 소나무 칡넝쿨 서로 얽혀 있는 곳
一徑深深入洞天(일경심심입동천) 길은 깊이깊이 골짜기로 들어가네
佛殿尙留三世火(불전상류삼세화) 불전에는 깜박이는 불빛 있을 뿐
法門今絶五宗禪(법문금절오종선) 지난날의 선풍은 간 곳 없네
崢嶸樓閣雲爲鏁(쟁영누각운위쇄) 드높은 누각은 구름 속에 갇혀 있고
牢落庭除草作氈(뇌락정제초작전) 쓸쓸한 정원에는 풀만 키로 자라네
勝境宛如那爛寺(승경완여나란사) 풍광이야 천축국의 나란사 같지만
恨無人導祖燈傳(한무인도조등전) 지혜의 등불 밝혀 줄 스승이 없네
*위 시는 ‘석지현’(釋智賢)님의 편저 “선시감상사전”에 실려 있는데, 참고로 석지현님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73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이후 인도, 네팔, 티베트, 미국, 이스라엘 등지를 수년간 방랑하였고, 편.저.역서로는 “선시”, “법구경”, “숫타니파타”, “불교를 찾아서”, “선으로 가는 길”, “벽암록”, “왕초보 불교 박사 되다”, “제일로 아파하는 마음에-관음경 강의”, “행복한 마음 휴식”, “종용록” 등 다수가 있습니다.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1435~1493, 자는 열경(悅卿), 설잠(雪岑), 호는 매월당(梅月堂), 동봉(東峰), 청한자(淸寒子), 벽산청은(碧山淸隱), 췌세옹(贅世翁), 세종 17년 한양 출생]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3세에 시문에 능통하고 5세에 대학에 출입하였으며, 단종 3년 삼각산 중흥사에서 독서 중 세조가 단종을 폐했음을 듣고 미쳐 불문에 귀의하였다. 수차 세조가 불렀으나 목을 걸고 불응, 성종 12년 나이 47세 때 장발(長髮), 안씨의 딸과 결혼하였으나 오래지 않아 처가 죽자 다시 산으로 돌아와 성종 24년 홍산(鴻山) 무량사(無量寺)에서 59세로 입적하였으며, 저서로는 ‘매월당시사유록(梅月堂詩四遊錄)’이 있습니다.
*위 시의 형식은 ‘칠언율시’이고, 출전은 ‘매월당시사유록(梅月堂詩四遊錄)’입니다.
*三世火(삼세화) : 삼세의 등불
五宗禪(오종선) : 선禪의 다섯 갈래
崢嶸(쟁영) : 높은 모양
牢落(뇌락) : 적적한 모양, 쓸쓸한 모양
庭除(정제) : 정원, 뜰 안
氈(전) : 솜털로 짠 옷 감
那爛寺(나란사) : 나란다寺, 인도 비하르 주 라즈기르에 있던 세계 최대의 불교대학이자 수도원.
*위 시에는 “나옹의 선풍이 찬란했던 곳 회암사, 그러나 매월당 시대에 오면 쓸쓸한 절이 되어 버린다. 여기 이 시는 그런 폐허의 회암사를 읊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회암사는 어떤가. 석조물 몇 개만이 쓸쓸히 뒹구는 풀밭이다.…… 세월은 이토록 덧없나니 해야 할 것은 오직 ‘자기 찾는 공부’뿐이다”는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