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남자가 여자 이야기를 하면 지극히 당연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반면, 남자가 남자 이야기를 하면 왠지 시작부터 무겁고 결연하게 느껴지지요? 그래도 남자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남자를 잘 다루는 법’이라는 글을 읽게 됐는데, 제가 평소에 가졌던 생각과 거의 일치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드디어 여자들이 남자들의 비밀을 완벽하게 파악해서 알게 된 것이지요.
‘이런 젠장! 이제는 남자 다루는 법까지 만들어서 여성들이 남자들을 쥐락펴락 하는 세상이 왔으니 이를 어쩐다’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더군요. 하 하! 이런 아류의 글은 남성 입장에서 봐서 여성과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같이 공유할만한 것들은 널리 알리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분서갱유’를 해서라도 죄다 없애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흐흐!)
남성 입장에서 공유해도 좋을 만한 것 세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첫째, 남자에게는 절대로 알아서 하거나 해주겠거니 하고 기대하지 말고 정확히 지시하거나 요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여성이 모임에 갔다가 남자에게 데리러 오라는 뜻의 힌트로 술이 잘 안 깬다는 등의 전화를 하면, 남자는 십중팔구 술이 빨리 깨는 방법이나 숙취해소음료 등을 사먹으라는 말부터 하게 된다는군요. 그러니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 말하랍니다. 그러면 더 잘해준 답니다.
둘째, 남자는 뇌 구조상 한번 지나간 일은 끝이랍니다. 예전에 남자가 잘못한 일을 또 이야기 하면 남자는 그것을 상기하고 고치려는 생각보다 또 혼난다고만 생각한답니다. 또 이야기하게 되는 이유를 여자가 자세하게 설명하면 남자들은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혼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러니까 요구사항은 짧게 이야기 하랍니다. 그러면 대부분 지켜진다는군요.
마지막 셋째, 남자들에게는 각자 다르지만 마지노선이라는 게 있답니다. 그게 권위일 수도 있고, 체면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꼭 지켜주라고 하는군요. 그것을 지켜주지 못하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여성들은 필히 명심하셔서 남자들을 잘 다뤄주기 바랍니다. 엇! 어 이게 아닌데… 다루기는 뭘. 그냥 그렇게 알아주시길.(허 참) 이것도 아닌 것 같고.(하 하) 남녀 간의 관계 이야기를 하려니 여러 가지로 어려워지는군요.
남녀 간에 뭐 어느 성별이 더 낫고 못하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살면 그게 최고인 것이지요. 하지만 요즘 아버지들은 정말 예전의 아버지들에 비하면 힘이 너무 없어졌습니다. 직장이나 사회 안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정 안에서는 정말 힘이 없어졌음을 예전의 아버지들을 봐왔던 요즘 아버지들 눈에도 확연하게 보일 일입니다.
그것이 보편화 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아버지들에게 힘을 내라고 목소리들을 높여댑니다. 하지만 정작 요즘 아버지들은 도대체 어떻게 힘을 내야 효과적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도 아버지들의 어깨에는 삶과 가족들의 무게가 얹혀 조금씩 굽어져만 갑니다.
오늘 선택한 에릭 빕(Eric Bibb)은 가장으로서 하루 일을 마친 후, 피곤에 지친 컬컬해졌지만 그래도 목소리에 힘을 잃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목소리 같습니다. 나이도 환갑을 훨씬 넘겨서 그런지 더욱 진하고 친근감 있게 느껴집니다. 그런 목소리로 부르는 ‘Wayfaring Stranger’를 들려드립니다. 에밀로우 해리스의 목소리로 너무나 잘 알려진 Wayfaring Stranger는 원래 아일랜드 민요인데, 미국으로 건너가 구전된 곡입니다.
제가 이 곡을 에밀로우 해리스의 목소리로 처음 들었을 때는 팔자 좋은 여행객이 여행을 다니면서 부르는 곡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가사를 보니 오랜 방랑을 끝낸 이가 사랑하는 부모님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저 세상으로 떠나며 노래하는 내용이더군요. 그러니까 죽음을 눈앞에 둔 이의 노래라는 말이지요. 얼마 전에 필자와 매우 가까운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이 곡이 이번 칼럼의 소개 곡으로 떠올랐어요. 사실 이 곡을 선곡하고 글을 쓰는 내내 세상 떠난 분 생각에 쓴 글을 한자 한자 다시 보고 또 음악을 듣게 되네요.
에릭 빕이 부르는 이 곡은 가만히 들어 보면 포크 같기도 하고 컨추리 같기도 한데, 색깔은 블루스 향기가 짙게 묻어나옵니다. 참 희한하고 조화롭게 연주되는 곡이지요. 에릭 빕의 출중한 곡 해석력이 아주 잘 나타나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에릭 빕을 가리켜 사람들은 포크블루스 계열의 가수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무겁지 않고 가볍게 들을만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치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 중에는 에릭 빕이 단연 독보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가지 장르에 묶이지 않는 에릭 빕의 색깔은 이름난 뮤지컬 가수인 아버지 레온 빕과 친척 아저씨인 재즈 연주자 존 루이스의 영향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 튼튼한 기초를 가진 상태에서 세계를 여행하며, 현지 친구들을 만들거나 생활하는 자유여행인의 마음으로 곡들을 연주하고 노래해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핀란드에서 살기도 하고, 간혹 동남아시아 쪽에서도 활동하는 에릭 빕이 갑자기 많이 부러워지는군요.
I am a poor wayfaring stranger
While traveling thru this world of woe
고뇌로 가득한 이 세상을 여행하는
난 초라한 방랑자입니다.
Yet there's no sickness, toil or danger
In that bright world to which I go
하지만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저 밝은 세상엔
질병도 고생도 위험도 없는 곳이예요
I'm going there to see my father
I'm going there no more to roam
나는 아버지를 보러 그곳으로 갑니다.
더 이상 방랑하지 않을 그곳으로 갑니다
I'm only going over Jordan
I'm only going over home
요르단강 건너로 가렵니다.
내가 태어난 곳으로....
(간주)
I know dark clouds
will gather around me
I know my way is rough and steep
먹구름이 날 에워쌀 거라는 거 난 알아요
내 갈 길이 무척 험하다는 거 난 알아요
Yet beauteous fields lie just before me
Where God's redeemed their vigils keep
하지만, 내앞엔 아름다운 평원이 펼쳐질거예요
신이 그들의 기도를 지켜주시는 땅
I'm going there to see my mother
She said she'd meet me when I come
나 지금 어머니를 만나러 그곳에 가고 있어요
어머니는 내가 가면 만나주신다고 하셨어요
I'm only going over Jordan
I'm only going over home
나 지금 갑니다, 저 요르단강 너머로
나 지금 갑니다, 나의 집으로
첫댓글 이노래는 에밀로 하리스의
노래로 더
많이 들었어요
에릭 빕 노래가
오리지날 곡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