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딸이 명절 겸해서 시댁인 부산에서 일주일 정도 보내기로 하여 데려다주기로 한 날 아침, 출발 준비하는 중 동생 시아버님이 운명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두달여전 위급한 상황을 넘기시고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엄마는 초상이 생길 경우 가능하면 참석할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내가 가는 길에 모시고 가면 좋은데 딸을 부산에 데려다주는 관계로 돌아오는 길에 장례식장인 대구에 들러 문상하면 되겠기에 엄마를 장례식장에 모시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소식을 알리면서 상황을 얘기하니 엄마도 '내가 굳이 가지 않아도 괜찮겠지?' 하시면서 가지 못함을 수긍하신다. 그러면서 나에게 상당한 금액의 부의금을 전해달라고 부탁하신다. 동생 시어머니가 좀 기가 세고 까탈스러운 분이라 사는 동안 동생이 많이 힘들어 했는데 엄마생각엔 부의금으로라도 사돈의 기를 꺽고 딸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다며 나에게 당신의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하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돈간에도 이런 기싸움이 있구나' 하면서 굳이 이런 마음으로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법에 있어 조금 유치(?)하긴 해도 딸을 위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내 마음이 울컥해졌다. 엄마는 체면을 많이 중시하시는 편이다. 받으면 반드시 주어야하는 마음으로 항상 친지와 주변 지인들을 챙기고 살아오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지나치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 또한 엄마의 마음이니 그대로 인정해드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동생 시부상을 당하여 엄마의 자식사랑의 마음을 알게되고 자식으로서는 헤아릴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동생부부의 이번 일을 보면서 우리 자식들은 부모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있어줄거라는 생각에 무심해하다가 막상 이별의 순간이 되면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지면서 지금이라도 이 어리석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을 주심에 감사해진다.
갑자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우리와 이별을 하신 아빠에 대한 죄송함과 아쉬움이 항상 한켠에 남아있는데 엄마만큼은 그런 아쉬움 없이 보내드릴수 있도록 남은 여생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해야겠다는 다짐의 마음을 다시 한번 챙겨본다.
첫댓글 내 일어난 마음을 보고 나니 엄마가 헤아려 지네요 ... 그 공부가 없다면 또 엄마는 그런 것으로 꼭 그래야 하나 하면서 불평하는 맘이 날텐데... 엄마가 자ㅣㄱ 사랑의 마음으로 인정이 되어지니 더 잘 해 드려야겠다는 다짐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