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초산장 이야기 1211회 ) 제 19회 황금펜 시상식과 화성 나들이
2022년 10월 10일, 월요일, 흐림
2022년 10월 8일 오전 9시 25분 구포역에서
새마을 기차를 타고 수원으로 갔다.
수원으로 가는 ktx가 잘 없어서 새마을 열차를 끊었다.
부산역에서 탄 김문홍 형과 나란히 앉아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가을 여행을 즐겼다.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기차 안에서 먹었다.
편의점에서 5500원씩 주고 산 도시락인데
반찬이 무려 11가지나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코로나 시절 같으면 어림도 없을 텐데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큰 다행이다.
아직도 수레를 밀고 다니며
음료수와 도시락을 파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수원역에 도착하니 1시 18분.
아직 시간이 넉넉해서 버스 타는 곳을 찾고 있는데
구미에서 올라온 김수희씨를 만나
같이 버스 정류소를 찾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수원전통문화관 바로 옆에 있는 도노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회원들이 와 있었다.
박경태 회장님을 비롯하여 윤방울, 송선혜 두 수상자와
문삼석 전회장님도 만나 뵈었고, 최은영, 윤미경, 조경숙,
하재영, 김향이, 명은숙, 원유순, 진영희, 이현숙, 강지인,
이혜영, 박소명, 유은경, 이여니, 박채현, 신정아, 신이림,
홍종의, 신난희, 서담 등...
여러 회원을 만나서 반가웠다.
계몽아동문학회는 <가족처럼 연인처럼>이란 말이 어울리듯이
한 번 회원이 되면 가족처럼 오래도록 끈끈한 정을 나눈다.
오후 네 시부터 도노호텔 세미나실에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청주에 사는 윤방울씨가 화관을 쓰고
동시 부문 수상자로 상을 받았다.
본명이 윤현자씨인데 시조를 25년 정도 써 왔지만
이제부터 동시를 열심히 쓰기 위해 윤방울로 지었다고.
이번에 당선된 동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번지점프>
윤방울
겁내지 말고 뛰어내려 봐.
바람이
냅다 등을 밀었습니다.
아, 이게 아닌데…….
멋진 포물선 그리며
날아갈 줄 알았는데
담장 옆 하수구에
푹
곤두박질쳤습니다.
아,
내가 가랑잎인 걸
깜빡했습니다.
<소금 지도>
아빠는
오늘도 한밤에 돌아오셨다.
아빠가 종일 오르내렸을
거미줄 같은 산동네 길.
시집간 딸이 보내준 털스웨터를 받아든
골목 끝 감나무 집 할머니
올 겨울은 얼마나 따뜻할까.
빌라에 세 들어 사는 동네 삼촌
어머니가 보내준 김장 김치통을 받고
그날 밤늦도록 엄마와 전화했겠지?
옷 벗자마자 쓰러져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아빠
자면서도 산동네 골목
숨은 번지를 찾아 달리는지
자꾸 두 발을 뒤척이신다.
몇 번을 젖었다가 마르고
또 젖었다가 말랐을 아빠의 붉은 조끼
빨래 바구니에 넣다가 문득 펼쳐보면
아빠가 종일 뛰어다닌 산동네 골목길처럼
허연 소금 길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다.
<꽃받침>
많이 힘들었겠다.
나만 박수 받는 걸
당연한 줄 알았지.
날 받쳐주느라
늘 힘들었을
너
미처 몰랐어.
네가 있어
내가
꽃 피울 수 있다는 거
향기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거.
<행복하면 되지>
강아지 나이 열다섯 살이면
완전 파파래요.
달구가 노인병 당뇨라
식사 조절을 해야 하는데
할머니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먹는 게 최고라고
행복이 별거냐고
순대도, 고구마도
고모 몰래
슬쩍슬쩍 준대요.
<삐딱한 신발>
“학습지 선생님 오실 시간이야.”
정글짐놀이 한참 재미있는데
들어오라고
엄마가 자꾸 재촉한다.
“네, 네.
금방 가요.”
뛰어 들어가며
벗은
신발 한 짝
휙~
현관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어서 동화 부문 당선자
대구의 송선혜씨가 화관을 쓰고 상을 받았다.
송선혜씨는 인터넷으로 나한테 동화지도를 받았는데
애살이 많아서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떨어지면
왜 나는 안 될까 하며 징징대곤 했다.
내가 때가 되면 될 테니 편하게 생각하라고 해도
노심초사 하더니
이제는 혜암아동문학상과 천강문학상에 이어
황금펜까지 접수했다.
열심히 하면서 때를 기다리면 다 되는 법이다.
송선혜씨가 상을 받을 때 갑자기 사회를 맡은 최은영씨가
나를 시상자로 호명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나가서 상패를 주었다.
송선혜씨, 수상을 축하하며,
상금만 뚝 따먹지 말고
계몽모임에도 잘 나오기를 바란다.
상패 전달이 끝난 뒤에
전년도 수상자의 축하 공연이 있었다.
서담씨는 정동진 시를 낭송했고
박채현씨는 <너는 코코가 아니야>를
인형극으로 만들어 보여주었다.
종이에 등장인물을 일일이 그려서 인형처럼 만들었고
인형틀 밖으로 내밀어 연극하듯이 했다.
스토리는 중요한 내용을 직접 녹음하여 들려주었다.
진짜 인형극은 아니었지만
이걸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을까?
박채현씨의 성실한 면을 엿볼 수 있었다.
홍종의씨는 점베를 들고 나와서
축하 연주를 해주었다.
젬베를 두드리는 동안에
분위기 메이커 윤미경씨가 비눗방울을 계속 쏘아대어서
송선혜씨 아들이 좋아하며 뛰어다녔다.
시상식을 다 마치고
쌈밥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은 뒤에
화성 성곽을 따라 일부분만 돌아보았다.
화성은 정조대왕 시절처럼 성곽을 잘 복원해 놓았다.
밤에는 참석한 회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하재영씨를 만나서 반가웠고
진영희씨는 직접 만든 떡을 돌려서 감사히 받았다.
계몽아동문학회가 근 40년의 역사를 이어온 것은
여러 회원들의 회에 대한 관심과 열정 덕분이지만
문삼석 전 회장님의 후덕한 인품도 큰 받침돌이 되었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는 말처럼
문 회장님은 온화하고 그릇이 넓어서
회원들이 마음으로 따르게 만들었다.
나는 문 회장님을 닮고 싶어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발밑에도 못 미친다.
숙박은 박경태, 홍종의 선생님과 한 방에서 잤는데
홍선생님이 동화 글감을 어떻게 얻는지 한 수 배웠다.
다음날은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를 보았다.
마침 서울에서부터 수원 행궁을 거쳐
사도세자 왕릉까지 행진하는 것을 재현하는 행사다.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길이 막히고 교통이 통제되었다.
구경거리는 좋지만 차가 막히니 불편한 점도 있었다.
행궁 안으로 들어가 이곳 저곳 둘러보고
전시해 놓은 작품들도 감상했다.
황금펜 시상식은 1박2일 행사라
이처럼 관광을 겸해서 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점심은 보영식당에 들어가 수제 만두전골을 먹고
내년 봄문학 기행 때 다시 만나기로 기약하고 헤어졌다.
나는 포천에 있는 안선모 선생님댁으로 가기 위해
수원역에서 1호선 전철을 탔다.
( 포천 ‘산모퉁이 문학관’ 방문해서 에피소드가 많았고,
서울역 앞에서 제자를 만나 엉뚱한 실수를 했는데... 다음 일기에 이어진다~~)
<배미향의 저녁 스케치>에서 받은 문자 모음~~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고 해서
100% 안전이 보장되진 않아요.
하지만 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의 안전을 찾죠.
니체는 그래서 우리 마음을 지켜줄
마음의 난간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해서,
그러니까 우리, 예쁜 말과 따뜻한 마음을 엮어
서로의 난간이 되어주기로 해요.
매일매일 참 잘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오늘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하얗게 불태웠다면,
이제 온전히 나로 돌아올 시간이에요.
사람 때문이든, 여러 속상한 일들 때문이든,
눈물 마를 날 없는 그대 맘이
빨리 마르도록 따스한 햇살 같은 미소
지으며 곁에 있을게요.
그대의 행복을 양보하지 말아요.
노력으로 이뤄낸 그대의 삶에 빛나는 별
하나를 달아줄게요.
올라야 할 삶의 계단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내딛는 계단마다 하나씩 별을 달다보면
아름다운 은하수길이 만들어지겠죠.
숨이 차올라 쉬어 가고픈 어느 날,
찬란하게 빛나는 은하수를 보며
그대의 인생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