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꽃이 장관을 이루는 경주 옥산서원 세심대 이팝나무
천년고도 경주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두 번이나 등재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있는 '옥산서원'이다. 행정구역상 경주권역이지만 경주의 북쪽에 위치해 포항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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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옥산서원 명품 둘레길 입구에서 바라다 본 이팝나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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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옥산서원은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됐다. 그 뒤 2019년 옥산서원은 한국의 서원으로 다시 세계유산에 지정됐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옥산서원을 자주 찾는다. 옥산천 세심대 주변에 활짝 핀 새하얀 이팝나무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 현재 개화율 70%를 보이고 있으며 만개 직전이다. 지난 27일 오후 현장을 직접 찾아보았다.
새하얀 이팝나무가 매력적인 옥산천 세심대
옥산천(자계천) 입구부터 아름드리 큰 이팝나무가 위용을 자랑한다. 눈이 내려앉은 듯 새하얀 이팝나무가 햇빛에 반사돼 영롱한 빛을 발한다. 수백 년이 넘은 이팝나무를 비롯해 굴참나무, 회화나무들이 어우러져 한낮의 따가운 햇볕을 막아준다. 방문객에겐 시원한 그늘막을 형성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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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산서원 앞을 휘감아 도는 옥산천 세심대 주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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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이팝나무 숨은 명소로 알려져 있는 옥산서원은 이팝나무가 필 때는 옥산서원보다 옥산천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더 많다. 눈송이처럼 쌓인 이팝나무 때문이다.
수양버들처럼 축 늘어진 이팝나무를 바라보면,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 나가는 기분이다. 거기다 이팝나무에서 내뿜는 은은한 향기는 방문객의 코끝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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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옥산서원 세심대 주변 이팝나무가 활짝 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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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는 흰 꽃이 활짝 핀 모습이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쌀밥처럼 보여 '이밥나무'라고 했으며, '이밥'이 '이팝'으로 변해 이팝나무가 됐다는 설, 절기상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를 전후해 꽃이 핀다고, 입하가 연음되면서 '이파'가 '이팝'으로 변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농민들이 무척 좋아하는 나무 중의 하나로 옛날 사람들은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그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했다. 그만큼 이팝나무 꽃은 멀리서 봐도 언제나 풍성해 보이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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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옥산서원 옥산천 입구에 핀 이팝나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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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옥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국내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바로 앞을 흐르는 옥산천 세심대 주변의 이팝나무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지리적으로 경주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방문객의 발길이 뜸한 이유도 있다.
세심대는 옥산서원 앞을 흐르는 옥산천 가운데에 자리한 너럭바위 일대를 말한다.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독락당을 지어 머물면서, 주변의 산과 계곡에 이름을 붙였는데 이를 사산오대(四山五臺)라고 하며 그중 하나가 바로 세심대다.
세심대는 마음을 씻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구하는 곳이라는 뜻이며, 바위에 새겨진 글씨는 퇴계 이황이 쓴 것이다.
이팝나무가 필 때 옥산서원을 찾은 방문객은 새하얀 눈꽃처럼 빛나는 이팝나무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거기다 계곡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용추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옥산천 세심대 너럭바위를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 고즈넉한 산사에 와 있는 느낌마저 든다.
징검다리 중앙에 서면 계곡을 따라 심어진 이팝나무의 아름다운 모습과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옥산구곡 중 한 곳인 세심대란 말이 전혀 부족함이 없는 멋진 모습이다.
여기에는 주먹밥처럼 생긴 이팝나무도 한몫을 한다. 계곡 사이를 건너는 외나무다리도 방문객의 재미를 더한다. 쉽게 보고 건너지만, 은근히 다리가 후들리는 느낌이다.
옥산서원은 멋진 장소에 세워졌다. 옥산서원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중층으로 된 누각 '무변루'가 보인다. '끝이 없는 누각'이라는 의미를 가진 무변루는 유생들의 휴식공간이다. 2층으로 된 누각에 올라 판문을 열면, 바로 앞 자옥산과 옥산천 세심대 계곡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조선시대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학문을 정진한 유생들이 부럽기만 하다.
명품 영화 촬영지 독락당
경주 옥산서원 이팝나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독락당이 있는 명품 둘레길이다. 이곳은 산림욕을 하는 기분으로 산책하듯 걸으면 좋은 곳이다. 보물 제413호로 지정된 독락당은 조선시대 유학자 회재 이언적이 중종 27년(1532)에 김안로의 등용을 반대하다가 파직되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별장이다. 옥산정사라고도 한다.
명품 둘레길에는 옥산천을 오르며 굽이굽이 존재하는 회재 이언적의 자취를 볼 수 있다. 그중 한 곳이 독락당 계정(溪亭)이다. 운치 있는 정자 계정은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사랑채 옥산정사와 그 뒤편에 정자 계정이 관어대 개울을 끼고 자리해 있다. 독락당 주변은 어디에서 찍던 아름다운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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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옥산서원 명품 둘레길에 있는 독락당 계정 주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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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지인의 소개로 이팝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옥산천과 정자 계정을 찾았다. 너무 조용하고 멋진 풍경이다. 앞으로도 계속 찾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랑채 뒤에 있는 정자 계정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의 풍광도 아름다워 한 폭의 풍경화를 보듯 수려한 모습이다. 독락당 계정 주변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배우 조승우가 출연한 사극 <명당>과 <외계인>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가족, 연인들과 함께 조용하고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경주 옥산서원을 올봄 이팝나무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216-27
- 주차료 및 입장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