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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 안심정사
 
 
카페 게시글
아름다운 이야기들 스크랩 약해지지마/시바타 도요(일본)
김은주 추천 8 조회 7,615,259 12.08.04 22:46 댓글 33
게시글 본문내용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시바타 도요는 올해 100세 할머니이다.
도요가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100만엔을 털어
첫시집 '약해 지지마'를 출판 100만부가 돌파되어
지금 일본열도를 감동 시키고 있다.

 

1911년 도치기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도요는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져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후 전통 료칸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런 와중에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다시 결혼해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한다.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 했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결혼에 한번 실패 했고
두 번째 남편과도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던 노파.
하지만 그 질곡 같은 인생을 헤쳐 살아오면서
100년을 살아온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지금 초 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사람들에게
그리고 미국에도 전해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Green Glens Of Antrim/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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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8.05 09:54

    첫댓글 저도이책사서보았습니다
    많은감동도받았고요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_()_

  • 12.08.05 13:17

    인생의 진한 맛이 느껴집니다.

  • 12.08.23 22:15

    99세? 아름다운모습!~~~~시를쓸수있는아름다운마음~~~




  • 12.10.26 23:06

    문해교육에 시집 자료로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

  • 12.12.17 14:07

    큰교육이 된네요

  • 13.03.21 20:20

    좋은공부잘했습니다.
    책을사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3.03.24 12:15

    성인문해수업에 가끔은 이용하고 있지요..
    공감합니다^^

  • 13.04.13 07:00

    인생은 느낌표?그리고 물음표?쉬엄쉬엄 쉬었다 가세?결국 마침표인것을?비구 퇴허자

  • 13.04.25 16:06

    감사합니다 좋은글

  • 13.05.19 22:39

    참으로좋은글 감사합니다

  • 13.07.27 10:45

    이런글이 시 로군요... 가슴에 와닿는 좋은글들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13.08.19 19:20

    인생의 깊이가 묻어 나는 시 가 가슴에 와닿네요.

  • 13.12.23 16:20

    100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우리도 이제 도전할 때입니다~

  • 14.01.09 16:30

    참으로 대단한 어르신 존경합니다

    스티커
  • 14.01.19 10:36

    일본100세 시인 할머니

    ㅎㅎ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
    아직도 그 순진무구 해맑은
    소녀의 마음으로 간단명료한
    표현력ㅡ저또한 감동먹었슴다
    ~~~(미소)(반함)(반함)~~~~

  • 14.02.10 20:21

    가슴이뭉클하다....나도이렇게살수있을까,나에게던져주시는말같다...아미타불

  • 14.07.27 14:07

    할머님시를 접하고 삶의 희망과 용기가 생겼으요 너무 감사 합니다 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림니다 .칠순이 넘은 사람이.

  • 14.07.30 22:19

    좋은글정말고맙네요 이알수있도록헤주셔서!

  • 14.08.07 10:18

    좋은글 가슴에 담아갑니다
    고맙습니다_()_

  • 14.08.29 22:11

    가슴 뭉클하네요.
    감동적입니다 .
    100세에 이렇게 순수한 글을
    쓰실수있는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냅니다.
    정말 멋지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존경 합니다.
    ~~

  • 14.09.22 23:00

    50대로 접어가는 시기에 미리 읽고 나의 노년이 서럽고 외롭진 않을것 같습니다 이런친구들을 초대해 같이 놀줄 알게 해주어 혼자가 아니잖아요 할머니 건강히 행복을 기원합니다

  • 15.04.21 19:15

    100세 나이에 '인생은 언제나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이 분의 경지가 존경스럽습니다~ !!!

  • 15.06.08 00:11

    대단하신분.훌륭한 글들.잘 봤습니다.책을 사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_()_

  • 15.08.18 05:24

    감사드립니다
    책 사서 읽어보고싶어요

  • 15.09.05 21:57

    똑같은 상황으로 그분처럼 저도 지금 힘든데
    어긋나지 않게 살면 저도 좋은날 있겠지요~~~

  • 16.01.15 20:25

    2016년 1월 15일 오늘 도요씨 "약해지지마" 시집을 처음으로 접하고 고령화 시대에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신것 같아 정말 가슴이 찡하고 절절함이 닿았네요 감사합니다!!!

  • 16.02.24 10:00

    감동입니다()()()

  • 16.05.17 07:52

    나이와 관계없는 삶의 이야기네요~대단하십니다
    건강하시길빕니다

  • 16.11.05 14:24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스티커
  • 17.09.11 14:14

    감사합니디ㅡ

  • 17.10.03 21:59

    이렇게 세상은 아름다운 거라 말씀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_()_

  • 20.03.16 18:11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08.21 13:46

    감동입니다.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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