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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문자망이문(不懼文者亡而文)
글의 두려움을 모르는 자는 글로 망한다는 뜻으로, 이 말을 바꾸면 말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는 말로 망한다가 된다. 말과 글에 신중을 기하라는 말이 된다.
不 : 아니 불(一/3)
懼 : 두려워할 구(忄/18)
文 : 글월 문(文/0)
者 : 놈 자(耂/5)
亡 : 망할 망(亠/1)
而 : 써 이(而/0)
文 : 글월 문(文/0)
글의 두려움을 모르는 자는 글로 망한다. 이 말을 바꾸면 말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는 말로 망한다가 된다. 말과 글에 신중을 기하라는 말이 된다.
정비석의 소설 김삿갓 '권1'에 나오는 말이다. 김병연이 스무살에 영월 백일장에서 장원 급제를 하고 자랑스럽게 어머니에게 말했으나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욕되게 한 답안이라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며 그때야 집안 내력을 말해 주었다.
김병연은 조상을 욕되게 한 만고의 불효를 저지른 죄의식으로 고뇌하고 있다가 찾아간 취옹정의 노인과의 대화에서 그 취옹정의 노인이 들려준 말 "글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는 글로 망한다. 不懼文者亡而文(불구문자망이문)"에 큰 충격을 받고 가슴 앓이를 한다. 이 말은 뒷날 김병연이 삿갓을 쓰고 평생 방랑 생활을 하게 만드는데도 역할 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1. 말과 글에 대한 파문
최근에 말과 글에 의해 파문을 일으킨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부산광역시 출신으로, 2023년 3월부터 국민의 힘 최고위원을 하였으며, 청년재단 이사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소통TF단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동안 잘 나가던 젊은 정치인 장예찬은 과거 여성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하는 선정적인 웹소설을 집필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2013년경부터 그가 SNS에 올린 글들이 모두 도마 위에 올랐는데 특히 2014년에 페이스북에 올린 난교 발언 즉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하는 난잡함을 조장하는 듯한 글과 대한민국은 좁고 무식한 바닥이라는 취지의 글, 서울 시민의 교양 수준이 일본인 발톱 때만큼도 못하다는 취지의 글, 그리고 2015년에는 부산을 ‘교양 없고 거친 사람들, 감정 기복이 심한 운전자들, 미친놈이 설계한 시대 도로, 막살아도 될 것 같은 무책임한 기분이 드는 곳’ 등으로 표현한 부산 비하 발언 논란의 글‘ 등등 이런 글들이 파문이 일자 크게 사과하였다. 하지만, 2013년경부터 그가 SNS에 계속 써온 글들이 화근이 되어 제22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이 취소되는 등의 파장을 겪었다.
(2) 최근 국민의 힘 당대표 경선 토론회 과정(CBS ‘김현정의 뉴스쇼’ 주관으로 열린 4차 당대표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와의 설전(舌戰)을 벌이던 중 나경원 후보의 “법무부 장관 시절 이재명 후보를 왜 구속시키지 못했느냐”는 집요한 공격을 받자, 한동훈 후보가 이를 해명하는 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 “나 의원님께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지 않냐. 저는 거기에 대해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한 말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당시 한 후보는 페이스 북 등에 공식적인 사과를 하였다.
(3)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은 2024년 7월 29일 열린 전체 회의에서 탈북자 출신인 국민의 힘 박충권 의원이 위원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 '인민재판'식의 진행이라는 말에 격분하여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 원칙이 안 보이나"라고 하면서 탈북자들을 폄하하였다. 이 말이 '목숨을 걸고 탈북한 3만 5천여 명의 전체 탈북민들을 폄하한 말이며, 박 의원도 그야말로 인신공격의 끝판'이라고 비난하였다. 이러한 최민희의 발언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자, 최민희 위원장은 사과하여 진정시켰다.
위의 사례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말과 글이 신중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파장이 허다하며 그로 인해 자신의 신상은 물론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혼란을 겪게 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2. 인간은 말과 글의 동물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또한 인간은 그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동물이다. 인간이 가진 말과 글은 삼라만상의 모든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고 문명화의 길을 갈 수 있게 만든 천부적이고 원초적인 능력이며 축복이다. 인간의 모든 생각은 말과 글로 표현된다. 그 생각이 입을 통해서 나오면 말이 되고 문자를 통해 나오면 글이 된다. 따라서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사상, 지향점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말과 글에 신중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도 끊임없이 말과 글로 인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곤혹 당하는 경우가 많다. 표현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지금은 그래도 파장만 일고, 때로는 불이익을 당하고 진로에 지장을 주지만, 과거에는 생명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사람은 글로 흥하고 글로 출세를 하지만, 때로는 글로 망하기도 하고 글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였다. 조선 후기 명문장가의 싹이 엿보였으나 백일장에서 장원 급제한 답안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방랑한 김삿갓의 인생에서도 글 한 편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는 평생 “글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는 글로 망한다. 不懼文者亡而文(불구문자망이문)”라는 말을 되새기며 방랑의 길을 걸었는지 모른다.
3. 不懼文者亡而文(불구문자망이문) : 김삿갓을 채찍질한 이 한마디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김병연이 나이 갓 스물이 되었을 때 영월 관아에서는 백일장이 열린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김병연은 당초 과거에 큰 뜻이 없었으나 ‘우리 가문을 한 번 일으켜 놓으라’는 어머니의 간곡한 권고에 따라서 과거를 보기로 하였다. 김병연의 어머니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들을 열심히 가르쳤으며 김병연 또한 열심히 공부하여 나름은 시서(詩書)와 사서(史書)를 두루 섭렵하고 문장을 제법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자부하였다.
김병연은 영월 관아에서 시행하는 백일장에 참석하였다. 논제는 “정가산의 충성스러운 죽음을 논하고, 김익순의 죄가 하늘에 이를 정도였음을 통탄해 보라(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였다. 김병연은 그동안 읽은 역사 서적들을 떠올리며 일필휘지로 답안을 써 내려갔다. 그 내용은 말 그대로 홍경래의 난 때 정가산의 의로운 죽음에 대하여 만고의 충신이라 찬양하고 홍경래에게 비겁하게 투항한 김익순은 천 번 죽어 마땅한 만고의 역적임을 규탄하는 시문을 써 당당하게 장원이 되었다.
그후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앞에서 당당하게 장원이 되었음을 알리고 시제를 말하며 김익순을 엄단한 이야기를 하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 않았다. 어머니로부터 조상의 내력을 처음으로 들은 김삿갓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그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만고의 역적임을 규탄한 김익순이 자기의 조부임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어머니로부터 할아버지의 일에 관한 특히 조상의 행적에 관한 일은 단 한 번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병연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살려낸 아들이 역적의 자손임을 숨기며 김병연이 어린 시절은 황해도 곡산에서 열 살 전후엔 경기도 광주에서 그 이후로는 영월 산속으로 이사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후 김병연은 고뇌에 빠졌다. 할아버지 즉 조상을 규탄한 만고의 불효를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꼼작도 할 수 없었다. 김병연은 몇 날 며칠을 골방에 틀어박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술이라도 한잔하고 오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백일장 당일날 일찌감치 답안을 써내고 발표가 나기 전에 들렀던 ‘취옹정’이라는 주막이 떠 올라 그 주막으로 갔다.
때는 이른 오전이었다. 취옹정에는 그때 그 주인 늙은이가 있었다. 늙은이는 술도 잘 마셨지만, 옛날 10번은 과거에 실패한 인물이라 엄청나게 글을 많이 읽은 식자(識者)였다. 취옹정 늙은이는 김병연이 김익순의 손자인지는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으며 김병연 또한 자신이 김익순의 손자임을 밝히지도 않았다. 취옹정의 늙은 주인장은 손수 주안상을 차려 들고 들어와 함께 술을 마시며 온갖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취옹정 늙은이는 거침없이 옛 문헌을 인용하며 공자(孔子)의 이야기며 장자(莊子)의 이야기며 끝이 없이 술술 풀어내는데 김병연도 놀라웠다. 김병연은 그 노인에게 질세라 하며 <글 겨루기>를 하였다. 서로가 상황에 맞게 아는 것을 이어 말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취옹정 늙은이는 술은 좋기는 하되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아침부터 둘은 끝없는 대화로 취하는 줄을 몰랐다. 취옹정 늙은이는 김병연이 이번 영월 백일장에서 장원에 급제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김병연이 그 명문으로 답을 쓴 일에 대하여 못마땅한 말을 계속했다. 늙은이는 그 답안이 명문임을 찬탄하면서도 심하게 걱정하며 말했다.
“나는 자네의 글을 보고 비상한 시재(詩才)에 놀라움을 금지 못했네. 천재가 아니고서는 그런 좋은 시는 누구도 쓰지 못할 것일세. 그러나 나는 감탄해 마지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네가 큰 인물이 못될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그 시를 읽어 본 소감을 마땅하지 못하게 말한 것은 바로 그 점일세”
“어떤 점으로 보아 큰 인물이 못될 사람이라고 느끼셨다는 것입니까?”
“노자의 도덕경에 <사람 죽이기를 즐거워하는 자는 그 뜻을 천하에 펼칠 수가 없다 樂殺人者 不可以得志於天下>라는 말이 나오네. 그런데 자네는 시에서 선천방어사 김익순을 무참하게 난도(亂刀)질을 해 놓았거든. 글이란 어디까지나 신성한 것이어서 사람을 글로 때려잡아서는 못 쓰는 법일세. 김익순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 아닌가. 자고로 죽은 사람을 때려잡는다는 것은 선비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네. 그런데 자네는 이미 죽은 사람을 난도질 해놓았으니, 그야말로 마땅하지 못한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글의 무서움을 모르는 선비는 글로 망하는 법이야 不懼文者亡而文> 내 말 알아듣겠는가?”
취옹정 늙은이는 김병연과 김익순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하면서 단지 원칙적인 논평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김병연의 가슴에는 <글의 무서움을 모르는 선비는 글로 망하는 법이야 不懼文者亡而文> 라는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김병연은 가슴이 도려내는 듯이 아팠다.
그러나 취옹정 늙은이는 취기 어린 눈으로 김병연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자네는 문제의 시를 단숨에 써 갈기지 않았나 싶은데 그 시를 쓸 적에 김익순에게도 후손이 있으리라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김병연은 정곡을 다시 찔린 것 같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최옹정 늙은이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김익순에게도 후손이 있을 것은 뻔한 일 아닌가? 만약 그들이 그 시를 읽어 보았다면 자네를 얼마나 원망할 것인가?”
김병연은 취옹정 늙은이의 입을 통해 <신의 심판>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무 댓구도 하지 못했다.
- 이상은 정비석의 소설 김삿갓 권1, 31쪽~88쪽의 내용을 참고한 것임 -
그날 이후 취옹정 늙은이의 그 “글의 무서움을 모르는 선비는 글로 망하는 법이야 不懼文者亡而文>” 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박혀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취옹정 늙은이는 자신과 김익순과의 관계를 모르지만, 김병연은 바로 자신이 그 당사자였기 때문이었다. 오랜 고심 끝에 김병연은 삿갓을 눌러쓰고 집을 나왔다. 김병연이 삿갓을 쓴 영원한 노스탈지어의 방랑자가 된 데는 취옹정 늙은이의 그 말도 한몫했으리라.
4. 글에 신중을 기하는 삶을 살아야
유명한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사고의 집”이라고 하였으며(존재와 시간) 뷔퐁은 “글은 사람이다(G.L.L.뷔퐁)”고 하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지향점은 물론 인격까지 담겨 있다. 따라서 사람은 살아가면서 말과 글의 사용에 신중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말과 글로 낭패를 보는 경우는 계속 반복된다.
성경에도 “미련한 자는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아맨다(잠언 18:7)”고 하였다. 이 말은 굳이 말만이 아니라 글도 해당된다. 이는 ‘미련한 자는 글로 망하고 그 글에 스스로 옭아맨다’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역사상 글로 인해 온갖 고초를 겪고 글로 망한 사례도 수없이 많다. 조선시대 조의제문을 쓴 김종직은 연산군에 의해 죽은 시신의 몸으로 다시 사형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물론 이 역사적 사건에는 연산군이 비록 왕일지라도 보는 것이 금기로 되어 있는 사초 문서를 보았다는데 문제가 있었지만)
유명한 링컨 대통령은 젊은 시절 사람을 비꼬고 조롱하는 글을 지방 신문에 게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생명을 거는 결투의 현장에 서기도 했다. 다행히 링컨은 친구의 중재로 결투는 하지 않고 화해했지만, 글 한 편 때문에 결투를 통해 생명을 잃을 뻔한 일도 있었다. 그래서 링컨은 “남을 함부로 비판하지 말라”는 마태복음의 말씀을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았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표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누구든 자기의 생각과 사상을 말이나 글로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기에 말과 글을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과 글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히 글을 쓸 때는 더욱 그렇다. 말은 하고나서 사라지기 쉬우나 글은 사라지기 어렵다. 어쩌면 영원히 남는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요즈음 SNS에 올린 글들은 언제 어느 곳으로 날개를 달고 날아다닐지 모른다. 아무리 표현이 자유로운 시기라 하더라도 글을 쓸 때는 책임을 신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글이 나중에 자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 올무가 될 수도 있다. 김삿갓이 평생 삿갓을 쓰고 다닌 것도 글 한 편 때문이었음을 새겨보자.
글의 무서움을 모르는 현대인들이 김삿갓이 평생 간직하고 살아간 말, '글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는 글로 망한다'는 불구문자망이문(不懼文者亡而文)을 새겨보기를 바란다. 이 말은 글자만 바꾸면 불구언자망이언(不懼言者亡而言)이라. '말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는 말로 망한다'가 된다. 어쨌든 말과 글에 신중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해야 한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일컫는 말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말을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말을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懼(두려워할 구)는 ❶형성문자로 惧(구)는 간자(簡字), 愳(구)는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눈을 크게 뜨고 두려워 한다는 뜻을 갖는 瞿(구)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懼자는 '놀라다'나 '두려워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懼자는 心(마음 심)자와 瞿(놀랄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瞿자는 새의 두 눈이 크게 두드러져 그려진 것으로 '놀라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놀란 모습을 그린 瞿자에 心자를 결합한 懼자는 놀라거나 두려운 마음을 표현한 글자다. 그래서 懼(구)는 ①두려워하다, 두렵다 ②걱정하다 ③염려하다 ④으르다(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하다), 위협하다 ⑤경계하다, 조심하다 ⑥두려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겁낼 겁(怯), 두려워할 포(怖), 두려울 송(悚), 두려울 황(惶), 두려울 공(恐), 두려워할 외(畏)이다. 용례로는 두려워하며 근심함을 구우(懼憂), 두렵고 답답함을 구만(懼懣), 두려운 마음을 구의(懼意), 두려워서 헐떡이며 숨을 가쁘게 쉼을 구천(懼喘), 삼가고 두려워하는 것을 긍구(兢懼), 두려워서 마음이 몹시 거북함을 송구(悚懼), 몹시 두려워함을 공구(恐懼), 수치스러워서 두려워함을 괴구(傀懼), 외국에 대한 두려움을 외구(外懼), 의심하여 두려워함을 의구(疑懼), 공경하고 두려워함을 경구(敬懼), 근심하고 두려워함을 우구(憂懼), 즐거움과 두려움을 희구(喜懼), 삼가하여 조심하고 두려워함을 계구(戒懼), 두려워함 또는 그런 느낌을 위구(危懼), 무서워하고 두려워함을 외구(畏懼), 탄식하고 두려워함을 차구(嗟懼), 잘못한 것을 뉘우치고 두려워함을 회구(悔懼),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함을 참구(慙懼), 불안하여 술렁이고 두려워 함을 흉구(洶懼), 두렵거나 무서워서 벌벌 떪을 전구(戰懼), 떨면서 두려워함을 진구(震懼), 경계하며 두려워함을 척구(惕懼), 애통하고 두려워함을 도구(悼懼), 의심하고 두려워함을 시구(猜懼), 벌벌 떨며 두려워함을 용구(聳懼), 두려워하는 마음을 위구심(危懼心),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의구심(疑懼心), 의심스럽고 두려운 느낌을 의구감(疑懼感), 송구스런 감을 송구증(悚懼症), 아들을 많이 두면 여러 가지로 두려움과 근심 걱정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다남다구(多男多懼), 한편으로는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을 일컫는 말을 희구지심(喜懼之心), 송구하고 공황하니 엄중하고 공경함이 지극하다는 말을 송구공황(悚懼恐惶) 등에 쓰인다.
▶️ 文(글월 문)은 ❶상형문자로 攵(문)의 본자(本字)이다. 사람 몸에 ×모양이나 心(심)자 꼴의 문신(文身)을 한 모양이다. 살갗에 바늘로 찔러 먹물이나 물감 등으로 글씨나 그림이나 무늬를 들이는 것을 문신이라 하고, 형벌로서 하는 수도 있지만 축하(祝賀)하는 표로도 하였다. 나중에 '무늬', '글자', '학문', '문화' 따위의 뜻에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文자는 '글'이나 '문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文자는 양팔을 크게 벌린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文자의 갑골문을 보면 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의 가슴에 어떠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몸에 새긴 '문신'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文자의 본래 의미는 '몸에 새기다'였다. 그러나 文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문서'나 '서적'과 같이 글을 새겨 넣은 것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文자가 이렇게 글자나 서적과 관계된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糸(실 사)자를 더한 紋(무늬 문)자가 '무늬'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文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그래서 文(문)은 (1)문장(文章) (2)무(武)에 대하여 학문, 학예, 문학, 예술 등을 이르는 말 (3)어떤 명사 아래에 쓰이어 문서, 문장(글)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4)신발의 치수의 단위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글월, 문장(文章) ②어구(語句; 말의 마디나 구절), 글 ③글자 ④문서(文書) ⑤서적(書籍), 책 ⑥문체(文體)의 한 가지 ⑦채색(彩色), 빛깔 ⑧무늬 ⑨학문(學問)이나 예술(藝術) ⑩법도(法道), 예의(禮義) ⑪조리(條理) ⑫현상(現狀) ⑬산문(散文) ⑭결, 나뭇결 ⑮얼룩, 반점(半點) ⑯돈의 한 가지, 그 돈의 개수를 나타내는 말 ⑰신발의 치수의 단위 ⑱아름다운 외관(外觀) ⑲주문왕의 약칭(略稱) ⑳빛나다, 화려하다 ㉑아름답다, 선미(鮮美)하다 ㉒몸에 새기다 ㉓꾸미다 ㉔입묵(入墨)하다, 자자(刺字)하다 ㉕어지러워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책 책(冊), 글 서(書), 글 장(章), 문서 적(籍),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호반 무(武), 말씀 언(言)이다. 용례로는 생각이나 느낌이나 사상 등을 글로 표현한 것을 문장(文章), 글자나 숫자 따위로 일정한 뜻을 나타낸 것을 문서(文書), 공적인 성격을 띤 문서나 서류를 문건(文件), 좋은 글을 가려서 뽑음을 문선(文選), 옛날의 제도나 문물을 아는 데에 증거로 되는 기록이나 서적을 문헌(文獻), 글의 성분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를 문맥(文脈), 글의 구절을 문구(文句), 글을 짜고 꾸미는 법칙을 문법(文法), 글을 볼 줄도 쓸 줄도 모름을 문맹(文盲), 살갗을 바늘로 찔러 먹물이나 다른 물색을 넣음 또는 그렇게 만든 몸을 문신(文身), 한 사람의 시문을 모아서 엮은 책을 문집(文集), 서재에 꼭 있어야 할 네 벗 즉 종이와 붓과 벼루와 먹을 일컫는 말을 문방사우(文房四友), 전문식과 무략을 다 갖추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문무겸전(文武兼全), 문화의 모든 산물이 서로 오고 감을 일컫는 말을 문물교류(文物交流), 남의 글이나 저술을 베껴 마치 제가 지은 것처럼 써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문필도적(文筆盜賊), 허물도 꾸미고 잘못도 꾸민다는 뜻으로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뉘우침도 없이 숨길 뿐 아니라 도리어 외면하고 도리어 잘난 체함을 일컫는 말을 문과식비(文過飾非), 까막눈인 사람들을 가르쳐 글 모르는 이가 없도록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문맹퇴치(文盲退治), 문장이 썩 잘 되어서 한 점도 가필할 필요가 없을 만큼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문불가점(文不加點), 문도 번거롭고 예도 번거롭다는 뜻으로 규칙이나 예절이나 절차 따위가 번거롭고 까다로움을 일컫는 말을 번문욕례(繁文縟禮), 가난한 사람은 농사 짓느라고 여가가 없어 다만 삼동에 학문을 닦는다는 뜻으로 자기를 겸손히 이르는 말을 삼동문사(三冬文史), 유교를 어지럽히는 도적이라는 뜻으로 교리에 어긋나는 언동으로 유교를 어지럽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사문난적(斯文亂賊), 어떤 일을 시작하기는 쉬우나 이룬 것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창업수문(創業守文), 용과 같이 위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나 실은 물고기라는 뜻으로 옳은 듯하나 실제는 그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질용문(魚質龍文) 등에 쓰인다.
▶️ 者(놈 자)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者(자), 者(자)는 동자(同字)이다. 원래의 자형(字形)은 耂(로)와 白(백)의 합자(合字)이다. 나이 드신 어른(老)이 아랫 사람에게 낮추어 말한다(白)는 뜻을 합(合)하여 말하는 대상을 가리켜 사람, 놈을 뜻한다. 또는 불 위에 장작을 잔뜩 쌓고 태우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❷회의문자로 者자는 '놈'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者자는 耂(늙을 노)자와 白(흰 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者자는 耂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노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者자의 갑골문을 보면 이파리가 뻗은 나무줄기 아래로 口(입 구)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탕수수에서 떨어지는 달콤한 즙을 받아먹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탕수수'를 뜻했었다. 후에 者자는 '놈'과 같은 추상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더는 쓰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者(자)는 (1)어떤 명사(名詞) 아래에 붙여, 어느 방면의 일이나 지식에 능통하여 무엇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또는 무엇을 하는 사람임을 뜻하는 말 (2)사람을 가리켜 말할 때, 좀 얕잡아 이르는 말로서, 사람 또는 놈 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놈, 사람 ②것 ③곳, 장소(場所) ④허락하는 소리 ⑤여러, 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⑥이 ⑦~면(접속사) ⑧~와 같다 ⑨기재하다, 적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병을 앓는 사람을 환자(患者),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 글을 쓰거나 엮어 짜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기자(記者), 학문에 능통한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을 학자(學者), 책을 지은 사람을 저자(著者), 살림이 넉넉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을 부자(富者), 힘이나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생물 또는 집단을 약자(弱者), 그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사람을 업자(業者), 달리는 사람을 주자(走者), 어떤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을 신자(信者), 어떤 일에 관계되는 사람을 관계자(關係者), 물자를 소비하는 사람을 소비자(消費者),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근로자(勤勞者), 해를 입은 사람을 피해자(被害者),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노동자(勞動者), 희생을 당한 사람을 희생자(犧牲者), 부부의 한 쪽에서 본 다른 쪽을 배우자(配偶者), 그 일에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을 당사자(當事者), 권리를 가진 자 특히 선거권을 가진 자를 유권자(有權者),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일컫는 말을 회자정리(會者定離),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면 그 버릇에 물들기 쉽다는 말을 근묵자흑(近墨者黑), 붉은빛에 가까이 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는 뜻으로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근주자적(近朱者赤),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소경의 단청 구경이라는 뜻으로 사물을 보아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체함을 이르는 말을 맹자단청(盲者丹靑), 생존 경쟁의 결과 그 환경에 맞는 것만이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차차 쇠퇴 멸망해 가는 자연 도태의 현상을 일컫는 말을 적자생존(適者生存), 소경이 문을 바로 찾는다는 뜻으로 우매한 사람이 우연히 이치에 맞는 일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맹자정문(盲者正門), 입이 관문과 같다는 뜻으로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구자관야(口者關也), 목이 마른 자는 무엇이든 잘 마신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은 은혜에 감복하기 쉬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갈자이음(渴者易飮), 가난한 사람이 밝힌 등불 하나라는 뜻으로 가난 속에서도 보인 작은 성의가 부귀한 사람들의 많은 보시보다도 가치가 큼을 이르는 말을 빈자일등(貧者一燈),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이라 한다는 뜻으로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강한 사람임을 이르는 말을 자승자강(自勝者强), 성공한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성공자퇴(成功者退), 세상일은 무상하여 한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게 마련이라는 말을 성자필쇠(盛者必衰), 떠나간 사람은 날로 소원해진다는 뜻으로 평소에는 친밀한 사이라도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면 점점 서로의 정이 멀어짐을 이르는 말을 거자일소(去者日疎) 등에 쓰인다.
▶️ 亡(망할 망, 없을 무)은 ❶회의문자로 兦(망)이 본자(本字), 동자(同字)이다. 사람(人)이 망하고 도망해 와서 숨는다는 뜻이 합(合)하여 망하다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亡자는 '망하다'나 '도망가다', '잃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亡자는 亠(돼지해머리 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돼지머리와는 관계가 없다. 亡자의 갑골문을 보면 칼날 부분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는데, 이것은 칼날이 부러졌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칼날이 부러졌다는 것은 적과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亡자는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의미에서 '멸망하다'나 '도망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전쟁에서의 패배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亡자에는 '죽다'나 '잃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亡(망, 무)은 ①망하다, 멸망하다, 멸망시키다 ②도망하다, 달아나다 ③잃다, 없어지다 ④없애다 ⑤죽다 ⑥잊다 ⑦업신여기다, 경멸하다 ⑧죽은, 고인(故人)이 된 그리고 없을 무의 경우는 ⓐ없다(무) ⓑ가난하다(무)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이룰 성(成), 있을 유(有), 일 흥(興)이다. 용례로는 죽은 아버지를 망부(亡父), 망명해 온 사람을 망객(亡客), 아주 주책없는 사람의 낮은 말을 망골(亡骨), 패가망신할 못된 짓을 망덕(亡德), 죽은 며느리나 죽은 아내를 망부(亡婦), 망할 징조를 망조(亡兆), 죽은 뒤를 망후(亡後), 망할 조짐을 망괘(亡掛), 집안이 결딴남을 망가(亡家), 망하여 없어진 나라를 망국(亡國), 있는 것을 아주 없애 버림을 망살(亡殺), 사람의 목숨이 끊어져 죽는 때를 망종(亡終),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일을 망축(亡祝), 무례한 언동을 망상(亡狀), 죽은 사람의 혼을 망혼(亡魂), 장사葬事를 치르는 동안에 죽은 사람을 일컫는 말을 망인(亡人), 손아래 사람의 죽은 날을 망일(亡日), 죽은 아이를 망아(亡兒), 체면이나 명망을 망침을 망신(亡身), 죽은 사람의 영혼을 망령(亡靈), 자기 나라의 정치적 탄압 따위를 피하여 남의 나라로 몸을 옮김을 망명(亡命), 피하여 달아남이나 쫓기어 달아남을 도망(逃亡), 망하여 없어짐을 멸망(滅亡), 꺼져 없어짐을 소망(消亡), 잘 되어 일어남과 못 되어 없어짐을 흥망(興亡), 잃어 버림이나 망하여 없어짐을 상망(喪亡), 싸움에 져서 망함을 패망(敗亡), 쇠퇴하여 멸망함을 쇠망(衰亡), 위태로워 망하려 함을 위망(危亡), 사냥이나 주색의 즐거움에 빠짐을 황망(荒亡),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한 후에 일을 대비함 또는 이미 어떤 일을 실패한 뒤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망양보뢰(亡羊補牢),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진리를 찾기 어려움 또는 방침이 많아 할 바를 모르게 됨을 일컫는 말을 망양지탄(亡羊之歎),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며 애석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망자계치(亡子計齒), 죽을 죄를 저지른 사람이 몸을 감추어 멀리 도망함을 일컫는 말을 망명도주(亡命逃走), 물건을 얻거나 잃거나 함에 있어 그 이해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의 말을 망극득모(亡戟得矛),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순망치한(脣亡齒寒),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진리를 찾기 어려움 또는 방침이 많아 할 바를 모르게 됨을 일컫는 말을 다기망양(多岐亡羊), 책을 읽느라 양을 잃어버렸다는 뜻으로 마음이 밖에 있어 도리를 잃어버리는 것 또는 다른 일에 정신을 뺏겨 중요한 일이 소홀하게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독서망양(讀書亡羊)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말을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일컫는 말을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일컫는 말을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이르는 말을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말을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르는 말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지나간 뒤에는 아무리 서둘러 봐도 아무 소용이 없음 또는 자기가 급해야 서둘러서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갈이천정(渴而穿井),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을 이르는 말을 사이비(似而非),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이르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뾰족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재능이 밖으로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영탈이출(穎脫而出),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한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 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삼십이립(三十而立),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뜻으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잠잘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고침이와(高枕而臥), 형체를 초월한 영역에 관한 과학이라는 뜻으로 철학을 일컫는 말을 형이상학(形而上學),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