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백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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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벨스!!"
시끄러운 공연장 속, 아이돌들이 조금씩 나온다. 민준은 조용히 미간을 찌푸리고선 이번 순서인 '트윈벨스'라는 걸그룹을 기다렸다. 사실 민준은 걸그룹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지만 친구들이 억지로 끌고온 탓에 애꿎은 핸드폰 액정을 꾹꾹 누르며 분풀이를 했다.
새로운 걸그룹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컸고,노래가 시작하자 고운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뭐,살짝 좋은 목소리라 민준도 살짝 무대 위를 쳐다봤지만 많은 사람들 때문에 가려진 걸그룹은 민준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핸드폰이나 하자는 듯이 민준은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하지만 시끄러운 소리에 아무것도 집중이 되지않자 민준은 미간을 찌푸리고선 다시 무대 위를 보았다. 이제야 언뜻 보이는 걸그룹 사람들중 익숙한 모습이 모였다.
"한...수아...?"
민준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수아는 초등학교,중학교를 같이 다니며 매일 같이 놀 만큼 친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서로 갈라지게 되었다. 민준의 첫사랑이자 끝사랑이었던 수아와 비슷한 여자가 지금 무대에 서있다.
살짝 놀란 민준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헤 벌린채로 수아와 비슷한 여자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친구 중 한명이 민준을 보고 큭큭 웃었다.
"야,너도 최애가 라온이냐? 어쩌냐... 쟤는 인기가 완전 많은데."
"라온이라고? 이름이?"
"아니,예명. 본명은 아직 모르지."
친구의 말에 민준은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에 들어갔다. 그리고 트윈벨스를 치자 여러 기사와 블로그,카페가 나왔고 트윈벨스 멤버 이름이 있는곳에 라온을 누르자 조금 렉이 걸리나싶더니 곧 페이지가 떴다.
인터넷에는 라온이라는 연예인의 사진과 함께 예명과 본명,나이와 키 등이 나와있었다. 맨 위에서부터 꼼꼼히 내려보던 민준은 본명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본명에는 한수아라고 적혀있었다. 즉,민준이 아는 수아가 맞을수도 있다.
"야, 노래 끝났음. 이제 다른 그룹인데 나랑 같이 대기실 가볼래?"
"대기실? 거기 막 못들어가잖아."
"에이,세상의 이치를 모르는구나. 나, 백준하만 믿으라고."
준하가 자신의 가슴을 팡팡 때리며 말하자 민준은 살짝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수아의 모습을 보고싶기에 준하를 따라 나갔다. 복도쪽에는 별로 사람들이 없었지만 대기실 앞쪽을 지날때마다 많은 경비들이 보였다.
경비들은 민준과 준하에게 어디를 가냐고 물었고 준하는 당당히 화장실을 간다고 했다. 다행히 화장실이 이쪽인지 경비는 더이상 묻지 않고 갈 길을 갔다. 여러 고비를 넘긴 민준은 트윈벨스 대기실 앞에 섰다. 안에는 멤버들이 있는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언니이! 간지럽다고오-."
대기실 안 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척 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대기실 문이 열렸다. 하지만 준하가 연 것은 아니었고 민준은 더더욱 아니었다.
문을 연 것은 트윈벨스 멤버중 한명이었고 밖에서 어슬렁 거리는 둘을 보고 놀란눈을 떴다. 갑자기 문이 열리자 놀란 민준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고, 대기실 안에 있던 멤버들은 하나 둘씩 나왔다.
"...한수아..."
민준의 중얼거림에 라온이라는 예명을 가진 수아가 민준을 쳐다보았다. 수아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태연한 표정으로 민준을 봤다. 민준은 조용히 수아를 보며 웃었고,수아도 민준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민준은 묻고싶은것이 너무 많았지만 가만히 있었다. 막상 수아와 마주치니 몸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시간이 멈춘것 같았고, 모두가 멈춰있는것 같았다. 민준은 깊은 한숨을 내쉰뒤에 수아를 봤다. 수아는 민준에게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제가 아는 수아...맞나요?"
"아마...,맞을걸요? 강민준씨."
수아가 웃으며 말하자 민준의 눈에는 커다란 눈물방울이 맺혔다. 계속 그리워 했던 첫사랑을 드디어 만났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하늘을 날것 같았다. 수아도 같은 기분인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수아가 살짝 눈웃음을 짓자, 눈물이 볼을타고 흘렀다. 민준도 살짝 웃자 눈물이 떨어졌다.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오직 민준과 수아 둘만 보였다. 시간이 멈췄고 오직 둘만 움직이는것 같다. 초등학교,중학교의 아기티는 확 벗어던진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된 둘이 만나자 뭔가 어색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만나고싶었다는 생각에 민준은 수아를 쳐다봤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한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