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식이 2일 남은 오늘, 린티는 그동안 밀렸던 드레스, 장신구, 머리모양 등을 고르고 엄청나게 많은 관리를 받고 있었다. 거의 하루종일 시녀들에게 수백번도 넘게 화장품을 찍어발리고, 옷을 한 500번은 갈아입은듯 했다. 몸도 멘탈도 너덜너덜해진 린티는 캐모마일 공작가의 자기 방 침대로 돌아가 풀석누웠다. 거의 실신한 상태의 린티는 아무 걱정없듯이 금발의 곱슬머리를 늘어뜨리고 일찍 잤다. 마치 어제 아무일도 없었던것 같이.
<어제밤 캐모마일 공작가>
린티는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와 양어머니에게 뺨을 맞았다. 권력에 미친 린티의 친아버지는 린티가 가출하자마자 딸의 가출편지를 당장에 찢어버리고, 당장 끌고와서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거라 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전쟁이야기를 들은 즉시, 린티의 아버지는 방금 막 정문에 들어선 린티의 머리채를 잡고 저택현관까지 끌고 왔다고 한다. 그때 이야기를 들은 여동생바보인 큰오빠 브리즈와, 막내오빠 에디아르가 서둘러 나와서 아버지를 말려서 (작은오빠 랑데브는 눈물을 머금고 장기 출장중) 린티는 뺨만 맞고 곱게 끝난것이다. 그날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못봐서, 남몰래 끙끙앓는 랑데브가 형인 브리즈의 편지를 읽고 서둘러 린티에게 편지를 쓸무렵, 브리즈와 에디아르는 린티를 다독이며, 장례식이 있던 그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외전] 황족 믈레즈나와 사촌오빠
옅은 녹색눈에 당당함과 자신감이 차있는듯한 우아한 소녀는 린티와 밝고 눈에띠는 금발인듯 하면서, 브리즈와 에디아르같은 백금발인듯 하기도 하며, 랑데브같은 갈색빛이 살짝도는 수수한 금발인듯한 신비한 머리색의 가진 이 소녀의 이름은 믈레즈나 드 엘더 루이보스이다. 황족답게 세련되고 우아한멋을 뿜어내는 그녀는 천진난만한 귀여운 여신같은 린티와 다르게 품위가 느껴지지만, 똑닮은 천진난만한 얼굴과 특유의 웃는느낌의 얼굴은 둘다 닮아서 자매라고 해도 될지경이었다. 물론 믈레즈나와 린티는 서로 닮지 않으면 이상한거지만. 분수앞에서 태연하고 꼿꼿하게 서있는 그녀앞으로 갈색머리의 소년이 서둘러서 뛰어왔다. 그 소년의 이름은 타바론 드 빈 루이보스로 제국의 황태자였다. 그는 사촌동생인 믈레즈나와 어릴때부터 친한사이였다. "미안 믈레즈, 너무 늦게나와서. 기다렸지?"황태자인 그가 유일하게 마음껏 편하게 이야기를 할수 있는사람도, 애칭을 쓰는 사람도, 그녀가 유일했다. "응, 다음부터는 조금 더 일찍나와줘,바론" 바람같은 믈레즈의 목소리가 매끄럽게 흘러내렸다. 사실 믈레즈와 바론은 서로를 좋아한다. 그렇지믄 오늘같이 몰래 만날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사람 모두 황가에서 정해버린 약혼자가 있기때문이다.(루이보스 제국은 사촌부터 근친혼가능) 평상시 두사람 성격같으면 서로 좋어한다고 이야기해보고도 남았지만, 바론의 약혼상대는 보통가문의 영애가 아닌 슈프리모 제국의 황녀였으니까 절대로 파혼할수 없다. 결국 이 소년과 소녀는 절대로 맺어질수 없다는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두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을수 없을만큼 서로 좋아했지만, 결국 두사람은 3년후, 믈레즈는 캐모마일 가의 장남과, 바론은 메들리 슈프리모 1황녀와 맺어지는 슬픈사랑 이야기가 되어 두사람에게 눈물만을 남겨버렸다.
(믈레즈의 결혼후)
결혼한 밀레즈는 신데렐라의 한 장면 같았다. 그녀와 결혼한 캐모마일 가의 장남인 그레이은 정말 한마디로 엄청난 쓰레기였다. 게다가 그의 어머니는 귀한 황족의 핏줄을 무시하고, 경멸했다. 그동안 황제에게 예쁨받고, 귀하게 자란 황족에게 하녀나 시종들이 할일을 하라고 시키는 사람은 세상에 몇없을것이다. 그레이 공작도 브레즈가 태어나고, 믈레즈는 물론 하나뿐인 아들을 보러간적도 없었다. 그렇게 힘든삶을 살던 믈레즈는 린티가 3살이 되던해에 이세상에서 바람같은 목소리와 함께 영원하 사라져버렸다.
(바론의 결혼후)
결혼한 바론은 더욱 바빠졌다. 결혼직후 황제의 병이 악화되어 황제의 업무마저 수행하여야 했기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바론은 황제의 국상을 치르고, 우연히 믈레즈의 이야기를 듣게되었다. 믈레즈의 이야기를 들은 바론은 참을수가 없었다. "믈레즈가 행복해지기를 얼마나 빌었는데, 그런삶을 살고있다니."그는 "그때 믈레즈를 잡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을 할쯤, 실론티가 태어나서 그도 믈레즈를 신경쓸수 없었다. 실론티가 태어나고 3년후, 믈레즈가 죽은날에 그는 남몰래 가슴아파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날, 믈레즈의 장례에 잠시 참석했던 그는 한 아이에게 눈을 땔수없었다. 어린시절의 믈레즈가 다시 살아난듯한 외모의 아이는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고 했다. 그때 그는 이 아이만큼은 꼭 행복하게 해줘야겠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연인, 믈레즈에게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