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金顯承) - 가을의 詩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該當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길에서 나를 徘徊하게 하소서,
나의 空虛를 위하여
오늘은 저 黃金빛 열매들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時間이 이르렀읍니다.
지금은 汽車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空中으로 산가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眞理들 가운데 偉大한 空虛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地下室에 묻는 時間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마른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김현승(金顯承, 1913. 4. 4~1975. 4. 11, 평안남도 평양 출생) 시인은 고등학교 교사, 교수, 시인으로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자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왔으며 커피를 유난히 좋아 하였습니다.
*시인은 일제치하에는 자연의 예찬을 통한 민족적이고 낭만적인 시를 짓다가 일제말기에는 한때 붓을 꺾기도 하였고, 광복 후에는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세계를 추구하는 시를 지었으며, 말기에는 사랑과 고독 등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시를 지었는데, 시인은 “눈물이 너무 흔해서 아무래도 천국엘 못 갈 것 같다”고 한 것처럼 고독과 슬픔과 눈물을 지독할 정도로 노래하였습니다.
*시인의 작품으로는 “가을의 기도” “절대 고독” “행복의 얼굴” “눈물” “불완전” “창” “플라타너스” “아버지의 마음” “가을” “견고한 고독” “파도” “내일” “양심의 금속성”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아침” “황혼” “새벽 교실” “동면” 등이 있습니다.
*위 시는 “김현승 시선”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