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 고/추 실
시집을 가서 달아진 별명이 "냉고" 인데 이것은 시동생이
지은 것이다. 결혼해서 임신 6개월이 되였을 때였다.
교원직에 있을 때여서 겨울방학 기간을 즐기고 있었다.
큰눈이 내리는 엄동설한이였지만 부엌에 불을 많이 때서
온돌 구둘은 뜨거웠고 집안은 훈훈하고 따뜻하였다.
남편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눈내리고 있는 창밖을
한참이나 내다보다가 바지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가지고
재밋는 이야기책을 읽고 있는 나보고 술과 안주를 사오라
고 하는데 안주로 명태와 낙지를 각각 한마리씩 사오라는
것이였다. 그때는 월급을 몽땅 시어머니게 바치고 우리에
게는 돈이라곤 없었다. 그러는 남편에게 어디서 돈이 생겨
났는지 정말 모를 일이였다. 시동생도 마냥 좋아하면서 큰
눈이오는 이같은 날 따끈하게 술 한잔 딸딸하게 마시면 좋
겠다고 온 얼굴에 웃음을 실는 것이였다.
나는 흰 코고무신을 끌고 집부근의 쇼풀로 갔다. 술과 명태
낚찌를 사니 거스름돈 10전만 달랑 남았다. 나는 손에 꼭쥔
돈과 큰나무판대기안에 있는 냉고를 엇갈아 보고 또 보았으나
10전으로는 택도 없었다 하지만 새하얀가루를 폭쓰고 맛스러운
까만 팥고물까지 보이는 냉고가 넘 먹고 싶어 입안에서 군침이
스르르 돌면서 침이 꿀꺽 꿀꺽 소리나게 넘어가는 것이였다.
집에 들어서니 남편은 가마목옆의 따뜻한 곳에 신문지를 펴
놓고 초고추장까지 이미 준비해 놓고 있었다. 남편은 명태
껍질과 낙지도 톡톡 털며 껍질을 바르더니 쪽쪽 찢어서 작은
접시에 술을 따라놓고 석냥으로 불을 달아 알콜불에 굽는것
이였다. 두형제가 맛스레 먹는것을 보고 어쩌면 저럴수 있을가?!
나는 그렇게 먹고 싶은 냉고도 돈때문에 못먹는데 자기들 끼리만
하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방울져 둘렁,둘렁 굴러내리며 부른
배우에 떨어지다가 너무 서러워 와~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두사람은 급기야 나를 돌아다 보고 왜 우냐고 다그쳐 묻는다.
나는 냉고가 먹고 싶어 죽겠는데 자기들끼리만 그렇게 맛있게
먹을수 있냐고 목멘소리로 말하면서 서럽게 서럽게 목놓아
엉엉 울었다. 그러는 나를 보더니 남편은 스프링처럼 튀여
나가서 냉고 서근이라며 사들고 왔다. 칼로 썰어 주려고 하니
나는 흐느끼면서도 두손을 내밀었다. 남편은 제꺽 비닐봉다리
그대로 주는 것이였다.
나는 눈물을 닦을새도 없이 그대로 뭉청뭉청 떼여 먹었는데
한절반을 단숨에 먹고 나니 큰 숨에 웃음까지 나오는것이
였다. 눈물방울을 단채로 웃는 나를 보더니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된다면서 남편은 나를 골린다. 시동생이 형수님 그옷
을 좀 봐요! 하면서 창턱에 놓인 쪼막거울을 내앞에 내미는데
거울속에는 눈물이 달린 얼굴과 휜가루, 까만 팥고물이 입주
위에 가득 발라져있고 부른 배를 가린 파란 양털세타위에는
휜가루가 가득 떨어져 있었다. 그제야 부끄러워 진 나는 얼굴을
닦으면서 옷에 묻은 가루를 털어 내였다 그날 그 서근의 냉고를
앉은 자리에서 모두 먹어버렸다.
시동생이지만 나보다 다섯살 우인지라 그후부터 나를 냉고
라는 별명을 지어 불러댔다. 지금도 슈퍼의 진열장의 냉고를
보면 가난했던 그시절 냉고 때문에 울고 웃었던 일이 잊지
못할추억이 되여 떠오른다. 그리고 그날 그 냉고에 췌하였
는지 다시는 냉고를 먹지 않는다... ...
(눈내리는 날의 추억입니다.)
2010.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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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하핳~~참 잼잇는 추억이군요`그런 추억이 오늘날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하는가 봐요~조은글에 한참 머물다가 갑니다!!
오늘 날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한다는 말씀이 그냥하시는 말씀이 아님을 마음에 담습니다. 고마워요~~~
추실님 올릴주신 재미있는 구수한 추억의 글 보면서 화목을 느끼는 가정이 따뜻함을 느껴봅니다. 저도 냉고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시장에 갈때면 꼭 냉고는 사옵니다.음악과 함께 읽어보는 글 참 좋습니다.
백가지꽃이 합하여 백합이라 한다지요? 저와 같이 냉고를 좋아하신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우리함께 냉고파티 열어볼가요?ㅎㅎㅎ 늘 행복하세요~~~
그제날의 추억을 담은 좋은 글에 머물렀다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그래요 늙어가는가 봅니다. 지난 세월이 추억이 되여 떠오르니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글에 머물러주셔서요~~~
냉고서근이라 ....고지식하게 쓴 글에 감동먹습ㄴ다. 울보 냉고 사연 잘 보고 갑니다. 이데 다시 냉고 서근 자시지 마세요 . 배 세간나자합니다.좋은나날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귀엽게 <울보>라 불러주심이 고맙습니다. 저의 키는 152이고 똥똥한것이 그때 냉고를 넘도 많이 먹은것이 배가 세간나서 이렇게 되였나 보네요.지켜봐주시는 님 늘 그리고 많이 감사합니다!
ㅎㅎ 어쩌면 서근씩이나 세개도 아니구...어제날의 추억을 담은 글에 웃음짓는 시간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서근이랑게 딱 세개였어요. ㅎㅎㅎ ~~~저도 추억의 아름다운 꿈에 빠져보는 시간이였습니다. 님께서도 다복하시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냉고에 깃든 추억 잊지못할 추억거리군요 .
감사합니다. 님의 글에서도 제가 행복감을 느꼈는데요~~~ 우리 좋은 인연 맺어요~~~
지나간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운것이죠.재밋게 쓴 추억의 글 즐감하였습니다
재밋게 쓰셨다 치하해주셔 붕 뜬 기분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땐 왜서들 그렇게 살았던지. 재밋는 추억의 글에 머물다간 흔적 남깁니다. 냉고동지 내내 건강하세요.
그렇죠? 임신한 아내에게 눈내리는 추운날 술심부름 시키고 자기네 먹을것만 사오라는 남자는 지금은 없겠지요? 한샘했죠? 냉고동지라 정겹네요~~~감사합니다!
냉고에ㅣ깃든 에피소드에서 남편의 자상함과 님의 깜직한 표현을 눈앞에 그려보면서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물러갑니다 재미나는 글 많이 기다립니다 늘 좋은 날들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문학사랑님은 대남자주인가 봅니다. 남편이 어디 자상합니까? 술심부름시키고 자기네만 먹는 남자를 편애하시다니?ㅎㅎㅎ님의 글도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 또 만나요~~~ 다른분들이 넘도 평을 잘하셔서 제가 쓸자리가 없어 꼬리글 못달아 미안합니다
ㅎㅎㅎ 참 재밋는 추억이네요 ..글도 재치잇게 엮엇네요 ..첨부터 마지막까지 잘 읽어 보고 웃음으로 떠납니다 ..냉고 각시 ㅎㅎ 달콤한 나날들 보내세요
재밋게 읽으셨다니 저도 즐겁네요~~~그때 냉고 각시가 인제는 냉고 이모가 되여서 추억의 글을 쓰게 되였어요 님께서 바라는 대로 잘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을 쓸때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님께서 저와 함께 공감하셨다니 감개무량합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ㅎㅎ 잼있는 추억 이야기 즐감했습니다.
님께서 다녀가셨네요~~~고맙습니다.
ㅎㅎ 실감나고 재밋게 엮은 추실님의 이야기 넘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추실님의 이야기 다 읽고 나니 단번에 3근이나 잡수었다는 냉고 나도 지금 막 먹고 싶어지네...어쩌지요? ㅎㅎ 그렇다고 이 시간에 남편과 말하기도 그렇고 ...ㅋㅋ
어디선가 님을 만나기로 약속 된다면 소중한 인연이니 제가 맛나는 냉고을 사가지고 갈것입니다. 암호로 기억해주세요~~~ 재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 많으신 운영자인 님께 숭고한 경례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