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이종범, 영호남 대표타자 맞대결
‘괴물 VS 바람.’
영·호남을 대표하는 ‘영원한 라이벌’ 삼성 양준혁(34)과 기아 이종범(33)이 황혼의 폭풍타를 몰아치고 있다.
이들은 올 시즌 9경기를 치르면서 각각 타율 1·2위에 올라 있다.
시즌 초부터 고삐를 바짝 죄며 자존심 경쟁에 돌입했다.
양준혁은 15일 현대전에서 개인통산 두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5타수 4안타 4타점를 기록해 타율을 0.452로 끌어올렸다. 전날까지 0.385의 타율로 7위에 올라 있었으나 이날의 호타로 단숨에 타격
1위로 올라섰다. 시즌 개막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출발한 뒤 야금야금 안타를 쳐내면서 어느새 타율이 4할대로 치솟았다. 타격 페이스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이종범은 이날 SK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쳐 전날까지 0.472를 기록하던 타율이
0.425로 떨어졌다.
그러나 개막전 이후 줄곧 4할대와 5할대를 오르내리는 타율로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변함없는 타격은 언제나 믿음직스럽다. 지난 94년 196안타를 몰아치며 0.393의 타율을 기록했을 때보다 오히려 출발이 좋다.
이들은 93년 프로에 입단하면서부터 신인왕을 다투며 질기디 질긴 인연의 씨를 뿌렸다.
마치 신라의 김유신과 백제의 계백처럼 영·호남을 대표하는 라이벌로 성장했다.
신인왕에 오른 이종범은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고 96년과
97년에도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며 최고스타로 우뚝 섰다.
항상 우승에 목말라 있던 양준혁은 지난해 마침내 한을 풀었다.
통산타율도 지난해까지 이종범이 0.326, 양준혁이 0.324로 장효조(0.331)에 이어 나란히 2·3위에 올라 있다.
그 차이가 2리에 불과해 통산타율 경쟁도 흥미롭다.
또한 둘은 팀내 최선참 타자로서 팀 분위기와 성적을 좌우하는 자리에 있다.
마침 삼성과 기아는 올 시즌 출발신호가 울리자마자 연승행진을 거듭하며 일찌감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종범은 앞장서서 팀을
이끌고, 양준혁은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다.
개인기록과 팀 성적을 놓고 벌이는 바람과 괴물의 ‘라이벌 열전’.
그 찬란한 황혼의 맞대결이 시즌 초반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이재국기자 keys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