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Koovakad Lectio Magistralis UCA Buenos Aires (© UCA)
바티칸
쿠바카드 추기경 “오늘날 ‘아시시 방식’이 필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이 1986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요청으로 모든 종교 대표자가 함께했던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4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움브리아의 작은 도시 아시시를 방문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그 기도의 날은 하나의 과정이 되었으며, 매년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쿠바카드 추기경은 “평화란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건드리고 그를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레오 14세 교황의 호소를 되새기며, “마음의 평화야말로 가장 까다로운 대화 상대와도 대화의 물꼬를 터준다”고 덧붙였다.
Michele Raviart – Inviato ad Assisi
교황 순방 기획을 맡았던 그는 무엇보다 먼저 어제(10월 26일) 발표된 레오 14세 교황의 라틴아메리카 사도 순방(11월 6일~17일) 확정 소식에 기쁨을 전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오늘날 세상에 너무나도 필요한”, “아시시의 정신”이 계속해서 불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1986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여러 종교 지도자를 초대해 마련된 역사적 행사의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시시를 찾았다. 그는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에서 교황의 수술 이후 확정된 이번 대규모 순방 확정 소식을 접하고 「바티칸 뉴스」에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혔다. “참으로 기쁨의 표징입니다. 순방국 선정에서 연속성이 드러난다는 점도 매우 뜻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건강상의 이유와 여타 사정으로 방문하지 못하셨던 아르헨티나를 이제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형제로서 방문하시는 것이지요. 그리고 교황님께 제2의 고향인 페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하 쿠바카드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교황님께서 오늘 아시시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시지만, 영상 메시지를 보내실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오후 기념식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교황님께서는 평화를 위한 기도의 여정을 격려하고자 영상 메시지를 보내실 예정입니다. 우리는 교황님께 평화라는 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역대 모든 교황님께 그러했듯 말입니다. 특히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바로 그리스도의 평화를 상기하시면서 교황직을 시작하셨지요. 그렇기에 비록 영상 메시지라 할지라도 이 평화의 여정을 격려하시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1986년 아시시 기도 모임으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곳에 와 있습니다. 이 만남이 남긴 유산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유산은 하나의 방식입니다. 바로 각자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의 곁에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이를 명확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기 위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1986년 10월 27일 이렇게 덧붙이셨지요. ‘아시시의 정신을 계속해서 살아냅시다.’ 그날 이후 이 기도의 날은 하나의 과정이 되어 해마다 모임으로 이어졌습니다. 매년 이 행사를 꾸준히 주최해 오고 있는 산 에지디오 공동체, 그리고 오늘날 세상에 너무나도 필요한 이 ‘아시시의 정신’을 널리 전하고 있는 아시시교구와 여러 운동 단체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전쟁 중인 이 세상에서, 평화를 찾는 데 종교가 설 자리는 어디입니까?
“정치를 대체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종교에는 평화를 강제할 정치적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종교는 인간을 내면으로부터, 곧 마음으로부터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 없이는 어떠한 협정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1986년에 이를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의 소관은 정치적·외교적 행위가 아니라, 기도와 마음의 회심에 있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모임이 지닌 힘은 여러 종교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의 관점에서도,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하는 데에는 어떤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무엇보다 첫째는 신뢰성입니다. 어느 한 종교만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규탄할 때는 자신의 입장만을 대변한다고 치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아시시에서, 2019년 아부다비의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선언」에서, 또는 2021년 11월 이스탄불에서 바르톨로메오 동방정교회 세계총대주교와 함께했던 것처럼 서로 다른 종교 전통의 지도자들이 다 함께 한목소리를 낼 때, 그 메시지는 결코 무시하기 어려워집니다. 그 어떤 종교도 다른 종교에 맞서 도구화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신뢰는 커집니다. 저희 종교간대화부에는 여성들의 참여를 넓히기 위해 ‘종교 간 대화를 위한 여성 네트워크’(Women's Network for Interreligious Dialogue)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매년 ‘지중해 청년 종교 간 모임’을 개최하고 있으며, 세계교회협의회(WCC), 각국 주교회의의 종교간대화위원회, 교황대사관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다 함께 공동의 노력을 조율해 나가고자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번 40주년의 주제이기도 한 “무기를 내려놓는 평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이것이 종교들에는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교황님의 강력한 열망으로 오늘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휴전도 떠오릅니다만...
“그것은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 곧 겸손하고 한결 같은 평화를 묘사하실 때 사용하신 표현입니다. 종교들에 이는 세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무장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곧, 힘의 논리와 결탁하는 모든 행위를 포기하고, 무기나 전쟁을 축복하지 않으며, 승리를 위해 하느님께 간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는 엄격한 의미의 정당방위를 제외하고는 ‘정당한 전쟁론’을 넘어설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전쟁을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있게 하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둘째, ‘말을 무장 해제하는 것’입니다. 이는 회칙이 제시하는 다섯 가지 실천 방안 중 첫 번째 항목입니다. ‘말을 무장 해제합시다. 그러면 세상을 무장 해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설교, 교리 교육, 매체, 학교 등에서 적개심을 부추기는 언어를 경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종교에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마지막으로, ‘무장을 해제시키는’ 힘입니다. 종교가 증언하는 평화는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건드리고 그를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던 온유한 힘입니다. 곧, 가장 까다로운 대화 상대와도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마음의 평화입니다. 그 바탕에는 아시시의 통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평화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며, 우리 힘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평화는 일상의 수많은 작은 실천들로 이뤄집니다. 이런 까닭에 기도는 언제나 평화를 위한 노력의 원천입니다.”
번역 이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