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1차 애리조나 캠프를 마치고 수훈선수와 MVP를 발표했다. 그중 한 명이 유격수 오지환이었다.
지난 13일(한국시간)은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LG 트윈스 스프링캠프의 마지막 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오전 훈련을 마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삼삼오오 훈련장 한가운데로 몰려들었다. 애리조나에서 곧장 오키나와로 이동하는 LG 선수단은 양상문 감독의 손에 든 두둑한 ‘봉투’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1차 전지훈련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친 데 대해 인사를 전한 양 감독은 1차 전훈동안 누구보다 앞장서서 훈련을 이끌었던 수훈 선수를 발표하며 그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양 감독은 “올해는 예년과 달리 젊은 선수들보다 5년차 선수들 중에서 자기 변화를 꾀하려고 노력한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면서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한치의 사심 없이 냉정하게 수훈선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가 선정한 수훈선수로는 오지환(25), 김용의(30), 장진용(29), 유경국(24), 그리고 MVP는 유강남(23)이었다.
양 감독의 말대로 수훈선수의 면면을 살펴보면 MVP 유강남을 제외하고는 신인급이 아닌 경력면에서 중참급 이상들이었다. 1990년생인 오지환은 2009년 LG에 입단했고, 1985년생 김용의는 2007년 11월 두산베어스 입단 후 이듬해 6월 LG로 이적했다. 1986년생 장진용은 2004년에 LG 유니폼을 입었으며, 1991년생 유경국은 201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에서 LG의 지명을 받았다. MVP 유강남은 1992년생으로 2011년 프로에 데뷔했다. LG 코칭스태프가 고심 끝에 이들을 수훈선수로 선정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타격폼을 완전히 바꾸거나 각 포지션의 백업 멤버나 5선발급, 그리고 포지션 변경 등 올시즌 변화를 이루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 양상문 감독이 준비한 '봉투'에는 무엇이? >
유격수 오지환은 양상문 감독이 올시즌 ‘키 플레이어’로 점찍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타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3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0.262의 타율(8홈런, 56타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결국 오지환은 스프링캠프동안 노찬엽 코치의 집중 지도로 모든 게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이전과 달라진 타격 자세이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이밍이 180도 변화를 이뤘다.
오지환은 2009년 LG 입단 후 해마다 팀을 이끌 기대주로 손꼽혔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던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수훈선수로 선정될 만큼 오지환의 성장은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김용의는 올시즌 외야수에서 뛴다. 양상문 감독은 고참 선수들 위주로 채워져 있는 외야수에 변화를 주기 위해 내야를 보던 김용의와 문선재에게 외야수 전향을 권유했다. 두 이병규(9번, 7번)와 박용택, 이진영 등 주전급 외야진에 젊은 백업 멤버를 두고 싶었고, 특히 큰 키와 빠른 발을 가진 김용의의 가세는 기존 선수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김용의는 ‘주전’과는 거리가 먼 야구인생을 살아왔다. 2007년 11월 두산 베어스 입단 후 존재감 없는 선수로 머물다 이듬해 6월 4일 투수 이재영과 함께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돼 LG로 이적했다. LG에서도 김용의는 ‘무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09년에는 단 한 번도 1군에 올라가지 못했고, 군 문제 해결을 위해 경찰청 야구단 모집에 응시했지만, 그마저도 탈락하는 바람에 2009년 12월 현역 입대를 하게 된다. 2012년 제대 후 복귀해서는 1루와 3루 백업멤버로 출전했고, 유격수를 제외한 모든 내야 포지션을 커버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양상문 감독은 이런 김용의를 외야수로 고정시키고, 베테랑 외야수들의 체력을 커버해주길 바라고 있다.
양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훈 동안 수비에서 오지환과 김용의에게 포커스를 맞춘 게 사실이다”면서 “특히 김용의는 외야수로 수비 전환을 이뤘는데, 그것은 선수 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훈 동안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모습이 기특해서 상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올시즌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김용의. 베테랑이 차고 넘치는 외야 자원에서 신선한 자극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투수 부문의 수훈선수는 5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장진용과 유경국이었다. 장진용은 군 복무와 부상, 수술, 재활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동안 부진의 늪에 빠진 프로 12년 차(2004년 9월 19일 광주 KIA전 첫 출장)의 베테랑 선수이다.
2004년 1차 지명을 통해 LG에 입단했고 이듬해인 2005년엔 당당히 선발진의 한 축을 맡으며 2승을 따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으면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09년 상무 입대해서야 2년 연속 퓨처스 북부리그 다승왕을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또다시 팔꿈치 통증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길고 긴 터널을 지난 끝에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8경기 등판, 4승3패에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며 고원준과 함께 2군리그 평균자책점 상을 받은 바 있다. 더욱이 양상문 감독이 장진용을 지난 5월 31일 1군 엔트리에 등록시키면서 장진용은 6월 1일 넥센전에서 6년 만에 1군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프로 입문 후 12년간 ‘장진용’이란 이름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그로선 이번 캠프에서 수훈선수로 선정된 데 대해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유경국은 지난 9일 NC 다이노스와의 첫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양상문 감독은 유경국에 대해 “전지훈련 동안 장진용과 함께 피칭, 러닝, 웨이트트레이닝 등 전 부문에서 가장 성실히, 가장 열심히 훈련을 소화한 선수이다”면서 “전지훈련에 참가한 투수들이 선발 한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유경국의 활약과 훈련태도는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광주 동성고 출신인 유경국은 2009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대표 출신이다. 2010년 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 3라운드에 LG 유니폼을 입었고 넥센의 김정훈과 동기이다. 프로 입문 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낸 그는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고치 마무리 캠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다.
1차 캠프에서 MVP로 뽑힌 포수 유강남은 주전 최경철을 제외하고 조윤준, 김재성 등과 함께 최경철의 백업 포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MVP 수상은 그에게 엄청난 ‘선물’일 수밖에 없다.
2010년 LG 유니폼을 입은 유강남은 2011시즌 2군 주전포수로 성장했고, 2012시즌 스프링캠프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전임 김기태 감독으로부터 미래의 1군 주전 후보감으로 낙점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시즌이 시작된 후로는 1군보다는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고, 고민 끝에 유강남은 상무 입대를 하게 된다. 상무 첫 해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바람에 경기 출전보다는 재활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해 전역 후 2군에서 뛰며 1군 복귀 준비를 해온 유강남은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에서 차명석 총괄코치로부터 특급 칭찬을 받기도 했다.
유강남은 MVP 수상과 관련해서 “열심히 훈련한 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면서 “이번 캠프 동안 수술과 재활 과정에서 감각을 찾는데 중점을 뒀고, 최대한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상문 감독은 기자들과의 인터뷰 때마다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양 감독이 오키나와로 떠나기 전 수훈선수에게 전달한 ‘봉투’에는 이러한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