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등에 타고 괴산 산막이옛길과 양반길을 유람한 역사문화탐방길] 정병경.
ㅡ노수신적소(수월정)에서 역사를 음미하며 마음을 쉬어가다ㅡ
절기상으론 밤톨이 여물어가는 가을이다. 계절을 의심할 정도의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휴일 새벽 공기가 열기를 더한다. 역사문화탐방팀은 괴산 '산막이 옛길'을 향해 나선다. 여름 보내기가 아쉬운 매미와 풀벌레는 열창에 여념이 없다. 구름과 산천 풍광의 멋스러움에 시선을 빼앗겨 두 시간 거리가 짧게 느껴진다.
산막이옛길은 추억이 담긴 산책길이다. 11명이 정원인 통통배에 올라 괴산댐 입구에서 10분 거리의 제9경인 선착장까지 물길을 가른다. 뱃길이 용의 모습과 흡사하다. 호수에 비친 구름과 노송이 빽빽해 푸르름을 더한다. 울창한 숲은 눈을 멈추게 하며 코로 스미는 향기에 취한다. 호수에 비친 기암괴석 절벽은 또 하나의 그림이다.
유배지 노수신적소盧守愼謫所(水月亭)는 역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괴산땜 건설로 인하여 연하동煙霞洞에 있던 수월정을 지금의 자리에 옮긴 것이다. 동쪽을 향해 있는 건물은 단조롭다. 정면 세 칸과 측면 두 칸의 팔작지붕이다.
선조가 특별히 아낀 인물이 유학자인 노수신(1515~1590)이다. 명종 즉위 때 이조좌량 직책이었으나 윤형원이 일으킨 을사사화 때 유배되어 일시 거처한 곳이다. 자는 과회寡悔이고 호는 소재蘇齋이다.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한 인물로, 숨은 인재를 발굴할만큼 예지력이 있는 학자이다. 선조가 즉위하면서 유배에서 풀려나 영의정을 지낸 인물이다. 이언적李彦迪으로부터 학문적 영향으로 입지를 넓힌 노수신이다.
시와 서예에도 능하며 양명학에 깊이 심취해 주자학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게 된 소재 선생이다. 1547년 정언각 양재역 벽서사건에 연루되어 19년의 유배 중 순천과 진도에서도 시절을 보낸다. 그가 남긴 소재집蘇齋集은 역사의 근간이 되고 있다. 충주 팔봉서원을 비롯해 다섯 곳의 서원에 제향될만큼 후대는 소재 선생을 추모하고 있다.
ㅡ바람이 괴산댐 호수를 스치며 구름을 유희하다 ㅡ
삼면이 산으로 들러쌓인 둘레길이 고즈넉하다. 사은리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 마을로 이어지는 7km의 옛길이다. 해가 넘어갈 때 호수에서 반사되는 윤슬과 노을도 절경에 한 몫을 한다.
옛 시절과 달리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바쁘게 살고있다. 느린 우체통을 보니 아날로그 시절과 비교된다. 통신 수단이 보다 더 빠른 정보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라도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매신저에 놀라울 따름이다.
역사탐방팀은 즉흥시 한 수 적어 느린 우체통에 넣는다. 1년 후에나 받아보는 우편물이다. 각자 젊은 지금의 생각을 담아 쓴 명시 한 편이다. 바삐 사는 시대에 느린 우체통이 필요하다. 점심 시간도 잊고 느림의 미학을 상기하며 느린 걸음으로 여유있게 다음 코스로 향한다.
제5경으로 알려진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옛길과 달천을 연결해준다. 호수 주위의 절벽에 데크길을 만들어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하늘을 스케치한 구름은 시시각각 산막이 마을에서 퍼포먼스를 한다.
산막이옛길은 미래의 꿈을 그리는 산책길이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바람이 향기를 몰고 온다. 산책길이 그늘로 이어져 있어 무더위를 피해주는 양산이다. 산비탈에 낮선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어 서로 마주하며 대화를 나눈다. 볼수록 마음이 따뜻해진다.
충청도양반길도 타박타박 흙길이다. 산막이옛길과 이어져있어 시간이 여유로울 때 걷고싶은 길이다. 무리한 운동보다 상큼한 공기 마시며 옛길을 걸으니 행복하다. 쉼터에 누워 하늘을 보니 신선이 구름으로 변한 듯하다. 산과 호수를 바라보며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고 무아지경에 이른다. 산막이옛길 일정을 끝내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야 한다.
2024.08.18.
첫댓글 노수신의 유배지에 잘 다녀오셨습니다. 풍광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