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철학관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예전 언젠가 가본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그 일이 어떻게 잘될 건지 궁금하고
더구나 아주 중대한 결정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게 되잖아요.
결론적으로 별반 신통찮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중에서 5와 10이라는 숫자가 나랑은 잘 맞다는데
과연 그럴까 미심쩍었습니다.
직원을 두면 5명 10명이 좋고
점포를 계약해도 5와 10이 들어가는 번지가 좋다고 했거든요.
살다보면 삶이라는 건 언제나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씁쓸하기도 하고 어떨 땐 너무나 매워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올 때도 있는 게 인생이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회피하고 살순 없자나요.
살아있는 한 온몸으로 부딪혀봐야지요.
우리가 봄철에 즐겨먹는 두릅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두릅을 삶아서 초집에 찍어먹으면 쌉쌀한 게 얼마나 맛있던가요?
제가 좋아하는 건 두릅뿐만 아닙니다.
오가피 나물은 쌉쌀한 게 너무 상큼해서 봄철 내내 즐겨 먹습니다.
고추도 매워서 즐겨 먹잖아요.
알알하게 느껴지는 청량고추의 매콤한 맛은 잊을 수가 없고
그래서 또 찾게 되잖아요.
인생이라고 별거겠어요?
제아무리 씁쓸하고 매운 삶이라 해도
제대로 한번 즐겨보는 건 어떻겠어요?
일상이란 언제나 씁쓸하고 얼얼하게 맵습니다.
그래서 휴일이면 저는 산을 찾아갑니다
산토사랑의 산행, 얼마만이든가?
오랜만에 산행을 참석하겠다고 생각하니
그리운 모습들이 떠오르고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가슴이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 씁쓸하고 매콤한 삶을 잠간 던져놓고 산으로 가보자!’
인덕원 전철역에서 만나 모락산 입구로 달려갔더니
반가운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인원수를 세어보았더니 10명이었습니다.
남자 다섯에 여자가 다섯이라
올해는 5와 10이라는 숫자가 좋다는
며칠 전에 본 철학관 원장의 말이 생각이 나잖아요.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인 모양이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하더라고요.
5와 10이라는 숫자가 좋다고는 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좋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기니 사람들은 이래서 철학관을 찾게 되나봅니다.
하여튼 우린 그렇게 만났고 기분 좋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모락산과 백운산
뭐 그다지 유명한 산도 아닌데 별거 있겠어? 그랬거든요.
연초록의 녹음으로 짙어가는 오월은 어느 산인들 아름답지 않겠어요?
그런데 울창한 나무와 푸근한 산길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뭐가 있겠어요?
가보지 않고서 지레짐작은 정말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알려주더라고요.
모락산을 오르는 길에서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백운산으로 접어더니 호젓하기만 했습니다.
연분홍의 철쭉이 아직도 만개해 있고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은 멀리 강원도라도 되는 듯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자연 속에서 선남선녀가 짝짝이 산을 올랐으니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제법 먼 길이었지만 푸근한 흙길을 밟으며
꿈길 같이 걸었으니 지칠 줄을 모르더군요.
혹시 가슴속에 그리운 사람이 있었다면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을 환상적인 길이었어요.
최근에 읽은 책이 법정스님의 인연이야기라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에선 부처님이 현재의 삶은
전생의 업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이야기 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전생을 믿지 않아서 그렇게 가슴에 와 닫지는 않았지만
만남이란 인연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많지요.
이번 산행으로 다시 한 번 깨달은 게 있습니다.
만남이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리고 만남이란 인연이 닫지 않으면 절대 이루어 질수 없는 것이지요.
그날 뒤풀이는 멀리 울산에서 달려 온 사람도 있었고
몇 사람이 더 참가했기에 화기애애하고 더욱 즐거웠습니다.
인연이야기로 풀이하면 전생에 우리가 좋은 관계였겠지요?
그러니 그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뒤풀이 자리에서 물어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두 여인이 있는데 한사람은 자신이 바라보는 여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이라면
누굴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그 자리에서 남자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이 있다면 좋겠다고
두말없이 선택하겠다고 말하더군요.
인생은 BCD라고 하는 말이 있잖아요.
B(Birthday)와 D(Die) 사이에 C(Choice)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누굴 선택하던 앞날에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좋아한다 해서 그 여인이 나를 좋아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들 수 있습니다.
또 나를 좋아한다 해서 그녀를 마음으로 진정 사랑하게 될까요?
어떤 선택을 했던 서로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요?
아마도 인연이 닿게 된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은데요.
오월의 사랑의 계절입니다.
황홀한 자태를 자랑하는 붉은 장미가 꽃망울을 맺는 계절입니다.
오늘따라 그윽한 장미의 향기가 그리워지네요.
사랑이란 장미꽃 같이 황홀하고 그윽하겠지요?
그대여! 이번 한주도 행복하기를...
월아
첫댓글 월아님 글 볼 수 있게 되어서 무지 좋습니다...
하~그래요? 저도 기분 짱이네요~~ 늦은 심야버스 타고 잘 가셨지요?
잘하셨어요~~~!!
이제야 제가 알던 월아님 이십니다
쓴맛 매운맛 또 달콤한맛도 우리 함께하자구요~~.
그래요 자연님~
간만에 봐서 반갑고 좋았네요~~
자주 뵈요^^*
술술 풀어가는 글맛이 가슴이 찡~~~ 감칠맛납니다....
제법 길게 쓴 글이라 끝까지 읽어주는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월아님다시 글 올려 주시니 넘 행복합니다...월아님 글 읽을때마다 동감하는 부분도 많고 미소짖기도 하고 그렇거든요...월아님도 사랑 가득채우는 행복한 오월 되세요*^^*
고마워요~ 어젠 빗물에 젖은 아카시아 꽃이 싱그럽게 느껴졌어요
오월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행복한 오월로 마무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