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군참모중장. 1909년 10월 26일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저격. 일경에 체포돼 1910년 2월14일 사형언도, 동년 3월26일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집행. 암매장.
국권이 일제에 빼앗기자 오직 조선의 독립을 추구하며 세계평화와 동양평화를 주창했던 대한의군참모중장 안중근 장군. 하지만 그의 유해(遺骸)는 아직도 조국산천을 찾지 못하고 이역 땅을 맴돌고 있으니, 지금도 용산구 효창공원엔 가묘(假墓)만이 덩그러니 그의 넋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코드명 : 코레아우라'로 더 친밀감 있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청년 안중근 의사. ⓒkonas.net |
|
지난 10월26일은 당시 31세 나이로 대한남아의 기상을 중국 대륙은 물론 전 세계에 떨치며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동일한 피압박민족으로서의 울분과 고통을 겪고 있던 중국 장개석 총통과 국민들에까지 조선인의 기개를 드높인 안중근 의사 의거 10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는 의사의 의거를 되새기고 기리는 기념식이 거행됐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주관으로 열린 이 날 기념식에는 국가보훈처장을 비롯해 광복회원과 관계관, 독립운동 관련 단체 회원과 시민 등 400여 명이 식장을 가득 메우고 의사의 나라사랑정신을 되새겼다. 소아(小我)에 함몰되지 않고 대의(大義)에 입각한 그의 미래 예측 시대정신에 숭앙했다. 지(智)와 예(禮)를 바탕으로 한 지식인으로서, 무(武)가 수반된 행동 표방의 항거 인으로서, 목표(의거)를 달성하고서 상대의 어떤 위압에도 의연하고 초연한 의사의 위대함에 옷깃을 여몄다.
광복회원으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희생․헌신한 광복회 원로 어르신부터 어린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기념식장은 시대와 연륜, 계층을 초월해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친 의사의 민족혼을 되살리며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받들어 나아가야 할 것임을 일깨웠다.
▲ 독립운동에 일대 불을 지피고... 윤봉길 의사,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konas.net |
|
돌아보면 우리 민족은 나라에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전 민족이 하나로 혼연일체 되었다. 그것은 시대를 초월하고 남녀를 불문했으며, 지역이 따로 없었고, 계층과 직위의 고하가 없었다. 몽골 침략에 맞서 제주도까지 물러서며 끝까지 항거했던 삼별초 항쟁이 그러했고, 광화문 육조거리에서 젊은 유생들이 피를 토하며 군왕에 상소를 올린 조선의 유생들이 그랬다. 고부군수의 학정(虐政)에 맞선 동학농민군의 혁명이 그러했고, 1960년대 4․19를 넘어 1980년대 불의에 맞서 넥타이부대로 일컫는 직장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스크럼 짜고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높이 외친 것도 불의에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의 발현이요, 떠받듦 이었다.
20년 전 바로 이맘때 나라의 경제가 뒤죽박죽으로 올 스톱,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에 직면하자 부녀자들은 너도나도 나서 집안 장롱 깊숙이 간직한 금비녀며 아이들 돌 반지, 결혼반지 목걸이 등 패물들을 주저 없이 내놓았다. 현대판 행주산성 행주치마의 재현이었다. 그렇게 나라를 위해 나선 게 우리 민족이요, 위대한 민족정신의 계승이었다.
오늘의 시대상황 역시 안 의사께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며 이토 히로부미를 응징하던 암울했던 그 당시와도, 불의에 항거하거나 장롱을 뒤지던 그 때와도 한 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북한 김정은 집단은 6차 핵실험에 이어 시도 때도 없는 미사일 놀음으로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이미 핵 소형화에 경량화, 다종화가 밀도 높게 진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발사는 금년 들어서만 벌써 17회, 현 정부 들어 11회의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
▲ 의사 안중근. ⓒkonas.net |
|
김정은은 지난 11월29일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했다. 초기 알려진 것과 같은 ‘화성-14형’의 개량형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평가됐다. 최고고도 4,475km, 비행거리 950km로 실사거리 13,000km로 추정해 워싱턴 D.C를 포함, 美전역이 북한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게 됐다. 세계가 한 그물망에 포위된 격이다.
국제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미 정가(正街)와 백악관 안보담당 최고위직들의 선제타격론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주한미군장병 가족 철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하와이가 주민 대피 비상훈련에 들어갔다.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가장 첨예한 직접 당사국인 대한민국은 일단은 태평이다. 해외여행이나 학회 참석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외국의 현지인이나 우리 교민들이 보는 대한민국의 위기의식과는 전혀 거리감이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정부 당국자나 특정정당 정치인들의 의식에서도 확연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사실은 보편적 시각을 지닌 일반 국민과 크게 괴리감이 있다는데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안중근 의사가 108년 전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대한국인의 이름으로 불을 뿜었던 것은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함이었듯이 오늘 우리가 북한 김정은 집단의 핵과 미사일에 분노하고 이를 없애고자 하는 것은 한편으로 동양평화를 주창했던 안 의사의 나라사랑정신을 되살려 번영하는 대한민국의 자존과 미래를 위함이요, 우리 스스로의 생존의 길을 찾기 위함이라 할 것이다.
안중근 의사 좌상 프로젝트 특별전시회 개최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의 나라사랑정신 표상이기도 한 안중근 의사의 좌상 프로젝트 특별전시회가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누에 갤러리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이는 지난 8월부터 뜻있는 작가들에 의해 아직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영웅,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이번 특별전에는, 기존 독립운동가 관련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롭고 모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전시된다고 전시기획 관계자가 밝혔다.
안중근 의사가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된 모습을 통해 우리들로 하여금 다시한번 잊혀져 가는 우리들의 영웅, 안중근 의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획이다.
여기에는 대표작가인 레오다브 (그래피티 작가), 황은관 (일러스트 작가), 임병두 작가 그리고 최요한 (디오라마 작가)가 참여하며, 안중근 의사 좌상과 더불어서 안중근 의사의 새로운 피규어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민족의 선각자이자 독립운동의 대명사 격인 안 의사가 현대적 감각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이 시기 각계의 성원과 관심이 이어졌으면 싶다.
▲ 대한의군참모중장 안중근 장군. ⓒkonas.net |
|
1909년 10월 26일, 이토히로부미가 탄 특별 열차가 하얼빈에 도착해 플랫폼에서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는 순간 침략의 원흉을 응징한 안중근 의사는 러시아 검찰관의 예비 심문에서 자신을 한국의용병 참모중장이며 나이 31세의 안중근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거사 동기에 대해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도 “이토가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이며 동양 평화의 교란자이므로 대한의용군사령의 자격으로 총살한 것이지 안중근 개인의 자격으로 사살한 것이 아니다”고 배경을 밝혔다.
안 의사는 1910년 2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일본의 재판장에 의해 사형을 언도받고 죽음을 앞둔 며칠 전 정근(定根)·공근(恭根) 두 아우에게 “내가 죽거든 시체는 우리나라가 독립하기 전에는 반장(返葬)하지 말라.……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을 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3월 26일 오전 10시, 뤼순감옥의 형장에서 순국하였다.
망국(亡國)의 한을 곱씹으며 이름 모를 중국 뤼순의 어딘가에 쓸쓸하게 누워계실 의사의 유해가 하루빨리 되찾아져 조국 대한민국으로 환국해 순국열사분과 더불어 가묘에서 영면하시기를 온 마음으로 소원한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