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월 전통식품인 자죽염의 효과를 실험으로 입증한 논문 두 편이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 SCI에 등재된 국제의학학술지에 실렸다. 경희대 한의대 김형민 교수팀의 연구결과 자죽염은 염증유발물질의 생성을 50% 이상 억제하고 항알레르기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우리 전통식품인 자죽염의 뛰어난 효능을 세계가 인정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죽염에 대해 학술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민간에서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자죽염 만드는 비법을 체계적으로 다듬고 재현해낸 사람이 바로 개암사 전 주지인 효산 허재근(77) 스님이다. 99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어 자죽염 전파에 힘써온 효산스님을 지난 17일 계화도에 있는 죽염전수관에서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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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산스님 ⓒ 염기동 기자 | 계화면 소재지가 있는 창북리에서 계화도 하리에 이르러 왼편으로 200미터 남짓 가다 보면, 오른쪽에 가정집처럼 보이는 ‘죽염전수관’이 있다. 이곳은 전통 자죽염을 만드는 죽염제조장 효산스님이 사는 곳이다. 92년 개암사 주지에서 물러난 효산스님은 이곳에 거처를 마련했고, 얼마전 죽염제조장으로 지정되면서 입구에 ‘죽염전수관’이라는 현판을 붙였다. 효산 스님이 오랜만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소금과 인간“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을 구분할 때 연장을 사용했는지, 혹은 불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놓고 구분하잖아요. 그러나 저는 그보다 먼저 자연에서 소금을 찾아 먹다가 만들어 먹는 법을 고안해내면서부터라고 봐요. 인류가 정확히 언제부터 소금을 이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효산 스님의 ‘인간과 소금의 관계’에 대한 설명에 귀가 솔깃해진다. 소금은 일상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일 뿐만 아니라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순물이 섞여 있는 소금을 정제해서 먹는 법을 알아내는 일이란 인류의 끊임없는 숙제였을 것이다. 또한 인간이 소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방법이 동원되었겠지만 죽염만큼 우수한 방법도 없었을 것이다. 죽염의 효능소금을 대나무 속에서 1천500℃가 넘는 불에 아홉 번을 구우면 자줏빛의 순수한 결정체가 나온다. 이것이 바로 자죽염이다. 죽염의 재료는 천일염과 대나무, 황토, 소나무 등 네 가지다. 이 네 가지 재료의 작용은 본초강목 등의 저서에 익히 잘 설명되어 있다. “소금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방부, 수렴, 강하 세 가지 기능으로 압축할 수 있어요. 대나무는 인간의 기본체온을 유지하고 막힌 곳을 뚫어주며, 탁한 것을 맑게 해주지요. 황토를 푼 지장수는 정화작용을 해요. 그리고 소나무는 사람의 뼈와 근육을 탄탄하게 해줘요. 죽염은 각각의 재료들의 기능이 합쳐져서 상승작용을 일으키지요.”이러한 네 가지 재료를 1500℃의 뜨거운 불에 동시에 녹여낸 것이 죽염인데, 아홉 번에 걸쳐 축적된 열을 합치면 12000℃가 넘는 고온에서 불순물이 모두 제거되고 순수한 무기질만 남게 된다. “인간이 모태에서 나올 때의 건강상태를 100%라 본다면 살아가는 동안 육체가 오염되면서 질병으로 발전하지요. 요즘처럼 공해가 심한 때는 더욱 그렇지요. 죽염은 이러한 오염된 몸을 깨끗이 씻어서 모태에서 나올 때의 건강상태에 가깝게 되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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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을 굽고 있다. 사진제공/삼보죽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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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을 통에 담고 있다. 사진제공/삼보죽염 | 죽염 재현 과정1928년 보안면 하입석리 송곡마을에서 태어난 효산스님은 11살에 불가에 입문한다. 6·25를 전후해 전남 백양사에 머물 때 한 신자의 어머니가 속병(위암으로 추정)이 있다고 해서 찾아와 죽염 만드는 법을 일러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7~8년 뒤에 그 신자가 다시 찾아와서는 씻은 듯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뒤 1968년 개암사에 있을 때 수협에 다니던 친척이 잦은 술자리로 결국 위암에 걸렸다. 그래서 직접 대나무에 소금을 다져 8번까지 구운 죽염과 콩을 섞어 만든 환을 만들어 주었더니 씻은 듯이 나아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 효산스님은 처음으로 전통적인 방법으로 죽염을 손수 재현해보았다고 한다. 훗날 효산 스님의 죽염제조법은 부안의 개암죽염과 고창의 삼보죽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삼보죽염에서는 김인석 대표가 무형문화재 전수자로서 효산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청황적백흑’ 다섯 가지 색깔의 죽염을 재현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약사여래의 뜻 널리 퍼지길평생을 불가의 가르침을 받아온 효산스님이 인간이 질병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불교 경전에 보면 삼재(三災)라는 것이 있어요. 전쟁과 기근, 질병을 일러 삼재라고 하지요. 사람들이 질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죽염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합니다.”라며 희망을 밝혔다. 지난 2002년 대한자죽염연구회(회장 김형민)가 결성되어 죽염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효산스님의 희망처럼 약사여래의 뜻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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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이 만들어지기 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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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 ⓒ 염기동 기자 | 1. 서해안 해풍지대의 3~5년생 왕대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낸다. 2. 왕대나무에 서해안 청정지역의 천일염을 채운다. 3. 대나무에 소금을 채울 때는 구운 후 죽염이 부서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다져서 채운다. 4. 가마에 구워질 대나무통을 세워놓는다. 5. 소나무 장작만을 이용하여 가마에 불을 지핀다. 6. 850~1200℃의 온도에서 8시간 정도 굽는다. 7. 8시간 정도 가마를 식힌 후 가마에서 죽염덩어리를 꺼낸다. 8. 죽염덩어리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절구나 분쇄기를 이용하여 잘게 부순다. 9. 부숴진 죽염은 분말이 날리지 않도록 황토를 걸러낸 물인 지장수를 뿌린다. 10. 지장수가 뿌려진 죽염을 다시 대나무통에 단단히 채운다. 11. 4~10까지의 과정을 8번 반복한다. 12. 여덟 번째까지 구워진 죽염은 특수하게 제작된 9번째 가마에서 1500℃의 온도로 굽는다. 13. 아홉 번째 구울 때는 죽염이 용암처럼 흘러내려 굳게되면 자색의 죽염석이 된다. 14. 자죽염석을 잘게 부순 후 9번 구운 죽염이 얻어지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