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학이라 부르는 것을 싹틔운 사람,
진실을 말한 죄로 신성모독의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람,
우주의 경이로움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사람,
우주는 수학문자로 쓰인 책이라던 사람.
그렇다. 그가 바로 갈릴레로 갈리레오이다.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린
"그래고 지구는 돈다."는 말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자연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인류역사는 갈릴레오를 중심으로 그 전후를 나눌수 있다고 본다.
갈릴레오는 우리가 자연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미신적인 신비주의를 과학으로
대체하는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철학적 사색이 아니라 명확하고 반복적인 실험에 바탕을 둔
과학이라는 방법론을 시작한 사람이다. 따라서 자연과학에 관심있는 사람은 갈릴레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는 것은 과학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갈릴레오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져 있고, 그 중에는 상당부분 과장이 섞여 있으나,
그에게 딸이 있음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더구나 그 딸이 수도원에서 일생을 마친 수녀였음은
더 더욱 알려져 있지 않다. 마리아 첼레스테. 그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리아 첼레스테는 갈릴레오의 딸이면서도 그 어려웠던 시절, 갈릴레오가 가장 의지했던
정신적 동반자였다. 이들은 르네상스가 열어 놓은 역사의 미명을 함께 걸어 인류를 과학이라는
환한 빛 속으로 인도하였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들이 수없이 주고 받았던 서신들 중 첼레스테가
갈릴레오에게 보낸 124통의 편지가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기자 겸 작가인 데이바 소벨의 '갈릴레오의 딸'은 독특한 형식의 갈릴레오 전기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께'로 시작하는 첼레스테의 편지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
소벨은 편지와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적당히 교차시키면서 갈릴레오의 과학자로서의
활동과 이 과정에서 그가 걸어야 했던 인간적인 고뇌를 잘 표현해 내었다.
또 서로를 의지하는 아버지와 딸 사이의 교감과 사랑을 완벽하게 재생하여 놓았다.
캄캄한 밤은 지났으되 아직도 여명이었던 시절, 한 위대한 정신이 어떻게 무지와 편견이라는
난관을 극복하였는가, 이 과정에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였는지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갈릴레오는 1564년, 이태리의 피사에서 음악가의 아들로 태어나, 1642년 아르체트리에서
눈을 감았다. 이 때는 1517년 루터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이 북서부 유럽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때였다. 물론 이 당시의 이태리는 아직도 캐톨릭의 본산으로 교황의
절대적인 영향력 하에 있었다. 갈릴레오는 일생 동안 한 번도 이태리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활동이 지리적으로 피사,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 등에 국한되어 있었다.
만일 갈릴레오가 그 당시 독일 , 네델란드나 스위스 등을 방문하여 중세를 마감하는 개혁의 열기를
느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사실 갈릴레오에게서는 양면성을 볼 수 있다. 갈렐레오는 과학적으로는 가장 혁신적인 주장을
하면서도, 다른 면에서는 관습에 타협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는 1592년에서
1610년까지 베네치아의 파도바 대학에서 수학교수로 일했는데, 이 시기에 마리아 감바라는
베네치아 출신의 여성을 만나 동거를 하였다. 그녀가 젊은 나이에 사망할 때까지 12년간 계속된
이 관계에서 2남 1녀의 세 자녀가 출생하였고, 비르지니아는 첫째 딸이었다. 갈릴레오가 마리아
감바와 혼인하지 않은 이유는 확실하지 않으나, 신분의 차이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갈릴레오家는
가난하지만 혈통 자체는 귀족 집안이었다. 자식들을 사생아로 출생하도록 한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으나, 갈릴레오의 양면성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위대한 과학자가 반드시
완벽한 인간은 아니라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보게 된다. 갈릴레오가 사생아로 태어난 비르지니아를
위해 한 일은 그녀를 산마테오 수녀원에 수녀로 보낸 것이다. 비르지니아는 수녀가 되면서 마리아
첼레스테(하늘이라는 뜻)라는 수도명을 택했는데 이는 아버지가 별에 매혹되었음을 안 까닭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갈릴레오의 일생 중 어쩌면 클라이맥스라 할 1933년의 종교재판에서의 그의 모습이 '갈릴레오의
딸'에 잘 그려져 있다. 갈릴레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다수는 항상 소수의 소리에 구기울이고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배적인 다수의 생각이 소수의 의견에 의해 수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갈릴레오의 딸'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과학은 사람이 ,사람은 사랑를 필요로 한다'는 가장 평범한 진리를 극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성경의 가르침이다.
갈렐레오의 딸(부제:딸의 편지를 통해 갈릴레오를 보다)/ 홍현숙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