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2편의 백석의 동화시가 실린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 가 출판되었다.
또다른 동화시 '까치와 물까치' 가 그보다 앞서 1956년 1월 <아동문학> 지에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읽어보니 재미있다.
대비, 반복, 웃음, 리듬, 의성어와 의태어, 옛이야기적 요소 등
백석의 동화시를 보면 유아들이 좋아할 만한 게 많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과 분단으로 인하여 잃은 것들이 많지만 현덕도 그렇고 백석도 그렇고
분단으로 우리 아동문학 역사의 단절과 손실도 크다 할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들이 새로이 발굴되고 소개되고 하면 좋겠다.
까치와 물까치
(동화시)
-백 석-
뭍에 사는 까치
배는 희고 등은 까만 새
물에 사는 물까치도
배는 희고 등은 까만 새
까치와 물까치는
그 어느 날
바다'가 산'길에서
서로 만났네
까치와 물까치는
서로 만나
저마끔 저 잘났단
자랑하였네
까치는 긴 꼬리 달싹거리며
깍깍 깍깍깍 하는 말이
내 꼬리는 새까만 비단 댕기
물까치는 긴 부리 들먹거리며
삐삐 삐리리 하는 말이
내 부리는 붉은 산호 동곳
깍깍 깍깍깍 까치 말이
내 집은 높다란 들메 나무
맨맨 꼭대기에 지었단다
삐삐 삐리리 물까치 말이
내집은 바다우 머나 먼 섬
낭떠러지 끝에 지었단다
깍깍 깍깍깍 까치 말이
산에 산에 가지가지 새는 많아도
벌레를 잡는데는 내가 으뜸
삐삐 삐리리 물까치 말이
바다에 가지가지 물'새 많아도
물 속 고기 잡는데는 내가 으뜸
깍깍 깍깍깍 까치 말이
나는 재간도 큰 재간 있지―
우리 산'골 뉘 집에 손님 올 걸
나는 먼저 알구
알려 준다누
삐삐 삐리리 물까치 말이
나두나두 재간 있지 큰 재간 있지―
우리 개포 바다에 바람이 불 걸
나는 먼저 알구
알려 준다누
깍깍 깍깍깍 까치 말이
너는 아무래야 보지 못했지
우리 산'골 새로 된 협동조합에
농짝 같은 돼지를 보지 못했지
삐삐 삐리리 물까치 말이
너는너는 아무래야 보지 못했지
물 건너 저 앞 섬 합작사에
산 같이 쌓인 조기 보지 못했지
까치는 꼬리만 달싹달싹
한동안 잠잠 말이 없더니
갑자기 깍깍깍 큰 소리 쳤네―
그래 나는 우리나라 많은 곳곳에
새로 선 큰 공장 높은 굴뚝마다에
뭉게뭉게 피여나는 검은 연기 보았지
물까치는 부리만 들먹들먹
한동안 잠잠 말이 없더니
갑자기 삐리리 큰 소리 쳤네―
그래 나는 우리나라 넓고 넓은 바다에
크나큰 통통선 높은 돛대마디에
펄펄펄 휘날리는 풍어기를 보았지
그러자 까치는 자랑 그치고
기다란 꼬리를 달싹거리며
물까치야, 물까치야
서로 자랑 그만하자
너도 잘난 물'새
나도 잘난 산'새
너도 우리나라 새
나도 우라나라 새
우리나라 새들 다 잘났구나!
이 말 들은 물까치
자랑 그치고
기다란 부리를 들먹거리며
서로 자랑 그만하자
너도 잘난 산'새
나도 잘난 물'새
너도 우리나라 새
나도 우리나라 새
우리나라 새들 다 잘났구나!
바다'가 산'길에서
서로 만나
저마끔 저 잘났단
자랑하던
까치와 물까치는 훨훨 날았네―
뭍으로 바다로
쌍을 지어 날았네―
크고도 아름답게 일떠서는
우리나라
모두모두 구경하러
훨훨 날았네
모두모두 구경하러
쌍을 지어 날았네
(1955.12)
첫댓글 백석의 시는 정갈하네요.. 입말이 살아있는 그 느낌 그대로 한 편의 그림을 보는 듯 하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