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원어민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13세 이전에 영어를 마스터해야 한다?
마치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이런 얘기들에 엄마들은 초조하다. “우리 아이 영어 배우는 시기를 놓치면 안되지”하는 마음에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현직 초등학교 영어교사이자 어린이 영어교육 전문가인 대전문성초 김선영교사(한남대 아동영어학과 박사과정)는 영어교육의 ‘시기’보다는 ‘방식과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교사는 어린이 영어교육의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억지로 영어공부를 시키지 마라.
아이의 의욕을 저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표현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언어 학습의 기본이다. 정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아동에게 학습지 단어를 외우도록 강요한다면 그 아이는 영어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영어 학습에서 중요한 점은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고 싶지 않은 학원을 억지로 보낸다거나 하고 싶지 않은 영어 학습지를 강요한다면 아이에게 영어 열등감을 심어줄 수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영어학습 방법은 비싼 학습지나 교구를 이용한 교사와 지정된 짧은 시간의 학습이 아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잡지, 신문, 사진, 다 끝낸 학습지 등을 이용해 오리고 붙이는 활동을 통해서다. 오리고 붙이며 재구성해보는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며 하고 싶은 말들을 영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된다.
♧쉬운 영어 책을 많이 읽어 줘라.
아이들은 책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어휘와 경험을 습득하면서 우리말을 익히게 된다. 영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영어 책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되면 영어의 어휘와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아이가 이미 경험을 했거나 우리말로 된 책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을 담은 영어 동화책을 선택해 읽도록 한다면 큰 부담 없이 엄마가 읽어주는 영어 동화책을 잘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쉬운 그림 동화책을 선택해 엄마와 함께 반복해서 그림을 보면서 큰소리로 발음하며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어느새 아이는 문장 속에 있는 단어의 발음을 흉내 내면서 발음을 익히게 된다. 어릴 때는 말은 가르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따라하면서 익히도록 해야 한다.
♧엄마는 최고의 선생님이다.
아이의 교육에서 최고의 선생님은 부모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발음이 나쁘다며 아이에게 영어 가르치기를 꺼려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오디오나 비디오 CD를 병행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영어 학습을 할 때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서, “What is this?” 라는 말을 던질 수 있는 엄마! 아주 쉬운 말이지만 아이에게 영어로 표현하고 싶은 의욕을 갖게 만드는 그런 엄마가 훌륭한 영어선생님이다.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을 겁내지 마라.
아이의 머릿속에 입구가 두 개 있는 풍선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하나의 입구로만 풍선을 불 때보다는 두 개의 입구를 통해 불 때 풍선이 훨씬 더 빨리 커질 것이다. 각각의 풍선 입구를 모국어와 외국어로 생각한다면 이해가 훨씬 빠를 것이다. 두 언어의 내용 입력 (language input)이 학생의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학습이론이다. 아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만을 배우도록 강요한다면 그것은 학습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우리말로 설명을 하고 그런 다음에 다시 영어로 질문을 할 때 아이는 영어가 어렵고 힘든 말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바로 이 때가 아이가 영어 학습을 받아들이는 최적의 순간이다.
김선영교사는 “영어만 잘하는 아이가 아닌 영어도 잘하는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를 배우는 동안 모국어도 함께 습득해야 하고, 언어 습득과정에서 인지, 신체, 감성 발달들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