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갔다가 영실로 하산했다. 성판악 코스에 비해 덜 힘들고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며 이때쯤이면 철쭉을 보려고 많이 찾는 코스다. 오늘은 어리목 입구에서 10시 반에 출발해 영실 버스 주차장에 오후 3시 반까지 도착하는 전체 5 시간 코스다. 제주 올레코스를 걸을 때는 걸음이 느린 사람은 저만치 앞에 가서 출발해 종점에서 만나기 때문에 걷는데 별 부담이 없다 그런데 한라산 산행은 일행이 다 같이 어리목 입구에서 출발해 종점인 영실 버스주차장에 정한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 이전에도 영실에서 올라가 윗세오름과 남벽분기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어리목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두 사람만의 산행이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웠다. 오늘은 일행을 따라가는 것이 무리니까 천천히 걷다가 늦으면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 돌아가려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출발했다. 그래도 일행으로부터 뒤쳐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걷다 보니까 걷는 것도 힘들고 마음이 급해 사진도 차분하게 찍을 수 없었다.
한라산 선작지왓에 활짝 핀 철쭉을 보는 것이 오늘의 목표, 기를 쓰고 걸었다.
어리목에서 윗세오름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 지점에서 철쭉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라산에는 털진달래와 산철쭉, 두 가지가 있단다. 털진달래는 해발 1,400m 이상에서 3~4 월에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데 꽃부리에 털이 있고 산철쭉은 5~6월에 잎이 나온 후에 꽃이 핀다.
이번에 보고 싶은 꽃이다.
어리목의 구상나무 고사목과 철쭉
젊은이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날아가는데 나이 든 사람이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가면서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자꾸 뒤처졌다.
한라산을 오르다가 바라본 풍경 저 멀리 붉은 오름(좌)과 쳇망오름(우)이 보인다. 제주도에는 360여개의 오름이 있는데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내에는 46개의 오름이 있다
시로미 중국 진시황이 서복에게 구해오라고 했다는 불로초 중 하나. 무심코 지나다녔을 텐데 정성껏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있어 물었더니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철쭉이 덜 피었다. 윗세오름 휴게소에서 휴식한 후 영실로 하산한다
1,600m 지점 선작지왓 철쭉 군락지 연분홍 철쭉 물결을 기대했는데 봉오리들만 보였다. 1~ 2 주 지난 다음에 오라는 듯... 올해는 예년보다 개화 시기가 빠르다는데도 오월 말경이 되어야 만개하겠구나 싶었다
구상나무
영실의 구상나무 고사목과 철쭉
철쭉은 한라산의 중간 부분에만 무리 지어 개화했다. 활짝 피면 좋겠지만 일부만 피어서 더 귀하게 보였다
하산할 때는 약속 시간이 촉박해 그 많은 나무 계단을 정신 없이 내려왔다. 이전의 기억으로는 영실 쪽 풍경이 어리목보다 더 좋았는데 마음이 바빠 그걸 제대로 보면서 담아 올 여유가 없었다. 80을 바라보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산행이 많이 힘들어서 다시 한라산에 올라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안전하게 다녀와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탑승하니 저절로 눈을 감고 감사기도 드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