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2월 7일 목요일
한세대학교 영산신학대학원 채플 설교
제목: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는 날줄과 씨줄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시고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이는 이제 교회로 말미암아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 하심이니
곧 영원부터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대로 하신 것이라
에베소서 3:8~11
설교 목적
한세대 신대원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나의 이야기와 성경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들려주는 것이 이 설교의 목적이다. 나는 이 설교에서 나의 신대원 생활과 그 이후의 삶을 돌아보면서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하여 들려주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경륜에 대하여 소개할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날줄에 우리의 진심과 순종이라는 씨줄이 만나서 이루는 하나의 거대한 그림, 곧 하나님의 경륜이다.
설교 개요
1. 좌충우돌의 신대원 생활
2. 교회개척과 새로운 만남
3. 하나님의 경륜을 발견하다
4. 날줄과 씨줄이 엮어내는 그림
************************
1. 좌충우돌의 신대원 생활
저는 1997년에 한세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 전년도에 저는 입학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재수하여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새롭게 바뀐 입시제도에 따라 시험을 치르고 수석입학을 했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입학식에 참석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가족과 함께 오지 않았더라구요.
감격과 설렘 속에 시작된 신학대학원의 시절, 그때 우리는 이곳을 선지동산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치 구약시대 선지자의 생도들처럼, 예수님의 사도가 되기 위한 수련을 위해 제자가 된 사람들처럼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소명을 귀하게 여기고 이곳 군포의 들판으로 등교했습니다.
매 수업을 귀하게 여기고 교수님들을 존경하면서 하나님의 일꾼이 된다는 사명감으로 학업에 임했습니다. 어떤 학우들은 기도굴에 들어가 부르짖었고 어떤 학우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했습니다. 저는 다른 두 사람의 전도사님들과 함께 오전 8시에 모여 스터디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후에는 별도로 모여 추가 스터디를 했습니다. 이 모든 시간이 주의 일꾼이 되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날에는 점심을 사 먹을 돈이 없어서 혼자 숲에서 묵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시편 4편을 암송했는데 왜 그렇게 처량했던지요? “내 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를 때에 응답하소서 곤란 중에 나를 너그럽게 하셨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시편 4:1). 저의 형편을 알고 동기 전도사님은 식권을 사서 함께 점심을 먹자고 이끌어 주었습니다.
제가 신대원 2학기를 지낼 때 저는 넷째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들이었습니다. 그 위로 딸이 셋이었으므로 너무 귀하고 반가웠습니다. 함께 헬라어를 배우는 수업 시간에 학우들에게 음료수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학업을 계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처음에는 장학금으로 다녔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성적이 떨어졌습니다. 마침 이슬비장학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아서 학기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여섯번째 학비를 내야 할 때 제가 받은 이슬비 장학금을 임대아파트 입주금에 보태야 했습니다. 그리고 학기 등록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마침내 저는 등록기한 마지막날 학우 두어 사람에게 조용히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전철에 올랐습니다.
하필이면 마지막 학기 학비를 내지 못하고 학교를 마쳐야 하나 하는 쓰라린 마음을 안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때 동기전도사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 지인 중에 회사를 운영하는 분이 있는데 저의 사정을 듣고 학비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마지막 학기 학비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졸업논문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졸업논문을 완성하는 저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문서설을 배제하고 논문을 써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치료 역사가 지금도 계속된다는 확증이었습니다. 제 졸업논문의 제목은 ‘성경에 나타난 신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전은 신들의 전쟁을 말합니다.
문서설을 배제하고 논문을 쓰려다 보니 자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총신대학교 배제민 교수의 책, ‘반문서설’을 구입하고, 히브리대학의 움베르토 카수토(Umberto Cassuto)의 출애굽기 주석을 구입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문서설을 극복하는 글을 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더구나 저의 처남이 정신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아무리 기도해도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졸업논문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렇게 학기를 마쳤습니다.
나중에 지도교수인 한상인 교수님을 찾아갔는데 아직도 잊지 못할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그 말씀의 핵심은, M.Div 논문은 논문작성법을 연습하는 것이며, 나중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전공분야에 대하여 일가견이 생겼을 때 쓸 수 있는 내용을 초보자가 쓰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이 책 저 책을 찾아서 베끼면서 논문을 완성하고 제출했습니다. 그때 주로 참고한 책은, 장국원 박사의 고대 수메르 문명에 대한 이야기와 커리드(John D. Currid) 교수의 책에 나오는 애굽의 열 가지 재앙에 대한 글입니다.
어느 날 우리는 동기들 몇 사람과 함께 콘도를 빌려 수양회를 가졌습니다. 고기도 구워 먹고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그때 나눈 이야기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그 내용은, 우리들의 사역지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 앞으로 교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신학교육을 받은 후에 사역지가 없으면 일하면서 교회의 학생회 부장집사로 일하면 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 교회개척과 새로운 만남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전도사로 섬기던 교회에서 갑자기 해고를 당하고 그 후에 두 교회에서 사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도사 임명을 받은 후 9년째가 되었을 때, 그리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6년이 되었을 때 교회개척을 결심했습니다. 교회개척은 제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일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때가 되니까 더 이상 부교역자로 생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리 저는 성도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우리집에서 교회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중랑구 면목동에서 옹달샘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2012년도). 교인이 스물다섯명 정도 되었을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교회 안에서 내분이 일어났고 성도들은 흩어졌습니다. 급기야 교회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예배당의 건물주는 불자였는데, 그것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렇게 현실적인 어려움이 다가오자 마음 속에 절망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마음을 표현하는 적절한 노래는 ‘손대면 툭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입니다. 제 마음은 그렇게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2014년 1월 필리핀에서 온 목회자 몇 사람이 순복음진흥교회(강영만 목사)에서 부흥회를 열었습니다. 그때 필리핀 목회자들과 대화를 하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소책자 하나를 주었습니다. 그 책은 폴 엘리스(Paul Ellis)가 쓴 ‘The Gospel in Ten Words’입니다. 저는 그 작은 책을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읽기 시작한 책은 제 마음에 새로운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넉달 동안 그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 제목은 ‘열 가지 키워드로 쓴 복음’이라고 정했습니다. 그 핵심 내용은 서문에 있는 에피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서문에서 폴 엘리스는 일본인 장교 히루 오노다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2차세계대전 중에 필리핀 정글에 들어갔다가 전쟁이 끝난 줄 모르고 무려 29년 동안 전쟁을 수행한 사람입니다.
폴 엘리스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끝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이 이루신 일의 의미를 모르고 계속 끊임없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저는 바로 그것이 저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생을 하나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애쓰다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 바로 그것이 저의 모습이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하여 더 많이 기도하고, 더 거룩하게 살아야 하며, 더 성경을 읽고, 경건한 삶에 힘쓰고, 그리고 더 많이 봉사할수록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는 생각은 듣기에는 좋은 것 같지만, 실은 일본인 장교 히루 오노다와 같이 끝난 전쟁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를 그대로 기뻐하시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이미 거룩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성도라고 부르잖아요? 그런 글을 읽을 때 처음으로 마음에 평안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일종의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저는 그의 책을 하나 더 번역하고 사람들에게 복사하여 주면서 함께 읽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더 이상 교회의 문을 닫고 가정으로 들어가는 일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물론 교우들과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것을 전했습니다. 어떤 날에는 잠실의 한 교회 근처의 지인과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 그 교회 담임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1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015년이 시작되었습니다. 몇 사람 남은 집사님들과 함께 신년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새벽기도를 하던 바로 그날 지금의 교회에서 장로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두 교회의 통합을 제안하셨습니다. 저의 교인들은 목사님이 가장 먼저 응답을 받았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8년 전 현재 상왕십리 새소망교회의 담임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욱 열심히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전하고 또 전했습니다.
하나님이 새로운 교회로 나를 인도하신 까닭은 바로 그 은혜의 복음을 전하라는 뜻으로 알고 성도들의 가정에 찾아다니면서 밤늦도록 가르치고 함께 교재를 읽었습니다. 청년들과 함께 카페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각 사람에게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대해서 들려주었고 격려했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의 성품은 사랑과 공의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데 사랑이나 은혜만을 가르치면 게으른 신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얼마나 좋으신 분이신지 깨닫는다면 사람이 어찌 그릇된 길로 빠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목회를 한다는 것은 내가 만난 하나님을 전하는 것입니다. 건물을 유지하고 성도들을 모으는 것은 목회에서 부차적인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3. 하나님의 경륜을 발견하다
저는 교회 개척 때부터 매주 목요일에 목회자들의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함께 모여 성경을 읽고 토론하고 좋은 책을 골라 독서토론회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그런 시간은 매우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토론 중에 생각해 보고 더 연구할 과제를 발견하게 되면, 성경을 읽고 책을 더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쯤 제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하나님은 이렇게 좋으신 분일까? 하나님은 이토록 우리를 사랑하시고 인정하시고 포용하시고 용납하시는데, 하나님에게는 어떤 계획이 있지 않을까?’ 저는 하나님의 계획을 알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저는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으므로 하나님이 사람들을 구원하시고 교회를 통하여 복음이 전파되는 것을 원하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때 생각한 것은,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 같은 것입니다. 성경이 바로 그 주제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발견하고 그 기쁨을 나눈 경험을 하고 나니까 하나님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내려 놓고 독서를 통해서 알아보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또 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책은 몇 년 전에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그 책입니다. 저자는 프랭크 바이올라(Frank Viola)였는데, ‘From Eternity to Here, 2010’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나중에 우리말로 번역된 책 제목은 ‘영원에서 지상으로’(대장간)였습니다.
그 책에서 프랭크 바이올라는 성경의 주제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이며,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한 처소를 예비하신다는 이야기이며,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새로운 인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성경을 하나의 주제로 관통하여 정리하는 책을 읽을 때 무언가 명쾌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반짝이는 구슬이 하나로 꿰어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렇지! 성경은 명백하게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독서모임에서 저는 ‘하나님 나라 복음’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김회권, 김세윤, 정현구 세 사람의 글을 묶은 그 책에서 저는 성경의 주제가 하나님 나라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 나라는 천상에서 이루어지는 사후 영혼천당이 아니라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이 펼쳐지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매우 큰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어려서부터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예수님을 그렇게 열심히 믿었는데 그 천국이 하늘 위에 있는 세상이 아니라 여기 땅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이라니. 그래서 저는 마음을 더욱 가다듬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만난 사람이 영국의 신학자 톰 라이트(Tom Wright)입니다.
톰 라이트를 알게 된 것은 프랭크 바이올라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가 존경하는 분이었습니다.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Surprised by Hope)를 원서로 읽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톰 라이트는 신약성경 전체를 주석한 학자였습니다.
그의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점점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의 책, ‘성경과 하나님의 권위’를 읽었는데, 그 속에서 성경 전체를 하나의 드라마라고 소개하는 글귀가 제 눈에 들어올 때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유레카! 성경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이며 다섯 개의 막으로 이루어진 드라마라는 그의 설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5막의 키워드는 창조, 타락, 이스라엘, 예수님, 교회입니다.
성경 전체의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자 애썼던 저의 과제에 대한 해답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로부터 저는 5막의 드라마로 된 성경의 이야기가 바로 하나님의 경륜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회 집사님 한 분과 일년 동안 한 권의 책을 같이 읽고 번역했는데, 그 책은 ‘왕의 공동체’(The Community of the King, Howard A. Snyder)입니다. 바로 그 책에서 하워드 스나이더는 성경이 하나님의 경륜을 들려주며 교회는 하나님의 경륜에 동참하라고 부름을 받은 공동체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이제 저는 성경이 들려주는 거대한 서사시 하나님의 경륜을 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는지를 성경이 들려줍니다. 그 성경이 들려주는 하나님의 계획은 하나님의 경륜입니다. 하나님의 경륜은 하나님의 마스터플랜이며, 이 세상과 교회와 우리들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그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반응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교우들에게 이 주제로 주일마다 설교하고 오후예배 때는 설교안을 함께 읽으면서 복습하고 토론했습니다. 그렇게 팀별로 하나님의 경륜이라는 주제의 설교안을 제본하여 읽었습니다. 그 후에 책으로 출판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우리 교우들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알기를 바랐습니다. 2021년초 출판 후에 저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소포로 보내고 또 보냈습니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습니다.
4. 날줄과 씨줄이 엮어내는 그림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저녁, 저는 수요기도회에서 오늘 설교를 위해 기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세대학교 신학대학원, 군포역에서 걸어가던 등굣길, 그리고 3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눈을 감은 제 눈 앞에서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들고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기도하면서 울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울다가 지쳐 버린 기도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며 절규하는 가운데 문득 제 마음에 주님이 내미신 팔을 붙드는 저의 두 팔이 보였습니다. 그 두 팔은 서로 뒤엉켜 서로를 붙들었습니다. 그렇게 지나간 세월동안 주님은 저의 손을 잡으시고 저는 주님의 손을 잡고 지나왔나 봅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지으시고 경영하십니다.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은 날줄처럼 창조로부터 새창조의 날까지 이어집니다. 그 날줄에 인생이라는 씨줄이 겹쳐지고 서로 얽혀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갑니다. 성경의 대서사시는 하나님의 날줄에 반응하여 진심으로 자신을 바친 사람들이 씨줄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이루며 우리에게 교훈과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그리고 그 위대한 이야기의 한 지점에서 우리의 인생이 끼어들어 갑니다. 하나님의 날줄에 들어가는 씨줄은 오로지 진실한 마음으로만 엮여질 수 있습니다. 씨줄은 자신이 어떤 그림을 만드는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는 그저 하나님의 날줄에 진심으로 반응할 뿐입니다. 그렇게 아브라함도 갈 바를 알지 못했는데 가나안에 이르렀고, 야곱도 하란에 갔다가 애굽에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날줄역사에 요셉도 온마음으로 반응할 때 그의 삶은 새로운 의미를 담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날줄은 그 이후에도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을 초청하였고 그 믿음의 사람들은 자신의 진심을 다하여 반응하였고 그들의 순종은 결국 하나님의 경륜에서 아름다운 장면들을 남겼습니다. 그 결과 오고 오는 세대는 그 빛나는 장면이 담긴 그림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습니다.
저는 눈물의 기도를 마치면서 하나님께 고백했습니다:
하나님, 26년 전, 군포의 들판을 지나 한세대학교 신대원을 다닐 때 하나님을 향하여 제 마음이 진심이었던 것처럼,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짧은 인생을 이끄시고 엮으셔서 주님의 길을 걷게 하시고 주님의 비밀의 경륜을 알게 하시고 전하게 하셨으니 이후에도 주님의 날줄에 저의 씨줄을 내어 맡김으로 동참하기를 소원합니다!
사랑하는 순복음의 신학생 여러분, 우리는 우리 인생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 아직은 모릅니다. 지나간 세월은 주님이 인도하셔서 우리를 여기까지 이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간절하고 더 진실되게 주님을 따르고자 다짐하는 우리의 시간은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기 위하여 그 위대한 날줄역사에 엮여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신대원 기간이 그렇게 아름답고 영롱한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뿐 아니라 그 이후에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이 우리를 각처로 보내시고 각양 다양한 은사를 꽃피우게 하실 때 우리들은 지나간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 앞에서 감격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주님이 오늘도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 가운데서 일하고 계십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