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백일홍(배롱나무)
그 어떤 꽃보다 무리지어 피어나는 배롱나무는 꽃의 무게로 가지가 휘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한 소쿠리의 커다란 꽃이 흐느적거리는 모습에 경탄을 짓게 만든다. 하얀 불두화도 커다란 꽃송이를 자랑하지만 배롱나무의 꽃은 나무 전체를 덮어버릴 정도로 만개하기에 신비로움을 더하며 산 하나가 꽃으로 덮여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만드는 묘한 정경을 맛보게 한다. 화단용이나 길거리 가로수 때론 잘 꾸민 묘지에도 심어 아름다음과 조화로움을 더하게 한다. 길을 가다 담 너머로 삐죽 올라온 가지에 성기게 피어 있는 꽃을 만나게 되면 반가움과 함께 그 유혹의 미소에 잠시 넋을 잃기도 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을 시원하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고마운 꽃이다. 여름의 싱그러움을 잘 표현하며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가슴에 핑크빛 사랑을 심어주며 희미해진 색깔을 진하게 복원시키는 역할을 한다. 나무줄기를 살짝 긁으면 잎이 움직이는 현상이 있다고 하여 나무가 간지럼을 탄다고 하여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른다.
배롱나무의 꽃말은 그리움, 못 잊는 우정, 인연,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이다.
효능은 꽃은 자미화紫薇花라 부르며 지혈, 소종, 월경과다, 장염, 설사에 줄기 잎, 열매는 오줌소태, 치통, 악창, 유선염, 이질, 습진에, 뿌리는 이질과 치통에 효과. 부작용으로 마취성분이 있어 임산부나 어린이는 복용 금지.
성분은 잎과 줄기 그리고 꽃, 열매에는 decamin, d-cinine, lagerstroemine, lagerine, decodine 등 함유, 뿌리에는 sistosterol, 3.3.4-tri-methylellagic acid 함유.
전설로는 옛날 어느 어촌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 바다 속에는 머리가 3개 달린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이무기가 어촌마을에 나타나서는 일 년에 한번 씩 처녀를 제물로 바치라 하였다. 만약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마을사람 모두를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마을사람들은 겁에 질려 반항도 하지 못하고 매년 처녀를 둔 부모들이 모여서 제비뽑기를 하여 선택된 부모의 자식인 처녀를 이무기에게 제물로 바쳤다. 어느 해에 그 어촌에 멋진 장사가 나타나 제물로 선정된 처녀의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가 이무기가 나타나자 칼로 목 2개를 베었으나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제물로 받쳐질 처녀는 매우 기뻐하며 죽을 때까지 당신을 모시겠다고 하자, 장사는 이무기를 죽여야 한다며 성공하면 흰색 깃발을 실패하면 붉은 색 깃발을 달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처녀는 백일기도를 드렸으나, 백일 후에 붉은 색 깃발을 걸고 오는 배를 보고 그만 자결하고 말았다. 장사는 이무기가 죽을 때 뿜은 붉은 피가 깃발에 묻은 줄 몰랐던 것이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 붉은 색의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100일간 기도를 드린 정성의 꽃, 목 백일홍이었다.
소꿉장난과 함께 야외에서 자주하던 꽃목걸이와 머리에 얹는 꽃 화환과 꽃팔찌가 생각난다. 대개의 경우 마을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있어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토끼풀 꽃을 많이 이용했고, 계절별로 피는 꽃으로 들판이나 뒷산에 산재한 야생화를 주로 애용하였다.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는 꽃을 꺾어 귀에 걸거나 머리에 꽂는 것이다. 그리고 나뭇잎을 이용하거나 강아지 풀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어정쩡하거나 가라앉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예쁜 짓으로 애교를 부리거나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꽃다운 청춘을 자랑하는 십대시절은 학생신분이었지만 튀는 행동을 해보려는 욕구가 강한 시기인지라 예쁜 꽃을 보면 그대로 지나치지를 못하였다. 지금이야 소지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겠지만 그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절에는 직접 몸에 장착하며 자신을 뽐내었다. 여름철 바닷가로 휴가를 가면 조개껍질을 주워 모아서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큰 소라껍질로는 피리를 만들어 불기도 했다. 풀피리와 나뭇잎으로 구성지게 연주를 하는 재주꾼은 친구들의 부러움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존재이었다. 포크송이 유행하자 너도나도 기타를 배우고 도랑둑이나 풀 섶 학교 운동장 계단 등에 모여앉아 기타를 치며 흥겹게 노래하는 풍경이 처처에서 연출되곤 했다.
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복숭아와 자두의 계절이면 동네 앞 냇가는 개구쟁이들의 놀이터로 시끌벅적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보를 만들면 수심이 조금은 깊어지기에 물장구치고 놀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각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드니 서로 좋은 장소를 차지하려는 다툼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물장구를 치고 나면 배가고파지게 마련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리를 하게 되는데 주변 밭에 심어진 오이, 가지, 참외, 고구마 등이고 물새알을 주어 구어 먹기도 하였다. 그리고 피라미, 붕어, 메기, 가물치 등의 물고기도 잡아 나뭇가지에 꽂아 구어 먹기도 하였다. 이른 콩이나 옥수수 등은 최고의 간식거리로 사랑을 받았는데 옥수수 대는 사탕수수처럼 달콤한 맛에 즐겨 씹어 먹기도 하였다.
꽃은 화병에 꽂아 감상하거나 그 향기를 건강에 활용하며, 꽃꽂이를 하여 작품화하며 화전을 부쳐 먹거나 차로 끓여 마시고 술로 담가 마시는 등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에서 애용되는 필수요소이다. 꽃이 없다면 얼마나 건조하고 음울한 일상이 될까. 그래서 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