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올랐습니다. 26년 전 홍수환이 WBA 페더급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를 이기고 라디오를 통해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던 바로 그 ‘승전보의 장소’ 더반에서 우리 대표팀이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사를 새로 쓴 허정무 호의 코치진과 선수들, 수고했습니다.
가슴 졸이며 보셨지요? 후반전 김남일의 어이없는 실수에 따른 패널티킥 동점골 허용 후 25분 동안 참 아슬아슬했지요. 입안이 바싹바싹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장 박지성도 “피가 마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는 보도입니다.
1970년대 태국에서 열린 킹스컵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메르데카컵에서 우승하기만 해도 마치 제가 선수인양 우쭐했는데, 대한민국의 축구 실력이 국력과 함께 크게 성장했군요. 박지성 이청룡(잉글랜드), 박주영(프랑스), 차두리(독일), 기성용(스코틀랜드)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늘고 있고 K리그의 수준도 상승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실력이 좋아진 것이 16강 진출의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16강으로 가는 길이 좀 더 시원했으면 더 좋았을 건데 하는 생각은 합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수비수가 ‘공격수를 놓치면 안된다’와 ‘수비는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최대한 빨리 공을 바깥으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마지막까지 가슴 졸이게 만들었습니다.
또 선수들의 실력에 비해 아직 축구지도자들의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선수 선발이 감독 뜻대로 안되고 선수 교체가 작전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경기가 감독 뜻대로 100% 되는 경우는 없지만…. 한국 출신의 감독이 축구 선진국 리그의 감독으로 활약할 날이 빨리 오기를 빕니다.
어제 우루과이와 멕시코 전을 보면서 어쩌면 우루과이와 맞붙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나라가 붙으면 미드필드 싸움이 재미있을 듯합니다.
축구는 ‘대리전쟁’이라고들 합니다. 축구 스타일은 그 나라의 국민성 또는 민족성을 나타낸다고도 하고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의 축구 스타일을 보면 민족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긴장하고 주눅 들 때도 많지만, 신명이 나면 실력의 110%를 발휘하는 민족이 아닐까요? 1983년 멕시코 청소년월드컵대회나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재연해주기를 빕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이기면 자신이 승리한 양 의기양양해지는 것을 ‘후광효과’라고 부른답니다. 우리 민족 모두가 한동안 후광효과를 누리기를 빕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함께 응원을 하면 팀에 대한 소속감, 후광효과, 동료 팬들과의 유대감 덕분에 정신건강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팀이 그라운드에 마지막 힘을 쏟아 붓는 그때까지 열심히 응원합시다. 대한민국 파이팅!
<이성주의 건강편지에서>
첫댓글 허딩크 호 너무 너무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들입니다. 아자! 아자!! 8강으로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