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종로 옥인동 ‘북성재’에서 유은실 아산병원 교수의 죽음에 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는 題하여 ‘삶과 죽음(의) 이해’ 입니다. 죽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죽음은 어떤 것이며, 죽으면 어떻게 될까 등 죽음 후의 세계 등에 관해 연구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서울대 병원 내과의사 출신의 정현채 박사와 이화여대 종교학과 최준식 명예교수 등이 적잖은 연구를 통해 죽음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죽는 것이지만, 언제 죽으며 죽은 후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다할 것입니다. 문제는 죽음에 대한 정의는 어느 정도 확립이 돼있습니다만, 인간은 죽은 후 어떻게 될까하는 것인데, 그래서 이른바 죽음학이라는 것이 생겨냤고 이 분야를 파고든 분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이지요.
오늘 유은실 교수의 강의는 대체적으로 죽음에 관해서는 일반적인 관점으로 정리를 해 줬으며 중점을 둔 부분은 죽음, 특히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과정에 치중해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들려줬습니다. 좋은 죽음은 곧 죽음을 잘 준비하는 데 있다는 게 유 교수 강의의 골자였습니다. 병원에서 죽게 될 때 연명을 포기하겠다는 당사자의 의지와 그것을 서약하는 형식과 방식 등에 강의시간의 적잖은 부분을 할애한 건, 죽음을 준비하는 하나의 자세이자 단계라는 관점에서 유 교수는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유 교수의 강의가 끝나고 질의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질의를 했습니다. 아산병원 의사로서, 그리고 의과대학 교수로서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near-death experience,’ 즉 ’근사체험,‘ 혹은 ’임사체험‘에 관한 입장이 어떤가고 물었습니다. 제가 이런 질의를 한 건 정현채와 최준식 박사 등 죽음학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죽음이 어떤 것이고 죽은 후는 어떻게 될까하는 물음에 적용하고 있는 토대가 바로 ’근사,‘ 혹은 ’임사체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죽었다 살아난 ’근사체험’에 관해서는 의학적 혹은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사망시기나 사망판정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죽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엇을 근거로 한 어떤 논리가 확연하게 마련돼있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유 교수에게 더 구체적으로 물었던 건 ‘임사체험’이나 ‘근사체험’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 말하자면 인간으로서 죽음을 엿볼 수 있는 등에 관한 한 잣대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그 체험을 겪은 사람들의 속성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유 교수의 그런 답변이 저로서는 오늘 강의의 하나의 수확이었습니다.
오늘 유은실 교수의 강의는 ‘솔마루’ 모임에서 주최한 특강이었습니다. ‘솔마루’는 마산고 29회 동기로, ‘소나무박사‘로 회자되는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가 이끌고 있는 자연과의 친화를 추구의 모임입니다. 유은실 교수 강의 전 전 교수는 유 교수를 이렇게 소개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예전 경기여고에 금실과 은실 두 금은실이 있었다. 금실은 바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고 은실이 바로 유은실 교수였다는 것입니다.
강의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통인시장 족발집에서 ‘북성재’가 마련한 조촐한 뒤풀이까지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