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첫사랑/장은숙 [콘서트7080] | KBS 2007.08.11 방송
♡ 장은숙, 대중음악인으로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프로 가수다. 그의 타고난 밝고 허스키한 음색은 독창적이고 아주 매력적이어서 노래의 참맛을 살리는 독보적인 존재다. 다른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쉽사리 리메이크하지 못하는 이유다. 늘 음악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기에 나 또한 장은숙 노래를 좋아하는 팬이다. 나는 한 번 이 노래를 들었다 하면 유튜브에 올라온 거의 모든 영상을 찾아 들을 정도로 이 노래에 푹 빠지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 오늘도 이 노래만을 한 시간 넘도록 들은 것 같다. ㅎㅎ 암튼 지금처럼 건강 관리 잘하셔서 오래오래 음악 팬들 앞에 좋은 모습으로 남아주실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_()_
※ 이 일기 글은 컴퓨터 모니터(화면)에 최적화되어 가능한 PC 화면으로 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또한 영상 화면에 마우스를 올려 전체 화면 아이콘을 클릭하면 좀 실감 나는 영상으로 노래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비누향기 *
매일 아침 일터에 나와 꼭 하루의 의식처럼 치르는 버릇이 하나 있다. 바로 책상 서랍 속에 들어 있는 비누 향기와 만나는 일이다. 컴퓨터 시디플레이어를 타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 소리에 살포시 눈을 감고 책상 서랍을 빼꼼히 열어볼 때면 서랍 안을 가득 채운 비누 향기는 밤새 주인을 기다렸다는 듯 솔솔 코끝을 간질이며 다가온다. 그 순간, 일터에서 맞이하는 새아침은 설렘이 가득한 행복의 물결이 넘실댄다. 특히 검붉은 포장지에 쓰인 지-일(ZEAL)이란 글자는 내게 추억의 향기를 떠올리게 하며 행복한 에너지를 채워준다.
그러니까 2003년 여름이었다. 일터에 붙어있는 자동세차장에 빨간 라노스 한 대가 들어왔다.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운전자는 유리창을 내리더니 내게 눈을 맞추며 자동차에 대해 궁금한 증상이 있다며 말을 붙여 온다. 단골손님은 아니었지만, 목례로 반기며 고객들에게 늘 대하듯이 대학에서 전공한 전문성을 살려 증상에 대해 눈높이에 맞는 알기 쉬운 용어로 인체의 기능에 비유해 자세히 알려드렸다.
당시 별다른 큰 문제가 아닌데도 '다른 업소에서는 어찌나 겁을 주던지 많이 걱정했어요'하며 감사의 표시라며 검붉은 포장을 한 비누 2개를 밝은 미소와 같이 건네주셨다. 난생처음 만나는 비누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그 내음이 어찌나 향긋하던지, 포장을 뜯지 않고 일터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 두고 보기를 벌써 수년이 흘렀다. 포장을 벗기지 않았는데도 어느 틈새로 흘러나오는지 코끝에 다가오는 향기는 아직도 처음처럼 변함없다.
♡일터 책상 서랍에 들어 있는 비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처음처럼 그 향기가 변함없다. 사람의 마음도 이 비누같이 한결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늘 소탈하여 언제 어디서라도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사람(여자)이 좋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곤 집 앞 호수를 향해 몇 번의 심호흡으로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키곤 하루의 안녕과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짧은 기도를 올린다. 그리곤 간단히 얼굴을 씻고 엄니가 차려놓은 아침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엄니와 마주 앉아 재잘거리며 아침 식사를 마치면 이를 닦고 곧바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엄니에게 손을 흔들어 하이 파이브를 나누곤 '애마'를 몰고 호숫가 강변을 따라 일터로 향할 때면 마음은 늘 설렘으로 가득한 애드벌룬이 된다. 곧 책상 서랍 안에서 기다리는 비누 향기를 만나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앙증맞은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는 비누를 볼 때면 한때 밤마다 밀어를 속삭였던 첫사랑 Y와의 달콤한 추억의 향기가 떠올라 흐뭇한 하루가 열린다.
↗위 사진은 당시 담았던 집 앞 호숫가 풍경입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저 나무들이 안아줄 만큼 자라 강둑 산책로가 풍성하다. 곧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산책로엔 하나둘 발길이 늘어나며 수채화가 그려진다. 휴일 베란다에 나가 해바라기하며 책을 읽다가는 잠시 눈의 피로를 풀어주려고 내려다보면 가을 강둑은 못난 중생의 쓸쓸한 마음을 헤집었다 '힘내~' 하고 다독인다.ㅎㅎ
※ 아래 작은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 나무들은 약속을 잊지 않고 그 뜨거운 여름도 이겨내고 올해도 강둑 산책로를 예쁘게 물들이고 있다. 나는 왠지 낙엽이 쌓인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가을 나무들(하단 우측)을 좋아한다. 늦둥이 막내로 자라 동생이 없는 나에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 쓸쓸함이 연민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며 나무들도 부쩍 많이 자랐다. 어디 변한 것이 나무뿐일까. 그동안 내 곁에 머물던 사랑하는 존재들이 떠났다. 엄니와 냥이는 하늘로, 친구들은 하나둘 제 갈 길로. 남은 존재는 홀로 남아 추억 여행으로 쓸쓸한 가을을 맞이하는 못난이뿐이다.^^
2002년 겨울 끝자락 어느 호젓한 달밤이었다. 이따금 하나둘 자동차 불빛만 스치고 지나가는 바닷가에서 백-허그를 해 주며 그녀의 갈색 웨이브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던 은밀한 향기는 아직도 내 기억 속에 파노라마로 저장되어 있다. 그날 밤, 달빛은 두 사람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주다가는 이내 슬며시 구름 속으로 자리를 피해주던 대부도 방파제. 잔잔한 파도 소리를 BGM인 양 아무 말 없이 Y의 뒤에 서서 떨리는 마음으로 두 손을 포개어 허리를 끌어안은 채 나는 난생처음 여인의 체취를 가슴으로 느끼며 우린 '서로 사랑이란 미명으로 어설픈 정욕(情慾)의 노예가 되지 말자'고 무언의 기도를 올렸다. 마치 칠레의 문학 거장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작품을 그린 <일 포스티노>에서 남자 주인공인 '마리오'가 사설 우체국에서 우편 배달부로 일하며 알게 된 '베아트리체 루소'를 매일 밤 머릿속으로 그리며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듯이 모태 솔로인 내가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연애 방정식'의 해법을 찾기란 그저 파도 소리와 달빛에 맡길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먼저 내게로 살며시 돌아서서 지그시 눈을 감고 내 표정을 읽어주기를 바랐을지 모르겠다.
결국 영화 속의 '마리오인 나'를 눈치챈 달빛은 그제야 구름 사이로 배시시 얼굴을 내밀어 '바보'라고 놀리듯이 우리를 훔쳐보았고, 바닷바람은 재미없다며 Y의 갈색 머리카락을 내 얼굴에 흩트려놓고 달아났다. 엔딩 신(Closing Credits Scene)도 없이 끝난 그날 밤, 그녀의 집 근처 차 안에서 내 오른쪽 뺨에 기습적인 작별의 키스를 날리는 Y를 뒤로하곤 나는 마치 네루다 시인에게 '은유'(隱喩)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마리오처럼 풀지 못한 '사랑의 방정식' 숙제를 떠안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뒤에도 밤마다 Y와 주고받는 밀어(Sene)는 네루다의 시구(詩句)보다 더 달콤했지만, 날이 밝으면 현실 무대로 돌아가는 그녀의 냉철한 줄다리기 연기(演技)는 좀처럼 서사(Sequence=Love Scene)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온몸을 휘감는 어느 이른 봄날, 창밖으로 호숫가 불빛이 바라보이는 L 숙소에서 우리는 반 원형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 팔베개를 한 채 나는 Y와 대부도 바닷가에서 한 약속을 떠올리며 *수선화 꽃잎에 앉은 철 이른 봄 나비가 되어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비록 Y의 속마음은 알 수 없었지만, "오빠, 고마웠어요" 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포옹으로 나의 허리를 포근히 안아주었던 그녀. 그렇게 Y와 보냈던 밤의 편린(片鱗)들은 잊지 못할 내 첫사랑의 향기가 되어 매일 아침 책상 서랍을 열 때마다 진한? 비누 향기로 다가온다.
인간사 만나지는 인연마다 ZEAL 비누와 같아 사람들의 마음에도 늘 변함없는 향기로 남을 수 있다면 세상은 한결 아름다운 삶의 향기로 채워지지 않을까.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도 첫사랑 Y와 보냈던 빛바랜 추억은 달콤한 향기로 남아 아직도 그리움의 꽃을 피운다. 나의 첫사랑은 달빛으로 태어나 한 줌 햇살도 받지 못한 채 가슴에 묻은 한 송이 야화(夜花)였지만, 그 향기는 잃지 않았다. 돌아보면, 남녀 간의 사랑이란 명제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예쁘고도 아름답게 가꿔야 하는 꽃이지만,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까지는 서로가태생적 생장에 맞는 환경을 일정 부분 절대자로부터 갖춰야 했었다.
세상사 인연이 어디 사람만이랴. 빛바랜 기억 속에 추억의 향기를 지닌 빨간 ZEAL 비누. 오랜 세월이 흘러 그날 자동차 유리창을 내리고 고운 미소로 내게 비누를 건네던 얼굴은 잊혔지만, 비누는 내게 오래전 첫사랑 친구와 같은 존재다. 비누는 매일 아침 앙증맞은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고 내게 흐뭇한 미소로 첫사랑 Y를 떠올리게 하는 향기로 다가온다. 그것은 비누가 지닌 향기도 아름답지만, 작은 마음 씀을 잊지 않는 이웃들의 따스한 마음이 스며 있어 오래오래 사랑받는 존재로 남아있지 싶다.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 고운 마음이 담긴 손 편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다. 내게 빛바랜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아침을 열게 하는 ZEAL 비누. 비누 향기는 매일 끼니때마다 맛나는 과일보다 더 상큼한 삶의 비타민이 되어 오늘도 나는 첫사랑 Y와 추억 여행을 떠난다.
2006년 10월 19일 (목) 맑음
※ 영상 화면에 마우스를 올리면 전체 화면으로 확대할 수 있는 아이콘이 보입니다. 화면을 크게 키워서 들어보세요. 전성기 전유나의 고왔던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혀 한층 옛 추억을 그릴 수 있습니다. 아함~! 한때는 이 노래를 밥 먹듯이 흥얼거리며 나를 위로하곤 했는데... 이젠 노래마저 위안이 되지 않다니... '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목이 메이고~ ' ^*^
※ 원고 정리를 하다가 자정 무렵 설거지하고 내일 아침 먹을 찌개와 밥을 준비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흘러나와... 어쩌면 이 글에는 이 노래가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ㅎ 이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왜 나도 모르게 노랫말이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오며 주방에서 흥얼거렸는지...ㅎ 평소 주방에서 일할 때는 가끔 노동요로 제목도, 노랫말도 다 모르는 전통 가요를 부르곤 한다. 때론 노래하며 엄니 생각에 울컥 눈물을 쏟기도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에는 트로트 장르가 마음을 위로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당신의 첫사랑/장은숙 [콘서트7080] | KBS 20080503 방송
※ 어쩌면 위에서부터 죽 이어지는 영상 속의 노랫말이 그동안 내가 지나왔던 감정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에는 첫사랑을 잃은 마음에 서운함을 넘어 미운 마음도 없지 않았고 담담한 척하며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女心에 대해, 現實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공부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다가 차츰 익숙해지며 체념에 가까웠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며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서 잃었던 공허감을 조금씩 채우며 잊히다가 오랜 세월이 흐르며 맨 아래 장은숙의 노래에 와서는 '그래 다 한때 그런 추억쯤은 누구나 있었지' 싶어, 지난 추억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과정이 일기 글과 노랫말과 연결되는 듯하다. 그렇게 20여 년이 흐른 지금 첫사랑의 아픈 추억도 지나고 보면 모두 소중하고 나를 한 단계 성숙시켜 주어 감사하고 고마운 존재였다. 내가 첫사랑과 지낸 추억을 그리워하며 이 일기 글을 남기는 이유다._()_
*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 '자존심', '고결', '신비', '외로움'이다.
첫댓글 어느덧 자발적 반 백수가 된 지 만 4년이 다 됐습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짬 날 때마다 지난 추억 여행을 글로 정리하곤 합니다. 좀 더 시간이 흘러 내 기억 속에 묻힌 흐릿한 기억들을 다시 꺼내어 음미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자판에 옮기고 있습니다.
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새롭거나 미처 기록을 정리하지 못해 빠트린 과정은 숙성 과정을 거치며 수시로 수정을 거치게 됨을 알립니다. 그렇다고 큰 줄기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은숙의 <당신의 첫사랑>은 트로트와 발라드가 만난 세미 트로트에 가깝다. 노랫말 구조도 전통 트로트와 그 서사가 조금 다르다.
[가사]
첫사랑을 당신은 잊었나요 / 마음만 설레이던 / 지난날 그 사랑을
첫사랑에 당신은 울었나요 / 가슴만 메어지던 / 지난날 그 사랑에
굳은 맹세 푸른 꿈은 사라지고 / 아련한 추억에 조각들만 남았을 때
쓸쓸한 길에서 /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마주 서면 / 무슨 말을 하나요
세월이 흐른 뒤에
첫사랑을 당신은 잊었나요 / 마음만 설레이던 / 지난날 그 사랑을
첫사랑에 당신은 울었나요 / 가슴만 메어지던 / 지난날 그 사랑에
굳은 맹세 푸른 꿈은 사라지고 / 아련한 추억에 조각들만 남았을 때
쓸쓸한 길에서 /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마주 서면 /무슨 말을 하나요
세월이 흐른 뒤에
세월이 흐른 뒤에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DcNT6cUnJg0?si=SMU60LEF5dErLFuT" title="YouTube video player" frameborder="0" allow="accelerometer; autoplay; clipboard-write;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web-share" referrerpolicy="strict-origin-when-cross-origin" allowfullscreen></iframe> (당신의 첫사랑/장은숙) 2008.05.03 7080콘서트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y4pkC9f4jCQ?si=wFL5Zf7qB2KUY69G" title="YouTube video player" frameborder="0" allow="accelerometer; autoplay; clipboard-write;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web-share" referrerpolicy="strict-origin-when-cross-origin" allowfullscreen></iframe> (당신의 첫사랑 2007.08.11 7080 콘서트)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0.18 15:2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0.18 15:2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0.18 15:23